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비 폭등에 한숨짓는 중화반점 사장님
제주시 삼도1동에 위치한 우리 사무실 인근에는 저렴한 가격에 중화요리를 맛 볼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 상호는 '설매반점'이다. 오랫동안 단골로 이용하여서 이제는 식당 사장님 내외는 물론이거니와 주방장과도 제법 친한 사이가 되었다.
▲ 설매반점 단골 음식점이다. 제주시 삼도1동에 있다. ⓒ 장태욱 |
‘설매반점’에는 가격표가 두개 붙어 있다. 그 중 하나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적혀있는 가격은 배달했을 때 적용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배달 음식 가격은 인근의 다른 음식점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장면은 3500원이다.
▲ 내부 홀이 보통 중화반점보다 약간 넓다. 항상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다. ⓒ 장태욱 |
식당 구석에는 종이에 써 놓은 또 다른 가격표가 있다. 여기에 적힌 가격은 손님이 직접 식당에 방문해서 음식을 먹었을 때 적용하는 가격이다. 배달 음식에 비해 보통 1000원이 싸다. 사장님 내외분에게는 미안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내가 이 음식점을 단골로 애용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바로 천원 싼 음식의 가격에 있다.
▲ 가격표 식당을 직접 방문해써 먹었을 때 적용하는 가격표다. ⓒ 장태욱 |
물론 이 식당을 자주 애용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자장면 한 그릇에도 서너 가지의 밑반찬이 따라 나오는 후한 인심에 반해 발길이 저절로 이 곳으로 이끌린다. 난 이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손님 접대도 한다.
단골로 오랜 기간 인연을 맺다보니 사장님 내외분이 살아온 이력도 대강 알게 되었다. 전북 정읍이 고향인 사장님(한중연, 61년 생)은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에 내려왔다.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친인척만 챙기는 제주 사람들의 생활 풍습이 여간 야속하지 않았다. 모진 시련을 겪고 나서야 이웃도 생기고 사업도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 한중연 사장님 배달은 사장님의 몫이다. ⓒ 장태욱 |
그런데 최근 설매반점 사장님과 사모님에게 큰 근심거리가 생겼다. 재료값이 매달 오르는데, 소비는 줄어서 음식점 경영에 큰 어려움이 생겼다는 것이다. 설매반점이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의 피해를 겪는 모양이다.
무슨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더니, 사모님의 하소연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에 밀가루가 20킬로 한 포대에 1만 9000원이었는데 이달에는 2만 8000원으로 올랐어요. 식용유는 18리터 한 통이 2만 3000원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3만 2000원이예요. 계란은 어떻고요? 한판에 2200원 하던 계란이 지금은 4000원이 넘어요. 500원 하던 호박이 지금은 1500원이예요. 쌀만 빼고 재료비가 다 올랐어요."
음식 재료비만 오른 것이 아니었다.
"가스는 50킬로 통으로 두 통(100 킬로)을 채우는데 5만 원 대에서 7만 9000원으로 올랐거든요. 100킬로면 3일밖에 못써요. 한달 가스 값만 90만원이 넘어요. 요즘은 외상으로 들어오는 물건도 없어요. 전부 현금을 줘서 사야 해요."
▲ 사모님 사모님이 홀 서빙을 하면서 배달 주문 전화도 받는다. ⓒ 장태욱 |
재료상에 물건을 사는데 지출하는 돈이 한달 200만원 정도이고, 가스 값이 90만원 정도 들어간다. 거기에 직접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비용이 200만원 정도고 인건비 지출이 200만원, 기타 비용이 100만원 정도여서, 임대료를 제외하고서도 총 지출이 800만원을 넘는다. 그러고 나면 사장님 부부의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는 달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물류비 때문에 제주의 재료비가 다른 도시에 비해 더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음식 값은 이곳이 가장 싸잖아요. 서울은 자장면 값이 4500원이래요."
▲ 주방장 안씨 음식 솜씨가 일품이다. 성격이 호탕하며 놀랄만큼 밥을 많이 먹는다. ⓒ 장태욱 |
자장면 한 그릇에 4천원이 넘는 다는 말이 믿기지가 않아서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로 확인했더니 기가 막힌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집 근처는 자장면 한 그릇에 4500원인데 사무실 근처는 5천원이야. 그런데 난데없이 자장면 가격은 왜 물어보냐?"
서울에서 5천원인 자장면을 난 2500원에 먹고 있으니 이 사장님 내외분이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다. 제발 여기서 오랫동안 장사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아무래도 음식값을 좀 올려야할 것 같아요. 지난달에 비해 늘어난 지출이 한 사람 인건비 정도예요. 다음달에 재료비가 또 오른다고 하잖아요. 가만 앉아서 손해 보는 돈이 얼마인지 모르겠어요."
쉬지 않고 오르는 물가가 제발 진정되어서 이 가게 가족들이 근심 없이 활짝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나도 맛있는 자장면을 저렴한 가격에 계속 먹을 수 있을 테니까.<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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