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① 마음을 전하는 우체통

<제주의소리>가 무자년 새해를 맞아 오성 스님의 편지’라는 새로운 코너를 시작합니다. 한 수행자의 눈에 비친 생명과 자연의 이야기, 그리고 성찰의 메시지가 육필로 쓰인 가슴 따뜻한 '편지'처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갈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성 스님은 제주출신으로 1988년 김녕 백련사에서 출가했습니다. 지난 1992년 해인사 강원과 1996년 지리산 실상사 화엄학림을 졸업했습니다. 이후 제방 선원(諸方 禪院)에서 안거 수행하고 해인사 강원의 학감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제주를 떠나 제방에서 운수납자의 길을 걸으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 마음을 전하는 우체통 ⓒ제주의소리

친애하는 당신께
당신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저의 고백을
순수하게 들어줄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저의 글은
과거나 미래에 관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순백의 이야기들로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때론 고독 속에서의 성찰과 참회, 감사와 기도
어딘가를 걷고 있을 때 다가와 스쳐가는
길에서 만난 대지와 산과 들, 바람, 햇살
꽃과 새들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얼마 전 남방에서 잠시 공부를 할 때
우리 마음의 장소는 심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머리도 아닌 심장...
마음의 처소를 논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 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지금도 완전히 수긍할 수는 없지만
밖으로 향한 나의 모든 감각의 문을 닫고,
양파껍질을 하나하나 벗기는 듯 한 수고도 필요 없이,
조금만 내 안으로 들어가
불안과 괴로움, 슬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외로움과 고독, 행복감 등 마음의 편린들을 들여다보면
머리와는 따로 가슴에서 반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쑥스럽고 부끄럽게
저는 가슴으로 쓰고
당신은 가슴으로 읽는
마음의 인연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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