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넓고 높고 푸른 하늘 - 가을 운동회에서

가을 운동회가 열렸다.
하늘 높은 가을날,

"가슴을 펴고 하늘을 보라
넓고 높고 푸른하늘
마음을 열어 소리쳐보자
우리들은 새싹 들이다. "

   
학년별로 무용과 응원에 모두들 경황이 없다.
오늘 만큼은 미웠던 친구도,
라이벌 처럼 어려웠던 친구도 모두 우리편이다.

   
   
온 가족이 그늘을 찾아 앉았다.
동생은 일어서서 멀리 쳐다 보지만 그 키로는 어림도 없다.
어디 언니 달리기 하는거 머리칼이라도 보일라나?

   
할아버지가 손주 찾아 나섰나 보다. 모두들 비슷한 옷을 입어놨으니 쉽게 찾을것 같지가 않다.
할머니도 무언가 손자녀석에게 말을 하는것 같은데 아이는 안중에 없다. 오직 손에 들린 알록달록 장난감이 신기할 뿐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오늘은 선물이 있다.
선물 봉지가 잔뜩 들어있는 통에 낚시대를 드리우면 도우미 선생님이 끼워준다. 봉지에 들어있는 선물이 제각각 크기라  어떤 할머니는 불만이다.
"저 선생 아는 할망 신디는 큰거 주곡, 나신디는 족은거 주곡"
하하
그래도 신난다.

   
예전에는 학교 운동회는 동네 잔치였다.
아이들 보다 어른들이 더 들떠서는 왁자지껄 한바탕 즐거운 하루를 지낸다.
아이들 게임도 있지만 어른들 게임이 따로 준비될 정도 였으니까.
오늘 운동회에도 어른들을 위해 마련한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참여는 많지 않다. 그래도 여느때 운동회 보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마 예전의 운동회가 모두들 그리워 지기는 하나보다.

   
운동장 가에는 많은 장삿군들이 들어와 있다. 떼기,솜사탕,아이스크림 등등.
몇년전에는 학교운동장 안에는 장삿군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조금 삭막했던 기억이다. 오늘은 마구마구 들어와 있는걸 보면 선생님들도 삭막한 운동회는 싫은 모양이다.
오늘의 최고 인기는 떼기와 솜사탕이다.
어른들도 기웃기웃.... 나도 슬쩍 하나 사서 떼어 본다.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떼기가 보이면 사지만 모양을 반듯하게 떼서 하나 서비스를 받아본적은 한번도 없다.
어렸을 적에는 그 모양을 떼어 보려고 무진장 애를 썼었는데,
오늘 보니 도저히 뗄레야 뗄수 없는 모양이다. 많은날 속은 기분이다. 후후.

머니머니 해도 운동회의 가장 큰 비중은 달리기이다.
맨발로 뛰는 아이,
사람찾기에서 '마음씨 좋은 어머니'인가 보다.
어째 달리는 사람보다 지켜보는 사람이 더 초조한것 같다.

   
달리기가 운동장 둘레를 돌고 있을때 가운데에는 줄다리가 벌어진다.

   
아이들이 만국기를 잡아 보려고 높은 곳으로 오른다.
그런데 어른들은 ?????

   
오늘 하루만은
어른도, 아이들도 모두 한마음인듯 하다.
어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가을하늘은 넓고 높게 열리기에.

가을에는 제주도 전통 놀이 여행을 하면 어떨까?
자치기도 하고, 비석치기도 하고, 집줄 놓아서 단체 줄넘기도 해보고,...
그래보면 참 신날것 같기도 하다.

※ 고제량님은 역사문화기행 전문여행사 '이야기 제주'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벗 에코가이드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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