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외국에서 징역형 선고받아 이중집행 불이익 고려"
자신의 애인을 일본까지 뒤쫓아와 폭행.감금하고 '나체사진'까지 촬영, 협박한 것에 불만을 품고 살인을 저지른 40대 남성에게 한국법원에서 집행유예의 감형을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박평균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일본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아 추방된 김모씨(40)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3월 고향 친구의 여동생 부모씨를 일본에서 만나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다. 하지만 부씨의 전 남자친구인 고모씨(29)가 일본까지 찾아와 폭행과 협박을 했다.
김씨는 고씨에게 "괴롭히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오히려 고씨는 부씨를 감금하고 '나체사진'까지 촬영해 협박했다.
이에 김씨는 2000년 6월9일 고씨가 근무하던 일본 대판시 모 칵테일바를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이 사건으로 일본 대판지방법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 받았고, 2007년 9월12일 가석방돼 한국으로 추방됐고, 제주지방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애인의 나체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흉기로 살해한 점은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일번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외국에서 형의 집행으로서 피고인에 대한 형벌목적이 달성됐다는 점, 또한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제주지법 이계정 공보관은 "형법 제7조는 범죄로 인해 외국에서 형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해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을 고려할 지 여부는 재판부의 재량사항이지만 피고인이 같은 범죄로 인해 형을 이중으로 집행받는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규정에 의해 형을 감경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