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위 국감을 보고) 제주다운 야간관광 상품 개발해야

다금바리와 세미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제주국감이 끝났다.  이번 국감은 '정책국감'의 단초를 보여주었다.

국감 전날 개최된 세미나에서 우스갯소리로 얘기한 것처럼, 통상 제주국감하면 으례 사계횟집에서 '다금바리'를 들며 회식하던 그 시간에 국회의원들이 '제주관광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것만 해도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다음날 이어진 본 국감에서도 속된말로 '조지기 위한' 국감이 아니라 건전한 비판과 함께 제주관광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 진지한 대안제시를 하는 의원들을 보며, '생산적 제주국감'이 되기 위해 애써 준 문광위 의원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초선의원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국회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동시에 왜 이런 긍정적이고 포지티브한 뉴스가 주요언론의 지면에 보도되지 않는지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최근의 국감관련 보도를 보면 정책국감 보다는 여야 간 정쟁으로 소모하는 모습만 비쳐지기 때문이다.

제주관광의 이슈가 카지노인가?

국감은  끝났다. 이제 제주의 현실로 돌아오자. 국감이 진행되던 그 시간 도청 밖에서는 '제주관광 살리기'를 열망하는 많은 이들이 모여 이른바 '궐기대회'를 열었다.

여러 가지 이유와 요구사항을 내걸었지만 핵심적인 것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육지부 외국인카지노 신설방침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 듯 하다. 전날 개최된 세미나 장에서도 '제주지역카지노생존권투쟁위'  회원들이 발언 기회를 얻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고, 당일 국감현장에서도 이들은 배석했다.

국회의원들이 보면 마치 제주도의 최대 이슈가, 관광의 위기를 초래한 모든 이유가 육지부의 카지노 신설로 비쳐질 수 있다고 보여 먼저 한마디한다.

진정 현재 카지노 문제가 제주관광의 핵심적 이슈인가? 그들이 주장하듯 진정 카지노가 제주경제의 주춧돌인가? 매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주지역 카지노업자들의 핵심이슈일 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이 제주관광 문제의 최대이슈는 아니라는 것이다(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업주가 아니라 카지노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이고, 이런 방향에서 현재의 카지노 문제도 올바른 해결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성매매방지법과 제주관광

또 하나, 최근 제주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얘기 중의 하나가 '성매매방지법'의 시행으로 인한 제주관광 및 경제의 타격 운운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어떻든 이 법으로 인한 영향이 없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를 계기로 우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매춘관광'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일부의 주장대로라면 관광제주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신제주 지역 상권이 성매매 여성들의 경제활동에 의해 호황을 누려 왔다는 부끄러운 사실도...

나는 여기서 성매매방지법과 관련한 논란을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와 관련한 논쟁을 벌일수록, 오히려 감추어야 할 치부를 우리 스스로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기의 제주관광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느냐 하는 구체적인 대안일 것이다.

그 대안 중의 하나로 일부 도민들은 제주를 성매매방지법의 예외지역으로 만들어 달라는 주장(물론 이 또한 이제 수면하로 잠복해 들어갔지만)을 한다. 소가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넌센스다.

제주 관광의 문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은 하나같이 '제주특성에 맞는 관광개발'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문했다. 귀기울여야 할 대목도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의원들이 주장한 내용들은 그 동안 제주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제안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에만 관심을 기울여온 정책당국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집착하고 돈을 쉽게 벌어온 관행에 의존하려는 업자들에게도 책임의 일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적으로 돌아와 연동지역의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은 있는가? 성매매방지법 때문에 못살겠다고만 아우성치며 과거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요구는 합당한가  하는 말이다. 관광전문가는 아니지만 연동에 거주하는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흔히 제주관광의 문제 중의 하나로 '야간관광 상품'이 없다고 한다. 물론 이번 기회에 드러난 것이지만 '불건전한(!)' 야간관광 상품이 존재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이 상품이 이제 상품으로 존재하지 못하게 된 이상, 이제 진정한 야간관광 상품을 발굴하거나 찾아야 한다.

제주다운 야간 관광상품 개발해야

제주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많은 나라를 가 보진 못했지만 '성'을 야간관광상품으로 내거는 관광 선진국은 보지 못했다. 오히려 밤 10시만 되면 술집조차 찾기 어려운 곳이 많다.

그렇다면 신제주 지역의 야간관광 상품은 없는가? '생태도시'를 슬로건으로 하는 '제주시'가 그에 합당한 지역을 소개해 보라면 열에 아홉은 복원된 산지천을 든다. 그러나 필자는 그 보다 더 훌륭한 생태적 상품이 신제주에 있다고 단언한다.

