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도지사기 여자축구대회…17일 오후 3시 제주종합경기장서 결승전

"공을 쫓지 말고 먼저 앞으로 나가 있으란 말이야!"
"수비수 앞으로 더 나와!"

▲ 16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는 제2회 도지사기 여자축구대회가 개막했다.ⓒ제주의소리
단풍이 한라산을 빨갛고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10월. 제주종합경기장에서 때 아닌 어머니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직장 일이다 밭일이다 바쁜 와중에 남편과 아이들 챙기기도 소홀히 하지 않는 우리의 어머니들. 그들이 이번에는 축구에 도전한다.

16일 오전 10시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에서는 도내 여자 축구동호인회 8개 팀과 초등학교 여자 축구팀 20개 팀이 참가한 제2회 제주도지사기 여자축구대회가 개막됐다.

도내에 여성축구단이 결성된 것은 2002 월드컵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축구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2001년 9월. 남이여성축구단은 팀 결성 후 1년 가까이 준비기간을 거쳐 도내 최초의 가정주부 축구단을 탄생시켰다.

이후 제주시용축구동호회에 여자부가 창단, 도내 여성 축구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2002 월드컵 등을 거치며 뜨거워진 축구 열기는 여자 축구에도 붐을 조성, 현재는 올해 창단한 최남단여성축구단까지 포함해 모두 8개의 여성축구단이 축구와의 사랑을 불태우고 있다.

▲ 남원 큰엉여성축구단.ⓒ제주의소리
"축구공 하나로 11명의 선수들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축구의 묘미"라는 남원 큰엉여성축구단의 문선미씨.

처음에는 축구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이 운동 삼아 시작했다는 문씨는 "하면 할수록 축구가 매력적인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11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다할 때 승부를 떠나 진정한 기쁨을 느낀다"는 큰엉여성축구단의 대회출전 결의는 남다르다.

이번 경기가 큰엉이라는 이름을 달고 뛰는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 지난 2002년 창단해 지금까지 축구에 대한 애정을 불태웠던 이들은 오는 19일로 남원읍여성축구회라는 다른 이름을 갖게 된다.

도내 첫 여성축구단을 결성했던 남이여성축구단과 같은 남원읍 관내에 있던 큰엉축구단은 오는 19일 남이여성축구단과 합병, 남원읍여성축구회(회장 강미정)로 새롭게 태어난다.

큰엉여성축구단 선수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있어 밭일을 마치는 저녁에야 모여 연습을 할 수 있다는데 그마저도 남편의 이해와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 대정 최남단여성축구단.ⓒ제주의소리
부인이 축구를 하겠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김양수씨(41·남제주군 대정읍).

김양수씨는 최남단여성축구단의 응원차 운동장을 찾았다. 자신도 축구를 좋아해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씨는 "여자들이 스스로 체력 관리도 할 수 있고 축구라는 공통된 목적이 있어서 그런 지 친목도모에도 좋은 것 같다"고 여자 축구활동을 예찬했다.

현재 도내에서는 제주시 용·이도2동여성축구단, 서귀포시 월드컵여성축구단, 남제주군 남이·큰엉·표선·성산·최남단여성축구단 등이 활동중이다.

제2회 제주도지사기 여자축구대회 결승전은 17일 오후 3시에 있을 예정이다.

▲ 전귀연 제주도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 위원장.ⓒ제주의소리
제2회 제주도지사기 여자축구대회를 주최한 제주도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 전귀연 위원장은 "여성중심의 클럽활동과 여성스포츠 활동 활성화를 위해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앞으로 도내에서 여성축구가 굉장히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위원장은 "현재 도내의 모든 팀이 어머니 축구단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며 "현재 도내 2곳의 초등학교에 여자축구부가 창단됐는데 어머니들의 축구사랑이 아이들의 앞날에 많은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연히 TV를 보다가 도내에 여성축구단이 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여자축구대회를 구상하게 됐다는 전 위원장은 "도내에서는 그저 친선경기 정도의 시합들을 하다가 공식 대회 개최를 건의하자 각 여성축구단의 회장들과 선수들이 너무나 좋아했다"며 "생활체육과도 접목시켜 앞으로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또 "기회가 된다면 전국여성축구대회를 제주에서 개최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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