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임의 제주 오름기행] 어머니 품 속 같은 절물오름

▲ 정상 정자 정상의 정자는 나그네의 다리를 쉬게 합니다.  ⓒ 오식민

여유를 가지고 떠난 겨울 오름 트레킹이지만 오름 길라잡이 오식민 선생님은 발길을 재촉합니다. 한꺼번에 3개의 오름 트레킹에 나서야 하니 마음이 조급했던 게지요. 

민오름 억새밭을 벗어나 절물오름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른 눈길입니다. 절물오름은 족은절물오름과 큰절물오름이 나란히 어깨를 겨루고 있습니다. 절물오름은 제주시 절물휴양림으로 유명하며 삼림욕코스로 잘 알려져 있지요. 

우리가 계획한 절물오름 트레킹코스는 족은절물오름 능선을 돌아 큰절물오름 능선을 걷는 것입니다. 그리고 큰절물오름 분화구를 가로질러 정상까지 가는 것입니다.  

▲ 트래킹코스 입구 표지판 표지판 사진은 여름인것 같군요. 계절의 신비로움을 보는듯 합니다.  ⓒ 오식민  

족은절물오름 트레킹 코스는 급경사 

길옆에는 제주시봉개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새겨놓은 트레킹 표지판이 오르미들을 반깁니다. 표지판 사진은 자연림이 울창한 여름 광경입니다. 사진 속 여름풍경을 보니 계절의 유희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 것 같습니다. 계절은 무성한 이파리를 모두 떨어지게 했으니 말입니다.

급경사로 이어진 트레킹 코스는 눈이 많이 쌓여 발목까지 빠졌습니다. 앞서가는 오르미는 자꾸만 미끄러집니다. 숨이 헉헉대기도 하고 콧물이 나기도 합니다. 눈길 트레킹은 힘이 배가 됩니다. 생각하면 트레킹은 고통입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지요. 

▲ 절물오름 능선 절물오름 능선은 타원형 경기장 트랙같습니다.  ⓒ 김강임  

타원형 경기장 트랙 같은 능선 

표고 657m 에 달하는 족은절물오름을 우리는 쉬지 않고 올랐습니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소리와 까마귀 울음 소리가 겨울 숲에 머뭅니다. 소나무와 삼나무 숲은 아늑하기까지 합니다. 족은절물오름  능선은 큰절물오름 능선과 이어져 있었습니다.

족은절물오름 분화구는 북동쪽으로, 큰절물오름 분화구는 남동쪽으로 이어진 말굽형 분화구입니다. 2개의 화구는 마치 타원형 경기장의 트랙 같다고나 할까요. 오름 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의 속살이 훤히 드러납니다. 여름에는 울창한 자연림으로 덮였을 분화구는 속살마저 허옇습니다.  

큰절물오름 분화구에도 길이 나 있습니다. 눈길을 누군가가 밟고 지나갔으니 그곳이 바로 길이지요.   

▲ 큰절물오름 분화구 분화구 안은 어머니 품속처럼 따뜻했습니다.  ⓒ 오식민

어머니의 품속같이 따뜻하네!

"야, 분화구 안이 참 따뜻하네!"

발갛게 얼어버린 볼을 비비며 오르미들은 말문을 엽니다. 분화구 안은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따뜻합니다. 따뜻한 온기의 느낌도 잠시,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무려 2시간 동안 눈밭을 걸었으니 배가 고팠던 게지요. 배낭 속에서 빵과 따뜻한 물을 꺼낸 우리는  겨울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서 빵과 차를 마셨습니다. 분화구 안에서 먹는 간식이 꽤나 운치 있고 맛있더군요.

▲ 분화구 자연림 분화구 자연림이 무성합니다.  ⓒ 김강임  

겨울 숲 향기를 아시나요? 

겨울 숲 향기는 색깔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지요. 그저 벌거벗은 겨울나무의 쓸쓸함과 호젓함이 전부입니다. 바람소리, 눈 냄새로 어우러진 무색의 맛과 눈 속에서 기지개를 켜는 식물들의 아우성이 떠들썩할 뿐. 우리는 오 선생님이 주신 5분간의 휴식에서 겨울 숲의 향기에 빠졌답니다.