신제주에 생태도시의 상징이 있다고? 유흥가만 즐비한 곳에? 있다. 그것도 신제주 아니 제주도의 중심에 있다. 마리나 호텔 앞 도로에서 신제주로터리 공원을 거쳐 정실 입구 신제주초등학교 앞 도로까지 이어지는 담팔수 가로수 군락이 그것이다.

군데 군데 홍색을 띤 낙엽도 보이지만 항상 녹색 잎을 유지하고 있는 상록교목인 담팔수는 그 풍성한 푸른 자태도 자태지만 그 나뭇잎을 지탱하고 있는 밑둥과 줄기 또한 각양각색의 조각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단연 제주지역의 가로수로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 하다(이는 필자 개인의 생각만이 아니라, 제주를 찾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들은 묻는다. 이 나무가 무슨 나무냐고).

이 담팔수를 이용해 야간 관광상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웬 뜽금없는 소리냐 하겠다. 가로수를 이용해 야간관광 상품이라니...

국감 현장에서도 모의원이 제기한 것처럼 야간관광 상품의 핵심은 '조명'이다.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담팔수 가로수마다 각양 각색의 조명을 설치하고 신제주로터리 주변 4군데 소공원에 '야시장'을 개설하는 것이다.

연동 '담팔수 축제'를 제안한다

야시장은 이른바 축제가 벌어질 때마다 등장하는 비위생적인 난장 식이어서는 안된다. 이동이 수월한 부쓰나 포장마차 등을 제작하되 똑같은 디자인으로 통일하고 그곳에서 판매하는 종업원도 똑같은 디자인의 복장으로 통일한다. 그리고 행정 당국은 식품의 위생과 오수처리 과정을 철저히 감독하고, 매주말 마다 '담팔수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다.

축제라 하니 또 한물간 유행가 가수들을 초청하여 공연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행정기관은 자그만 야외 공연시설과 음향 시설등만 제공해 주면 된다. 시청 어울림 마당에서 공연하는 통기타 가수도 좋고 재즈음악도 좋고, 유치원생들의 공연도 좋다. 제주도내 문화예술인들(프로만이 아니라 아마추어도 포함)이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만 만들어 지원하면 된다.

이 곳에서 주말이면 시민들과 관광객이 하나가 돼 어우러지는 문화를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신제주의 야간관광은 건전하면서도 제주의 대표적인 야간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한다.

단 하나 가로수에 매일 밤 조명을 비추었을 때 나무의 생육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영향을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조심스레 설치해야 함은 물론, 최근 신천지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빛의 축제'가 외국의 유수한 전문가가 만들었다고 하므로, 이왕 제주에 온 김에 그들의 자문을 받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산지천 주변을 '노천카페' 단지로

둘째로 구제주 권의 야간 관광상품의 개발이다. 현재 구제주권의 야간 관광상품이라면 탑동 주변과 제주시 해안도로 주변밖에 없다. 그것도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 아니며, 바다를 보러 온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찾는 까페촌 일색이다.

이 외에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제주시의 자랑인 '산지천' 이다. 이곳은 여름철 음악분수와 물놀이를 위해  아이들 외에는 관광객들이 그리 많이 찾지 않는다.

제주시 또한 이곳 주변을 '차이나타운'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고 들었다. 동문시장 아케이드가 만나는 지점인 음악분수에서 중국피난선까지 서쪽 지역을 일괄 매입하여 노천까페를 만들어 분양하고, 산지천주변의 조명과 분수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어떤가? 이미 이러한 의견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업추진이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곳이 이렇게 하여 야간관광으로 활성화 될 경우, 재래시장인 동문시장과 칠성로 및 탑동지역 또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구제주 중심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도로 뽑고 마을회관 증축하는데 쓸 예산이 있으면 이런데 투자하라는 말이다.

이곳이 살아나면 공동화되어 가고 있는 산지천 반대편 동쪽 지역 또한 함께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필자는 이 지역이야 말로 산지천이 내려다 보이는 부가가치가 높은 벤처기업 타운이 될 만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역에도 매주 말이면 동문로터리에서 부두방면 일부 지역을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 일부 공간은 주차공간으로 일부공간은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만들면 어떤가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상의 필자의 의견은 관광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으로 그 효과나 타당성에 있어 현실성이 없는 주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침체된 제주관광을 살리기 위해서는 '아, 옛날이여!'를 외치기보단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에서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해 보았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제주관광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다한 토론이나 세미나도 필요하지만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나 상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꿈에 불과한 황당한 계획이라고 해도 좋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제주시 당국의 전향적 검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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