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 뉴욕통신] ‘이명박 특검’에 대한 나의 생각

나의 대학시절 나의 은사님은 인성심리 강의 시간에 ‘거짓말 탐지기’의 출현에 대해서 이런 논조로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어떤 범죄 피의자의 심중을 테스트하는 방법으로 거짓말 탐지기가 동원되는데, 피검자에게는 검사자가 “당신의 혐의를 벗겨주기 위해서 이 탐지기계가 사용됩니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거짓말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이 탐지기계가 사용됩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거짓말 탐지기는 피검사자의 사지와 머리 심장 부위에 탐지기에서 나온 전선들의 말단부착기가 장착된다. 피부-전기 반응측정기라고 보면 될 것이다.

만약 이명박 당선자에게 이 탐지기를 사용할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거짓말 탐지기가 장착된 피검자인 당선자에게 검사자는 여러 가지 ‘자극 단어 리스트’를 먼저 작성하여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김경준, BBK, 주가조작, 회장, ....

거짓말 탐지기는 이 자극단어에 대한 피부-전기 반응을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 'BBK'라는 단어가 주어졌을 때 피검자의 피부-전기 반응 숫치가 아주 높게 나왔다면 이는 피검자가 혐의가 있음을 증명해 주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반면에 숫치가 낮게 나왔다면 혐의가 없음을 증명한 셈이다.

현재 국회를 통과하여 곧 실행하게 될 소위 ‘이명박 특검법’은 바로 이러한 거짓말 탐지기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특검법이 헌법재판소에서 무효화되길 기도하고 있다.

대선 이틀 전 이명박 후보는 당당하게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것은 대선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 금방 탄로되었다, 마치 그가 BBK와는 무관한 것처럼 ‘궁민’의 귀를 속인 거짓말임을.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본색을 드러냈다, 특검 무효.

그가 진정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탐지기인 ‘특검법’을 수용하고 그 결과를 또한 수용하고 떳떳하게 거취를 결정해야 함이 마땅하다.

필자는 대선 직전 <제주의 소리>를 통해서 ‘꿩잡는 게 매’라는 논평을 낸 적이 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 살기만 하면 되는가? 또 출세만 하면 그만인가?

우리 사회에서 ‘윤리’(ethics)란 그렇게 중요치 않다는 것인가? ‘윤리’보다 또 그 하위 개념인 ‘법’(law)보다 ‘경제’(economy)'가 최우선인가? ‘자유’보다 ‘빵’이 우선인가?

이런 질문들을 나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다.

나는 사범대학을 막 졸업하자마자 고등학교 ‘윤리’교사로 한 학기 정도 근무한 적이 있다.

나는 칠판에 가득하게 독일어로 “Was Sollen Sie?"(바스 졸랜 지?=What you should do?)라고 매 시간마다 써서 학생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즉 ‘당신은 마땅히 무엇을 해야 하나?’였다.

나는 25년 후 다시 제주 고향으로 돌아가서 대학 강단에 설 기회가 있었다.

세월이 많이 변한 탓인지, 나는 엄청난 문화적인 충격으로 고통스러웠다.

사립학교 대학교수들은 고교 수능고사가 끝나면, 보따리를 들고 고3 담임 선생들을 찾아 ‘쎄일’하러 나가야 했다. 참말로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루는 중문에 있는 한 고등학교 고3 교사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동료교수인 나의 제자 정 아무개 교수가 함께 나가게 되었는데, 나더러 미리 귀띔을 해 주었다.

오늘 저녁 만나는 고3 교사들 중에는 나의 제자가 한 사람 있다면서, 절대로 먼저 아는 채 하지 말아보라는 것이었다, 그이가 먼저 나를 알아보는지 테스트하자고.

그이가 바로 나의 정면에 자리하고 앉게 되었는데, 금방 나를 알아 봤다. “아니, 선생님! 왠  일이세요? 참말로 오래 만입니다.”...“선생님, 우리에게 늘 'Was Sollen Sie'를 가르쳐 주셨지요?”

나는 한 편으로는 마음 뿌듯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부끄러워서 몸 둘 바를 몰랐다. 그이는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나에게 ‘윤리’를 일깨워 주었다.

다시, 나는 우리 사회에서 ‘윤리’가 왜 필요한지를 설파해야 할까 보다.

간단히 말해서, 윤리는 기계의 윤활유, 즉 자동차의 엔진오일과 같다.

물론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힘은 휘발유(게솔린)에서 나온다. 만약 엔진오일이 전혀 없다면 그 자동차는 게솔린을 가득 채우고 있더라도 얼마 달리지 못하고 정지상태에 이른다. 아니, 재생불능 상태로 망가지고 만다.

▲ 이도영 박사 ⓒ제주의소리
‘법’은 자동차의 냉각수(coolant)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자동차에 냉각수가 없다면 엔진은 과열로 파열되고 말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자신이 ‘컴도저’라고 불리워지길 반기고 있다. 즉,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란 뜻이란다. 만약 그 컴도저에 윤활유와 냉각수가 없이 좌충우돌 경천동지 질주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윤리가 없고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살맛이 없어지고 무법천지가 되고 만다.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전에 거짓말 탐지기인 ‘이명박 특검법’을 통하여 그 숱한 의혹들이 말끔히 벗겨져서 떳떳한 대한민국의 대통령 직을 앞으로 5년 동안 잘 수행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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