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여성의 눈으로 세상보기] 새로운 섬의 탄생?

특별자치도의 핵심은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

제주도는 한창 특별자치도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표명되자마자 제주도지역 혁신협의회가 만들어지고 지방분권을 준비하면서 매일 노래 부르던 국제자유도시는 한풀 꺽이고 올해 내내 특별자치도에 열중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방분권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지방분권은 또한 주민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힘의 이전을 의미 하기도 하지만 또한 주체세력이 정부에서 시민으로 힘이 분산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힘의 분산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참여에 의해 이루어지며 다양한 개인과 집단은 참여를 통하여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그래서 지방분권화가 진전됨에 따라 주민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엘리트 중심의 ‘획일성’에서 ‘일반인’ 중심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지역사회 내에 거주하는 개개인의 권익을 존중하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 건설을 도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 노인, 아동, 청소년, 장애인등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통하여 지역내 불평등과 불이익을 해소 함으로서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 가치를 충실히 구현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묻는다

이런 제주특별자치도를 기대하는 제주도민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부 자영업자들이 있으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관광협회의 한 분과인 제주국제여행협의회 회원들과 신제주가 지역구인 이상윤 기초의원, 홍가윤 도의원이 야합하여 가칭 ‘제주관광 살리기 범도민 위원회’을 구성하고자 한다는 기사를 접하며 ‘제주관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주장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이후 신제주 상권의 80% 이상 매출이 감소했고 이대로 간다면 제주관광의 미래는 없다’고 발언을 했는데 다시 한번 묻고싶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제주도 수입의 50%이상 차지하는 생명산업인 관광은 여성들의 성매매를 통하여 유지되어 왔으며 신제주 상권의 80%가 여성들의 몸을 팔아 번 돈으로 회전되어 왔고 성매매 여성들이 일본인 관광객을 유인하는 매개고리가 되어 국제관광지로서 제주도를 자리매김 하도록 했으며 그 많은 골프관광객과 일반 관광객들이 모두 성매매를 위해 제주에 왔다는 것인가 ?

그리하여 9월 23일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된 지 2주만에 성매매 방지법 때문에 제주경제가 침체되고 제주관광의 미래가 몰락하게 될 것이라며 ‘제주 관광 살리기 범도민 위원회’를 구성해서 고작 내놓은 대안이라는 것이 성매매 방지법 시행의 유예기간을 둘 것과 성매매 방지법 시행대상에서 제주도를 제외하는 제주관광특구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라니 도대체 제주도민을 뭘로 보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제주도를 이제는 공창제를 허용하는 성매매 특구로 만들어야 하니 제주시의회와 도의회는 갑자기 바빠져야 될 것 같다. 제주 특별자치도 내용에 성매매 가능 특별도 내용을 넣어야 하니 무지 폭 넓은 이론과 명쾌한 논리로 제주의 많은 딸과 누이들을 성매매 여성으로 취직 시켜야 할 테니 말이다.

성매매 특별법은 내용이 달라지긴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법안만은 아니다. 이미 1961년에 윤락행위등 방지법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성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도 1년이하 징역, 3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이 있었지만 주로 훈방정도의 관대한 적용을 해왔을 뿐이다. 성 구매자에 대한 달라진 점은 무조건 입건을 해서 법대로 처벌하겠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강력한 법적시행이 한국의 밤문화와 접대문화를 변화시키리라 기대한다.

성매매방지법이 누구에게 악법인가

성매매 여성 10명 가운데 4명은 10대에 성매매를 시작했고 1천만원 이상의 고액 선불금에 시달리고 있다. 한 사례집에 보면 전체조사 대상자의 43%가 14세 ~ 19세에 성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고 54%는 20대, 3%는 30대에 성매매를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출한 청소년들이 숙식제공이라는 말 한마디에 성매매업소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미성숙한 우리의 청소년들을 상품이라고 돈을 주며 사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다.

그것을 막는 성매매 방지법이 악법이란 말인가 ? 누구를 위한 악법인가? 인신매매를하고, 돈으로 옭아매서 사람을 짐승처럼 부려먹고 착취하는 포주와 바지사장들에게, 여성들을 상품으로 부를 축척하는 유흥업소 주인들에게만…..