오름 능선은 잡초와 가시넝쿨, 활엽수림이 서로 엉켜 삽니다. 절물오름의 족은 봉우리는 '족은대나', 큰 봉우리는 '큰대나'라 부른답니다.   

▲ 능선 트래킹 억새와 띠로 군락 이룬 능선 트래킹을 했습니다.  ⓒ 김강임  

표고 696m 정자위에서 세상을 보다

다시 큰 절물오름 정상을 향해 걸었습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은 억새와 띠가 춤을 춥니다. 표고 696m의 큰절물오름 정상에서는 정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산속에서 만나는 정자는 피곤한 나그네의 다리를 쉬게 합니다. 

▲ 정상에서 본 한라산과 오름군 정상에서는 하늘과 바다, 산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 오식민

정자의 난간에 기대어 봅니다. 구름속에 아스라이 보이는 동쪽의 풍경들, 그리고 잿빛 회색의 해안선, 남쪽으로 한라산과 그 오름군들이 구름위에 떠있습니다. 하늘과 구름, 산이 맞닿은 풍경. 늘 오름 정상에서는 하늘과 바다, 산을 한꺼번에 조망합니다.

드디어 하산입니다. 하산 길은 잘 다듬어진 절물오름 등산로를 이용했습니다. 계단으로 이뤄진 등산로지만 계단은  눈 속에 감춰버렸습니다. 아이젠 없이는 하산할 수 없는 미끄러운 등산로입니다.  

▲ 절물약수터 만병통치약으로 유래가 있는 절물 약수터  ⓒ 오식민  

▲ 약수터 절물오름 약수터 약수물은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오식민 

오름 허리에서 흐르는 용천수 만병통치약

 

 

 

절물오름 최고의 프리미엄은 큰대나오름 허리에서 용출된다는 약수물입니다. 절물오름 용천수는 신경통과 위장병에 좋다고 많은 이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 절물오름 약수물 오름 허리에서 졸졸 흐르는 약수물  ⓒ 오식민  
   
이쯤해서 취한 숲향기를 용천수 한 그릇에 녹여봅니다. 간장이 써늘하더군요. 검은 제주현무암과 하얀 눈이 마치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시루떡 같았습니다. 그리고 돌 틈에서는 졸졸졸 용천수가 흐릅니다.  

폐타이어로 만든 오름길, 밧줄을 묶어놓은 비탈길, 검은 흙속에서 꽃을 피운 억새, 분화구의 자연림, 눈 속에서 꿈틀대는 생명들, 우리는 화구를 돌며 겨울 숲의 아늑함에 취하기도 하고 용천수를 들이키기도 했습니다. 

민오름과 절물오름 트레킹을 끝내니 뿌뜻함과 우려가 교차했습니다. 행여 트레킹을 한답시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는지 뒤돌아보는 순간이었지요.  

☞ 찾아가는 길 : 제주공항-번영로-제주시 절물휴양림-절물오름으로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족은절물오름과 큰절물오름 트래킹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절물오름

 

▲ 큰절물오름 민오름 정상에서 본 큰 절물오름입니다.  ⓒ 김강임 

절물오름은 제주시 봉개동 산 78-1번지에 소재해 있으며 큰 절물오름과 족은 절물오름, 2개의 봉우리가 있다. 큰절물오름은 표고 696.9m, 비고 147m, 둘레 2459m, 면적 397,123㎡, 저경 871m이며 말굽형분화구 모양이다. 오름의 유래는 오름에 약수암이라는 절이 있고 동쪽에 약수터(물)가 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한다. 절물오름은 丹霞峰(단하봉) 丹羅岳(단라악) 등의 옛 표기가 남아 있으며 큰절물오름 봉우리는 큰대나오름이라 일컫는다.
 

▲ 족은 절물오름 민오름에서 본 족은 절물오름입니다.  ⓒ 김강임 

족은 절물오름은 표고 656.7m, 비고 120m, 둘레 2325m, 면적 305,719㎡, 저경 689m로  동부산업도로 봉개동 명도암 입구에서 남동 방향으로 약 5.7Km 지점에 위치한다. 족은절물오름 봉우리는 '족은대나'라 부르고 있으며, 큰대나오름에 이어진 오름이다. 북동방향으로 터진 말굽형 화구가 있으며, 전사면은 활엽수 등으로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청 관광정보에서- 

 덧붙이는 글 | - 사진을 제공해 주신 오식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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