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수수료 제도 정비해야 자영업자 산다

내 외조부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고향마을에서 주유소를 경영하셨다. 그런 이유로 나도 학창시절 방학에 주유소에서 주유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다. 몇 해 전부터 외조부가 돌아가시자 외조부의 장남인 큰외삼촌이 주유소를 경영하고 있다.

그 주유소는 농촌 마을에 있는 주유소인지라 도시 주유소와는 달리 자동차 주유의 비율이 높지 않다. 주로 가정용 보일러 등유와 농기계와 온실에 공급하는 농업용 면세유가 매출의 주를 이룬다. 그런데 최근들어 가정용 실내등유의 소비는 대폭 줄어들었다고 한다. 몇 해 동안 귤 값이 하락하고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와중에 전기 매트가 농촌에 많이 보급되어 보일러 사용시간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협은 앉아서 돈 벌고...  
   

▲ 주유소 외삼촌이 운영하는 주유소다. 고향 마을에는 이 주유소외에도 농협에서 운영하는 주유소가 또 있다. ⓒ 장태욱

이렇다보니 농촌 주유소의 매출은 농업용 면세유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주유소 운영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공급체계로 인해 아무리 기름을 팔아도 만성적 경영악화를 면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한다.

2008년 3월 기준으로 정유사에서 주유소에 공급되는 경유의 리터당 과세유 납품가가 1431원이다. 이 유가에 포함된 세금이 약 607원 정도라고 한다. 주유소에서는 정유사에서 1431원에 경유를 사서 농가에 판매하고 나중에 여기에 포함된 607원의 세금을 정유사에서 환급받는다고 한다. 결국 면세유의 원가는 824원이 되는 셈이다.

현재 외삼촌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는 경유 면세유의 원가 824원에 56원을 더해 농가에는 880원에 공급한다. 약 7퍼센트의 유통마진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이 56원 중 절반 이상이 농협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데 있다. 농협은 정부에서 위탁을 받고 농가에게 면세유구입카드나 출고지시서를 발급하는 대가로 유류판매액의 2퍼센트를 수수료로 챙기고 있다.

물론 법적 근거는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6조의 2 제17항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농업협동조합법' 에 따른 조합은 농·어민에 대한 면세유류의 공급과 관련하여 면세유류구입카드등의 교부, 관리대장의 비치, 전산처리 등에 사용되는 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 면세유류구입카드등을 교부받는 자로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징수할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에는 1만 리터 이상의 면세유를 공급받는 농가에는 의무적으로 농협면세BC카드를 사용하게 하여 카드결제수수료 1.5퍼센트를 챙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면세유의 유통마진 7퍼센트 절반에 해당하는 약 3.5퍼센트는 고스란히 농협의 금고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 유류 공급 가격표 정유사에서 발급한 유류 공급가격표 ⓒ 장태욱

"제도화 된 거라 다른 방법이 없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의 강재탁 자재과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에 관한 근거를 들어보았다. 

-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면세유의 판매가의 2퍼센트를 농협에 수수료로 납부하는 제도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인가?

"면세유 판매 취급 수수료는 조세제한특례법에 명시되어 있다. 2004년부터 시행되었다. 농협에서 농가에 카드를 발급하거나 출고지시서를 발급하는데는 비용이 들어간다. 과거에는 수수료를 지자체에서 부담했는데,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해 면세유를 공급받는 농가가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는 취지로 제도화되었다."

- 주유소들은 수수료로 인해 적당한 마진을 책정하지 못하고 있다. 입법취지와 달리 농민들은 저렴한 가격에 면세유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주유소는 경영난을 겪게 하고 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그런 문제도 발생한다고 본다. 하지만 법에 의해 제도화된 것이니 다른 방법이 없다."

- 일반 농협에서는 면세유 관리에서 얻어지는 수수료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농협에 들어간 이상 해당 농협의 수입이기에 해당 농협의 재량에 속한다. 대부분 농협이 농민들을 위해 쓰고 있을 것이다." 

주유소 경영주가 현금 5000만원을 들여 사온 기름을 다 팔아서 생기는 유통마진은 350만원이다. 그런데 그 중에 175만원은 이 기름의 유통에 참여하지 않은 농협의 금고로 들어가고 있다. 나머지 175만원으로 직원 임금주면 남는 게 없는 경영주의 심정은 어떨까?  

게다가 최근에는 농협마다 자체 주유소 영업을 하고 있다. 결국 자영 주유소의 경영자는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서 경쟁사의 금고만 채워주는 결과만 낳고 있으니 오죽 속이 타겠는가? 

이 문제 또한 법과 제도의 문제이고, 총선이 한달도  남지 않았기에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고 해결해 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양극화와 경제위기의 상당부분은 자영업의 퇴조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본다. 이번 총선에 도전하는 많은 현량들은 민생을 좀더 배려하는 섬세한 정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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