[단독인터뷰] 양 의원, "내년 북군지역구 총선은 오히려 쉽다"

8일 오전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한 한나라당 양정규 의원(70.북제주군)은 이날 하루종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최 대표가 "영남권 후보 50%를 바꾸겠다"는 공천혁명 발언으로 당이 뒤숭숭하던 다음날 최 대표의 의중을 그대로 받아들여 지역구 포기를 선언하면서 당 중진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정치권 물갈이론의 선두주자로 부상해버린 양 의원은 이날 기자들의 인터뷰와 각종 회의로 하루종일 바쁜 일과를 보내야 했다.

<제주의 소리>는 이날 오후 4시 40분경이 되서야 양정규 의원과 겨우 전화 단독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양 의원은 "36년간 지역구에 터전을 둔 정치생활을 해 왔는데 막상 불출마한다고 생각하니 아쉽다"면서 "특히 제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불출마선언을 해 미안하고 아쉬운 면이 있으나 정치는 계속하면서 도민의 성원에 보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한나라당은 우리가 만들고 지켜온 당으로 당과 나라가 필요로 한다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백의종군하자는 뜻에서 지역구를 포기하게 됐다"면서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이 16대 보다 쉽다며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으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명분 있는 정치를 하자는 차원에서 결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북제주군지구당 후임자 또는 내년총선 후보 경선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면서 "이제 내가 불출마 선언을 한 만큼 좋은 후보들이 나올 것"이라며 북군지구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양 의원은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 문제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자신의 지역구 포기 명분이 퇴색되는 것을 경계했다.

다음은 양 의원과 일문일답 내용.

-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 기분이 어떤가.
"오랫동안 제주도민의 성원과 사랑을 받아 정치를 해 왔는데 막상 불출마한다고 선언하고 나니 아쉽다. 특히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면서 엄청난 예산과 법 개정이 필요하고...관광이 침체되고 감귤을 비롯한 농산물도 수입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물론 내가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왔는데...내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지역구에 출마를 하지 않아도 정치는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도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지역구 포기선언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오늘 당 중진의원 36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한나라당이) 우리가 만든 당이고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온 당이 아니냐, 당이 필요로 하고 나라가 필요로 한다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백의종군하자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포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때문에 내가 동료의원들에게 강요는 못하지만 앞장은 서겠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에서도 명분이 있다고 본다"

- 한나라당 중진의원 중에서는 양 의원이 제일 먼저 물갈이론을 제기했는데.
"정치개혁의 물꼬를 트자는 것이었다. 길을 여는 것이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말리고 일부 중진 의원들로부터는 욕도 먹었지만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다"

- 최 대표와는 코드가 맞나.
"정치개혁을 하자는 데는 최 대표와 코드가 맞다"

- 최 대표가 어제 공천혁명을 말하면서 '컨센서스(공감대)'를 말했는데 그게 양 의원 아닌가.
"(웃으면서) 그렇게 봐도 될 것이다"

- 내년 총선이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부담도 감안되지 않았나.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지역구 선거는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6선을 해 왔는데 북제주군선거구는 동서로 나뉘었는데 동쪽보다 서쪽이 1만3000명의 유권자가 많다. 그래서 항상 고전이 예상되는데도 무난히 당선돼 왔다. 지역구 일부 지지자들이 '동쪽에서 나올 분이 없다. 이번 선거는 더 쉬운 게 아니냐'며 만류전화가 많이 왔다. 어려운 선거 때문이 아니라 정치개혁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에 새로운 인물이 나와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내 자신도 이번에 선거를 치른다면 쉬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유권자 7만명 중 1만3000명 차이는 상당한 것이어서 동서의 일대 일 구도라면 어렵지만 이번 선거는 쉬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 도지부장과 상임운영위원 직도 사퇴한다고 밝혔는데.
"도지부장과 상임운영위원 직은 보유하려고 한다. 지구당 불출마와 함께 당직도 포기해 백의종군 하려고 했으나 주변에서 '내년 총선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도지부장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너무 만류해서 유지하기로 했다"

-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그렇다면 후진양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년 총선후보는 또 어떻게 되나.
"우리 당 당헌에 보면 국회의원 후보 공천은 상향식이다. 내가 거기에 관여한다는 것은 일종의 세습적인 면도 있고...후임자에 대해서는 일절 간여하지 않겠다. 후보선출은 50%의 당원과 50% 도민이 참여하는 경선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다. 지금까지는 내가 버티고 있어서 후보가 없었지만 앞으로 나올 것이다. 좋은 후보들이 많이 있다"

- 일각에서 양 의원 향후 진로와 관련해 비례대표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다.
"비례대표는 말할 단계가 아니다. 기회가 있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말하면 명분이 퇴색된다. 그동안 도민여러분이 너무 많이 도와줘 고맙고 한없이 고맙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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