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지는걸 보았습니다.
별이 지는걸 보았습니다.
  • 오성스님 (-)
  • 승인 2008.03.07 09:5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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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스님의 편지](6) 3월 봄날, 내가 할수 있는 것은...

▲ 햇살아래의 쉼 ⓒ 오성

3


별이 지는걸 보았습니다.
그토록 어둠을 밝히려 애쓰던 희망이
동녘 땅 움트는 붉은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말없이 자리를 내주고
허허로이 시린 살갗을 비비며
이른 새벽, 한 걸음 한 걸음
쓸쓸히 떠나가는 별을 보았습니다.

별이 진 뒤로,
나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우주를 찬찬히 들려다 보고
상상이 초롱하게 맺혔던 눈은
한낱 시계視界에 가려
흐릿한 몇 걸음 앞을 바라볼 수 있을 뿐…….
이제 그도 과분하단 생각이 듭니다.

별이 진 뒤로,
새들이 대숲의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온전히 내 것이었던 앞마당을
특히 휘파람새에게 강탈당하고는
뭐라 한 번 항변도 못해본 채
나의 귀는 막막하여 저 신비한 전설과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별이 진 뒤로,
절반의 밤, 한계를 모르고 시공을 유영하던
나의 육신은
한 발 한 발, 소요逍遙의 자유 감을 잃고
꿈을 잃고 체온을 잃었습니다.
기운을 불어넣으려 애쓰는 바람의 몸짓에도
원리 감으로 세상을 느낍니다.

별이 진 뒤로,
내 창에 드리운 햇살 따라
마음의 그림자는 점점 자라나
   
 

▲ 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나의 모든 감각은 마비되고
긴 밤
굳은 맹서를 무상의 강물에 떠나보내
환희나 슬픔도 말라버린
휘휘한 가슴에 햇살이 아릴뿐.
 
3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얼굴에 묻고
다만,
조는 것입니다.

 

<제주의소리>

<오성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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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2008-03-11 18:09:41
생각을 깨면 현실이 가까워지나요
마주한 꽃망울이 마음가득 채워지면
원하는 세상을 맞이할것같은....좋은예감

스님의 글 하나에 마음을 양식을 찿아가듯
우린 가는세월 다가올 세월에 그냥 묵묵해지는걸까요

따사로운 봄날에
기대하는 마음이 높이만 올라갑니다
221.***.***.209

오성 2008-03-09 17:21:31
왜 봄이 따뜻할까요. 과연 모든 존재에게 봄은 따뜻 할까요. 겨울 철새들은 왜 떠나죠. 여름 철새들은 왜 아직 오지 않았죠. 관념을 깨지 않는한 우리의 참 삶은 보이지 않습니다. 안주는 편안을 갖어다줄지 모르지만 평화는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봄은 어디에 있습니까.
221.***.***.192

화광동진 2008-03-09 16:47:20
스님, 별이 지면 다시 새로운 별이 뜨겠지요.더욱이 꿈과 생명을 잉태한 3월에는...오늘 향기품은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스님의 향기는 선래왓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21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