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업무보고서 해군기지 관련 “민군복합형’으로 의미확대
국회 부대조건 무시 ‘물 타기’아니냐 새로운 갈등요인 우려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민·군 복합형 기항지’ 개념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주해군기지 추진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찬·반갈등을 조정하고,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할 제주도정이 애써 ‘민·군 복합형’으로 의미를 확대해석, ‘물 타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례가 13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제24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한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제주해군기지 관련 발언. 김 지사는 이날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언급하면서 ‘기항지’ 개념을 누락, 고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군 전용부두에서 ‘민·군 복합형’으로 개념이 발전된 해군기지는 주민과 함께 갈등을 해소해 나가면서 도민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군 복합형 기항지’가 아닌 ‘민·군 복합형’으로만 언급한 것이다.

이를 단순히 원고 작성 과정에서의 실수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의미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국회가 지난 연말 제주해군기지 관련예산을 통과하면서 부대조건으로 내건 것은 ‘민군복합형 기항지’ 용역 실시다. 도민사회에서는 “이는 기존의 해군기지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민항’ 중심으로 해석, 크게 반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제주출신 강창일·김재윤 의원(대통합민주신당)과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 등 정치권에서도 “민군복합형 기항지는 기존의 해군기지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용역결과에 따라 부지선정 문제까지 재검토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민·군 복합형’으로 개념을 넓히면 군항이 중심이 되든, 민항이 중심이 되든 기존의 해군기지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관광미항 중심·크루즈항 겸용’ 등이 모두 ‘민·군 복합형’ 개념 속에 녹아들 수 있다.

하지만 ‘기항지’는 민항에 더 가깝다. 때문에 이날 김태환 제주지사가 ‘기항지’ 개념을 누락, ‘민·군 복합형’으로만 언급한 것은 해군이 주장하는 ‘군항 중심’에 무게를 실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점과 관련해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해수부는 기항지 개발가능성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국방부는 처음부터 ‘민군 복합항’을 전제로 용역에 착수하겠다는 것은 민군복합형 기항지로 명시된 국회 부대조건을 사실상 군항건설로 몰고 가려는 것”고 강력 비난했다.

3음절에 불과한 ‘기항지’라는 단어가 갖는 차이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다시 꼬이게 하는 불씨가 될 지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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