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재호 교수 - 제주경쟁력의 키워드는 ‘청정성’

  지역경제가 깊은 수렁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제주경제의 버팀목 1차산업과 관광산업이 계속해서 위기를 알리는 적신호를 켜대고 있다. 살기가 IMF 경제환란때 보다도 더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일시적 불경기가 아니라 구조적 경제침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래의 희망도 만들어내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듯’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대응해서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할 것이 아니다. 이제는 보다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처방을 고민하고 내놓아야 할 때다.

  뭐니뭐니해도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상대보다 세지 않으면, 약육강식의 시장경제에서는 어떻게 해볼래기가 없는 것이다. 인력이든 제도든 자원이든 상품이든, 상대보다 잘 하는 것이 하나는 있어야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남보다 잘 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무엇을 내세울 수 있는가. 제주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우리는 하늘이 준 자원을 잘 활용하여(산업적·자원적 측면에서) 오늘까지 먹고 살아왔다. 산업이 없던 근대화 이전까지는 땅과 바다가 주는 자연의 산물로 끼니를 채웠을 테다. 근대화와 함께 산업이 생기면서 따뜻한 아열대 기후를 잘 활용한 감귤산업으로, 그 이후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기초한 관광산업으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왔다.

 최근에는 하늘이 준 지하수를 먹는샘물(‘삼다수’)로 내다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생명산업이다 건강산업이다 심지어 미용산업이다 하면서 미래산업에 대한 논의도 한창이다.

  「원시자연→1차/감귤→3차/관광→복합/지하수→다중복합/ ?」로 이어지는 지역산업 영고성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주경쟁력의 원천으로 하나의 개념을 주목하게 된다. 다름 아닌 ‘청정성, 깨끗함’이 그것이다.

  경쟁력을 산업관점에서 기존산업의 고도화와 신산업의 개척으로 나누어 생각한다면 그것을 꿰뚫는 키워드는 바로 청정성인 것이다.

  시들어 죽어가는 제주농업의 활로도 근본적으로 친환경 생명농업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농약이나 항생제를 쓰는 반환경 반생명의 생산물을 찾지 않을 것이다. 친환경 생명농업이란 게 뭔가. 한마디로 자연, 있는 그대로의 청정성과 원형성을 농업경쟁력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하자는 것이다.

  비실비실한 제주관광의 재생 역시, 본질적으로는 자연의 청정성과 원형성 회복에서 비롯될 수 있는 것이다. 관광의 기본속성은 ‘전도(顚倒)’이다. 도시 사람들은 자연으로, 추운 데 사는 사람들은 더운 곳으로, 이렇게 가고 싶은 법이다.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제주에 올 것인가. 제주처럼 섬(바다)에 사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올까. 제주처럼 자연이 울창한 강원도 사람들이 올까. 아닐 것이다. 여기에 올 사람들은 십중팔구 육지 대륙에 사는 사람들, 자연과 전원을 그리워하는 대도시 거주자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의 관광개발은 대도시, 서울과 도쿄, 상하이와 홍콩과 거꾸로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제주의 실상은 어떠한가. 농업의 밭, 토양이 청정한가. 수산업의 터전, 그 바다가 깨끗한가. 관광개발은 자연을 지향하고 있는가. 오히려 그 수려한 자연의 원형을 까부수고 도시처럼 콘크리트로 덮지는 않고 있는가.

  제주, 과연 청정합니까. 그래서 우리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을 만합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함께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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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호 교수(제주대 관광개발학과)는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실장 출신으로 현재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전문위원,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 정책위원, 송악산녹색연대 공동대표, 이재수기념사업회 상임대표, 제주포럼 공동대표, 제주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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