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 ‘남북협력기금 방만 운용’ 지적에 지원난색 표명
농림부로부터 감귤구입비 20억 지원 ‘배보다 배꼽 더 큰’ 사업

제주도가 국내시장 공급물량 조절을 위해 북한에 추가로 감귤 1만톤을 보내기로 한 사업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으로 추진되게 됐다.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전면에 나서고 김재윤 국회의원이 측면 지원까지 했지만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폐지대상으로 찍힌 통일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눈치를 보며 남북협력기금 지원에 끝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23일 감귤출하 마무리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농림부에서 감귤구입비 20억원을 지원받아 북한에 추가로 1만톤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귤 구입비 20억원을 확보했지만 이를 북한에 운송하는데 따른 물류비 확보는 실패했다.

제주도 당국은 지난 1월8일 과잉공급으로 감귤가격이 폭락하자 일정 물량을 시장에서 격기하기 위해 1만톤을 추가로 북한에 보내기로 하고, 이에 소요되는 물류비용 27억5000만원을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해 줄 것을 통일부에 요청한 바 있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남북협력기금의 방만한 운용을 지적한 터라 선뜻 지원하지 못하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왔다.

남북협력기금은 정부부처 차관급으로 구성된 기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보고한 후 집행해야 한다. 외형상은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끝내 돌아온 답은 “지원 불가”였다.

평소 남북협력기금 사용에 못마땅해 하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남북협력기금이 너무 방만하게 집행되고 있다. 사용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는 으름장 때문이었다.

제주도는 당초 발표한 대로 감귤 1만톤 북한보내기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물류비 27억5000만원은 전액 지방비로 부담하게 됐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이 되고 만 셈이다.

하지만 감귤 북한보내기 사업이 수익을 얻고자 한 사업도 아니고, 셈 계산보다는 제주와 북한간 교류협력사업인 점을 감안할 때 평화의 ‘오작교’가 더욱 튼실해지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는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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