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턴 자체감사 하겠다” vs “대행감사 수용해라” 신경전
일선학교 ‘중복감사’ 현실화…감사위, 교육전담 전문성 선결과제

▲ 양성언 제주도교육감.
▲ 신행철 제주도 감사위원장.
교육청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를 놓고 제주도 감사위원회와 제주도교육청이 기(氣) 싸움을 벌이면서 일선 학교만 ‘중복감사’로 파김치가 될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및 이에 근거한 ‘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제주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직속기관, 학교까지 감사위원회의 감사대상으로 규정, 정기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교육감, 초·중학교에 대해서는 지역교육장에 감사위원회를 대신해 감사를 실시해 감사위원회에 보고하는 방식의 ‘대행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위원회는 “읍면동에 대해 행정시로 하여금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대행해 실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5월 법제처에 질의, “교육청에서 자체 감사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이 나옴에 따라 2008년부터는 교육청 자체감사를 실시키로 해 감사위원회와 마찰을 빚고 있다.

교육청과 감사위원회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평행선을 달리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청과 감사위원회로부터 ‘중복감사’를 받아야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감사위원회는 교육청의 자체감사 시도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잘못 해석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육청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결국 ‘2008년도 자치감사계획’을 수립, 대행감사체제에서 직접감사체제로 전환키로 방향을 선회했다.

감사위원회는 “교육청이 자체감사를 실시하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 행정감사규칙을 근거로 ‘행정감사규정’을 훈령으로 제정했지만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교육부장관을 포함한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감사권한이 배제되어 있어 교육부의 행정감사규칙 역시 제주도에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감사를 하고자 하면 법령과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실시해야 하지만 현재 교육청에서는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도 않다”며 “따라서 교육청이 대행감사를 거부하고 자체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하는 것은 특별법 취지나 특별자치도 이념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 ‘감사위원회가 학교에 대해 직접 감사하기 위해 나섰다’고 지적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교육청에서 대행감사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법과 조례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 이번 교육기관에 대한 감사 파문의 책임을 ‘교육청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교육청이 대행감사를 수용할 경우 중복감사가 없어져서 수감기관인 학교의 덜어줌은 물론 특별법의 취지에 따라 감사기능을 일원화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감사 제도’를 실현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청에 대해 ‘대행감사’ 수용에 대해 압박했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도 할 말이 많다고 벼르고 있다.

우선 감사위원회가 학교기관의 특성에 맞는 감사를 시행할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감사위원회는 중앙부처의 감사를 대행하는 것이므로 제주도교육청 본청에 대해서만 감사하고, 지역교육청과 일선 교육기관에 대한 감사는 주민직선에 선출된 교육감이 하는 것이 ‘교육자체’에도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감사위원회와 제주도교육청이 일선 교육기관에 대한 ‘대행vs자체’감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일선 학교만 중복감사를 받아야 해 행정력 낭비가 우려되고 있어 본격적인 감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원만한 합의도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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