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9)

며느리밑씻개에 관한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은 내력이기도 한데 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초여름 밭에나가 검질을 매던 시어머니의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단다. 시집온지 3년이 되었다며 하필이면 가장 바쁜 농번기에 친정에 다녀오겠다며 간청하는 며느리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친정에 보내긴 했지만 시에미의 마음은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면 쬘수록 며느리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었지.

가만히 아픈 배를 다스리며 대변을 보면서도 은근히 속상하는 거야. 일을 마친 후 풀섶으로 손을 가져가 닿는대로 쓱!하고는 풀을 뜯어서 엉덩이를 닦는데 그만 자지러질 수밖에...."앗, 따거!"이미 늦었지만 그 놈이 뭔가 보니 그만 잔가시가 송송맺힌 요상한 풀이었던거야.

"에이씨부럴, 며느리년 손에나 걸리지 하필이면 내 손에 설리냐..."

뭐 이래서 이 꽃 이름이 며느리밑씻개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재미있다기 보다는 며느리의 아픔이 베어있는 꽃같아서 가련해 보이는 꽃입니다. 꽃 중에서는 며느리와 관련된 꽃들은 저마다 슬픈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위와 관련된 꽃 중에서는 사위질빵이라는 꽃이 있는데 그런 경우는 장모의 사랑이 듬뿍 뭍어나는 꽃이랍니다.

예로부터 시집가면 벙어리 삼 년, 장님 삼 년이라고 했습니까?

그러나 아마 제주는 그런 일일랑 애시당초 없었을 것 같습니다. 독립성이 강한 제주 여성들은 늙어서도 며느리나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삶을 살아오는 것을 좋아했으니 말입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을 연재하는 '김민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살고 있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목사이며, 수필가로 근간 자연산문집<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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