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영농자재 덩달아 인상 '농가 목죈다'

제법 밤 날씨가 써늘해진 요즘,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에 시설농가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4월에 배럴당 22달러를 기록한 이후 계속 상승세를 보여 최근에는 50달러를 넘어서며 연평균 대비 50%나 상승했다. 유가상승은 농업경영비를 증가시켜 곧바로 농업소득 감소를 나타내고 농촌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촌진흥청 등 농업관련 기관에서는 고유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내년도 농업 총 소득은 6%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농업의 근간인 감귤의 경우 유가가 40달러정도일 때 경영비가 20%정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분석도 제시했다.

고유가는 시설농가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시설재배의 경우 작물의 생산비중 난방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육지부에서는 면세유 공급량마저 줄어들자 당초 배정받은 물량을 다 써버린 농가들이 면세유보다 2~3배 가량 비싼 일반 유류를 구입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제주지역의 경우 이미 73.3% 정도의 면세유가 소진됐지만 농협 자체보유물량과 중앙회 요청물량을 조만간 추가 배정할 방침이어서 면세유 부족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가급등에 따른 농가경영비 부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고유가 행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너지 절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설원예 농가들을 중심으로 에너지절감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저에너지 소비형 난방기 설치를 지원하고 연료비 관련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도 전국적으로 171개반의 현장기술 지원단을 운영하는 한편 에너지절감시범사업 현장교육장 160개소를 운영하면서 사업평가회를 실시하는 한편 에너지 절감시설 설치를 희망하는 농가에 지중난방시설 및 수막시설 등 에너지 절감시설 전반을 지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시설원예 수출농가를 대상으로 농가당 3000만원 한도내에서 연리 4%로 지원하는 내용이어서 일반 시설농가에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이미 고유가시대에 접어든 지금 호들갑떨게 아니라 미리부터 이러한 정책들을 시행해 에너지 절감형 시설농업을 할 수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감귤 가온재배의 경우 전체 경영비중 유류가 차지하는 비율이 최고 72%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름값 인상여부에 따라 농업소득의 결과가 결정된다는 것은 손바닥 보듯 뻔한 일이다. 고유가시대에 정부의 특별한 대책마련 없다면 제주도는 물론 국내 가온을 하는 시설농업은 하루아침에 전멸할 것이라는 게 농업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설가온으로 감귤을 재배하는 한 농가는 "최근들어 기름값 폭등은 물론 각종 영농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농사짓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주변 농가들도 가온을 하지 않는 비가림재배로 전환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나마 시설농업으로 외국산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버텨왔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지을 농사가 없을 것 같다"며 한숨만 쉬어댔다.


농업계 일각에선 “앞으로도 시설농업은 고유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하다. 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가 나서서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며 “지금이라도 비용이 저렴하면서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연료절감형 난방기를 개발해 보급하거나 새로운 대체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등 시설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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