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5)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돌리면..."

▲ 제주 송당리 본향당 당굿 ⓒ제주의소리 DB
우수에 경칩이라 합니다.
마을마다 동제, 당제, 영등제에 포제까지 지냅니다.
그 날은
미신이라 천대 받는 무당들도 어엿이 문화인이 되어
나라님들에게도 절도 받고 큰 대접도 받습니다.

횃대에 걸린 가사에서 향내가 납니다.
저도 정초라 기도를 하였는데
꽤나 시간과 마음을 쓰긴 했나 봅니다.
많은 분들과 함께 하니
혼자일 때보다 게으름도 덜고 간절함도 더한 듯합니다.
이렇듯 각각의 원들은
저 거룩한 분 안에서는 모두가 하나인가 봅니다.

이때, 사찰에서는 주로 참회와 발원들을 많이 합니다.
나의 존재를 위해선
수많은 유정무정(有情無情)의 희생이 따랐을 것입니다.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였든 나의 행위는
수많은 이에게 유무형(有無形)의 상처를 주었을 것입니다.
내가 진리의 길이라 믿고 실현하고자 했던 실험적 삶은
다른 이들의 삶의 혼돈과 방황이 되었을 것입니다.
......
내가 이생에 남긴 세상의 수고로움보다
많은 이들에게 끼친 삶의 해는 더욱 컸기에
참회는 향내처럼 가사에 배이고, 마음에 배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이렇게 참회할 수 있음도
신비한 일이며 부끄러운 일입니다.
나아가, 불보살님이 베푸신 자비의 가피이며
하느님이 펼쳐놓은 사랑의 은총이 아닐까 합니다.
언제나처럼 참회기도는
가피와 은총을 받은 충만된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시린 겨울의 찬바람도
이처럼 따사로운 봄날이 되면 설렘의 바람이 되듯이

▲ 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스스로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돌리면
이 세상 모두가 나의 은인이며,
따뜻하게 나를 감싸주는 봄바람임을 알게 됩니다.

우수, 경칩이 이제 봄임을 알립니다.
이제는 자기 자신이 바로 봄임을
믿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어제를 떠나 왔듯
오늘을 떠나려 합니다.
참회와 은혜에 대한 감사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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