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7)

민들레는 구덕초(九德草)라고도 불리웁니다. 사람들이 흠모하는 아홉 가지 덕을 갖추었다는데서 비롯된 이름인데 모진 환경을 이겨내고 피어난다는 것이 민들레의 일덕(一德)이요, 어는 곳에서든 뿌리를 내리면 반드시 피어나는 끈기있는 생명력이 (二德)입니다.

또한 한 뿌리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데 동시에 피질 않고 차례를 기다렸다 피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차례를 아는 것이 삼덕(三德)이며, 어둠에 꽃잎을 닫고 비가 오려 하거나 구름이 짙어지면 꽃잎을 닫으니 명암의 천기를 아는 것을 사덕(四德)이라 하지요.

정이 많다는 것이 오덕(五德)이요, 새벽 먼동이 트면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니 그 근면이 육덕(六德)입니다.

또한 씨앗이 제각기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 자수성가하여 일가를 이루니 그 모험심이 칠덕(七德)이고, 흰 즙이 흰머리 검게 하고 종기를 낫게 하며 학질 등 열을 내리게 한다고 하니 그것이 팔덕(八德)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린 잎은 삶아 나물 무쳐 먹고 생즙을 커피나 와인, 맥주 차에 타 쓴맛을 더하게 하여 마셨으니 살신성인의 덕이 구덕(九德)입니다.

영실에서 윗세오름을 오르는 길, 산이 높을 수록 나무며 꽃들의 형상이 작습니다. 작지만 더 아름답고 강인하게 보이는 것은 그들의 삶의 환경이 척박하다는데 있습니다. 모진 바람 속에서 피어나는 꽃들과 나무는 비록 작아도 그들이 주는 삶의 소리는 우렁차기만 합니다.

좀민들레라고 하였습니다.
보통 평지에서 보는 민들레보다 작은 민들레, 그러나 그 생김생김이 참으로 강인하게 생겼으니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민들레 씨앗이 먼 여행길을 준비하며 자신들의 영토를 넓혀가려고 합니다.

언젠가 에미의 품을 떠나 자수성가하여(9덕 중 7덕)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자수성가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라도 그 동안의 정이 있는 법입니다. 붙잡고 싶은 마음, 그러나 결국은 보낼 수밖에요. 그것이 자연의 섭리인데 보내야지요.

자연의 일부이면서 인간들만큼 반자연적이고 탈자연적인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반자연적이고 탈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쓰레기를 만드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자연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연을 파괴하는 무지한 행동을 하는 존재는 인간이 유일합니다.

아주 작은 씨앗, 그래서 바람이 부는 대로 날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지만 그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근엄한지요? 민들레를 보노라면 삶의 희망과 삶에 대한 애착같은 것들이 무럭무럭 솟아납니다. 민들레뿐만 아니라 들의 꽃들을 보면 아주 작은 꽃들이 어찌나 열심히 피어나는지 그들을 보며 삶을 배웁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을 연재하는 '김민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살고 있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목사이며, 수필가로 근간 자연산문집<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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