이땅의 여성들은 국가를 위해, 경제를 위해 수없이 몸을 팔아왔다. 70년대는 일본관광객을 유치하기위해 기생관광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경제발전에 이바지 했고 제주도는 지리적 단거리로 인해 수많은 일본인들이 다녀갔다. 그런데 21세기 2004년에도 제주도는 성매매를 위한 기지촌이 되어야 한다고 누가 주장할 수 있겠는가. 일부 자영업자들의 부를 위하여 제주여성이, 제주도가, 이땅의 여성들이 희생되어도 좋다고 누가 누구에게 권한을 줄 수 있겠는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관광협회 회원들에게, ‘제주의 관광은 성매매 관광만이 살길인지’

제주 관광은 성매매 관광만이 살길인가

제주도에서도 성매매 방지법 시행이후 처음으로 9명이 검거되는 사례가 10월 11일자로 생겼다. 회사원 4명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2차로 남녀 8명이 모텔로 들어갔다가 40분만에 발각되어 2차를 주선한 업주까지 9명이 검거된 것이다. 그들은 결코 관광객이 아닌 제주도민 이었다.

성매매가 강력히 규제된다고 모든 유흥업소와 숙박업이 안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모든 유흥주점을 즐기는 손님들은 반드시 2차를 갔었고 성매매로 끝났다는 말인가 ? 결혼해서 남편과 살고있는 기혼여성으로서는 믿고싶지 않는 대목이다.

2000년 9월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으로 성매매 여성 5명이 사망했고 2001년 2월 부산 완월동 화재사건으로 4명이 사망했고 2002년 1월 군산 개복동 화재사건으로 14명의 성매매 여성이 사망했으며 그 속에는 제주여성 3명이 주검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2001년 7월 12일 미 국무성은 의회 제출보고서에 우리나라를 인신매매 3등급의 국가로 보고 되었다.

한국 형사 정책 연구원에 의한 성매매 실태 및 경제규모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연간 성매매 거래량이 성구매 경험이 있는 20세 ~ 64세 남성 성인인구 20%에 해당하며 월평균 4.5회 정도의 성 서비스 구매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되어있다. 또한 기혼남성 54.2%가 성구매 경험이 있다고 설문에 답함으로서 내 남편 아니면 옆집 아저씨 중에 한명은 성매매를 했다는 것이다.

남성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주된 계기는 술집, 룸살롱 등에서 음주를 하고난 후 2차 형태로 경험하거나 접대 관행상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을 구매하는 동기로 ‘술자리에서 어울리다가 (42.6%), 접대 관행상 (12.9%)이 차지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성매매 행위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8.7%이고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41.3%에 해당하고 있다. 이는 ‘성매매에 대한 금지주의’를 실시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사문화된 법으로 인해 국민의 다수가 불법인지도 모르고 살아 왔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인구수당 유흥업종수가 가장 많은 곳으로 분류된다. 2002년도 통계에 의하면 여관 533개, 일반유흥주점 1,278개, 무도 유흥주점 100개, 간이주점 822개, 다방 494개, 노래방 260개, 이발소 329개, 마사지 21개로서 총 3,837개 업소가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매년 유흥업소가 증가세이고 대형화, 고급화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제주시의 경우 룸살롱 360여곳, 무도 유흥주점 26곳, 기타 6곳으로 398곳인데 2003년 보다 18곳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2000년 332개소, 2001년 342개소, 2002년 349개소 였었는데 한정된 인구수에 업소수는 계속 증가세였고 지역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이 성매매 방지법으로 인한 불황이라고는 납득 할 수가 없다.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위하여

전국의 탈 성매매 여성 쉼터는 이 법안 시행을 계기로 지속적인 구출을 요청하고 있고 쉼터가 부족해서 정원을 초과하여 지내고 있다.

우리는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거나 또한 소수라고 무시할 수도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인간임을 일깨우면서 함께 살 수 있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거나 무시하지 말자, 제주는 ‘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그 속에 또 다른 기지촌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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