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호남, 홍가윤 의원 "도의회는 거수기가 아니다?"

제주도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산심의 후 몸살을 앓고 있다.
예산삭감에 불만을 품은 제주도청이 집 간접적으로 도의회를 비난하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으며, 언론 역시 매일 도의회를 질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근민 도지사는 예산삭감이 본회의에서 결정된 직후인 16일, "어느 시도가 예산심의를 이렇게 하느냐"며 "마치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을 보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이 이라크 영토를 침공한 것을 빗댄 말이다. 어떻게 본다면 의회의 예산권을 침해하는 발언일 수도 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제주도청과 도의회 안팎에서는 "그렇다면 김영훈 의장은 매일 조지기만 하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고, 우근민 도지사는 얻어맞는 이라크의 후세인이란 말인가"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마저 퍼져나갔다.

제주도는 또 제주도의회가 삭감한 예산안 비율이 전국 시도에서 가장 높다는 자료를 흘려 도내 신문 3사가 이를 일제히 보도하는 방법으로 의회를 압박했다.

그렇다면 이번 도의회의 예산삭감은 과연 무엇이 문제였는지 예산심의 과정에서 중심에 서 있었던 강호남 예산결산위원장과 홍가윤 운영위원장을 <제주의 소리>가 만나봤다.

강호남 의원, "도가 절차를 무시한다고 의회마저 원칙을 무너뜨릴 수는 없지 않는가?"

- 예산 삭감 때문에 말들이 많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제주도가 가장 큰 불만을 보이고 있는 항공사 설립출자금과 관광정보센터 설립비용 문제만 하더라도,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무조건 예산만 승인해 달라고 하면 어느 누가 예산을 승인할 수 있느냐. 집행부가 절차를 무시한다고 입법기관인 의회마저 원칙을 무너뜨릴 수는 없지 않는가. 도의회는 요청만 하면 손을 들어주는 거수기가 아니다."

- 예산심의의 원칙이 있을 것인데.
"일차적으로는 합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회마저 절차를 무시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다음으로는 사업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타당성은 용역보고서 등을 통해 나타나는데 이 사업을 해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용역보고서가 결론을 내리는 것인데, 용역중인 사업에 대해 무조건 예산을 승인해 달라고 하니 참으로 딱하다."

- 구체적으로 들어가자. 가장 큰 쟁점이 항공사설립 출자금이다. 항공사 설립을 바라는 도민 여론도 높다. 삭감한 이유가 무엇인가.
"항공사를 설립하자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타당성을 확인해야 할 것이 아니냐. 아직까지 경영컨설팅 용역 최종보고서가 나오질 않았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또 하나는 예산을 승인하기 위해서는 상임위원회에서 공유재산 관리계획 승인를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경영컨설팅 보고서가 완료되지 않아 승인을 받지 못했다. 공유재산승인 절차도 없이 예산을 승인해 주는 것은 예산편성지침에도 위배된다. 자신들이 할 일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예산만 승인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되나.

제주도에서는 자꾸 '삭감했다'고만 하는데 삭감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도가 경영컨설팅 용역을 최종적으로 마무리짓고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을 받은 후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예비비로 편성해 놓았다. 이게 전부다."(* 참고로 항공사 예산승인을 요구한 경실련 등의 시민사회단체도 기자회견에서 1차적 책임은 제주도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 그렇다면 관광종합정보센터는 어떤가.
"이 것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적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려는 관광협회에 자체 회관을 마련해 주자는 것은 의회 역시 찬성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시해야 할 것이 아니냐. 관광센터 운영과 활용방안에 대한 용역이 진행중이다. 용역도 마무리 안된 상태에서 무조건 돈을 달라고 압박만 하고 있다. 제주도가 5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는데 왜 50억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

또 관광협회가 전체 사업비 중 얼마를 부담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확정이 안돼 있다. 용역결과를 토대로 손익계산을 검토하고 관광협회의 부담비율을 보면서 의회가 예산승인을 하는 게 마땅한 게 아닌가. 이 역시 예비비로 편성해 놓았다. 용역결과 타당성이 충분히 있고 자체부담금이 확정되면 의회에서 승인할 것이다."

- 집행부에서는 도의회가 자꾸 절차에만 매달린다고 불만이다.
"어쩔 수 없다. 의회는 입법기관으로 원칙과 절차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이야기 하나 하자. 호접란 문제다. 이번에도 삭감을 했다. 도에서 지난 98년에 호접란사업 예산을 처음 요청할 때 '이미 확보한 국비를 반납할 수 없다'고 해 어떨 수 없이 예산을 승인해 줬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 우근민 지사도 스스로 인정했듯이 공무원들이 호접란 수출에 대해 몰라도 한참 몰랐다는 게 나타나지 않았느냐. 재배기술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미국 현지의 호접란 하우스를 짓는데 필요한 인허가절차 조차 몰랐던 것 아니냐.

때문에 인건비를 포함한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고 재배농가들이 애써 가꿔 미국으로 보낸 호접란이 버려지고 있고, 제 값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냐. 도의회가 제대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고 '농민을 위한 사업이다'라며 무조건 예산승인을 해달라는 집행부의 요구에 못 이겨 승인해 준 결과다. 호접란 실패에는 예산을 승인해 준 의회의 책임도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모든 예산을 승인할 때 타당성 검토를 충분히 하자는 것이다. 어떤 사업이든지 호접란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이 잘못이라고 한다면 비판을 받겠다.

예산은 도지사나 의원들이 마음대로 쓰는 돈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혈세'이다. 유권자들은 도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우리를 뽑아준 것이다. 그런 우리가 도의 요구대로 예산을 무조건 승인만 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인 셈이다."

홍가윤 의원,"자기 돈이 아니라고 그렇게 흥청망청 써도 되느냐"

제주도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가윤 의원은 교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이번 예산심의에서 항공사 설립과 관광정보센터 예산을 삭감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타당성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배낭연수에 대해서는 올해 추경예산 심의에서도 삭감한데 이어 내년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 해외배낭여행에 대해 올해에 이어 내년도 예산까지 두 차례나 삭감했다. 그 이유가 뭐냐.
"우선 해외배낭 여행 지원사업비 책정이 잘못됐다. 제주도는 올 여름 대학생 해외배낭 예산을 편성하면서 유럽여행 14박15일에 300만원이 소요된다며 자비 20%에 지원 80% 원칙을 정해 1인당 240만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예산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가 자체적으로 서울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 217만원이면 충분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대한항공에서 판매하는 자체 호텔을 이용한 패키지 상품도 229만원이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에도 나와있다. 217만원에서 229만원이면 충분한 여행경비를 300만원으로 부풀려 예산을 승인해 주라니...잘못된 것을 알면서 어떻게 승인해 줄 수 가 있나."

-제주도가 왜 그렇게 예산을 편성했다고 생각하나.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주도가 해외배낭 여행을 위해 도내에 40개 여행사에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위탁했는데 항공권 발권 대행 수수료에만 6770만원을 지불했다. 6770만원을 낭비한 것이다. 제주도나 대학이 직접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는데 대행하다보니 6770만원을 낭비한 게 아니냐. 여행사에서는 한군데다 160만원정도씩 나눠 가졌다고 한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항공권에서만 6770만원의 수수료를 줬다면 호텔은 어떠했겠느냐. 자기 돈이 아니라고 너무 예산을 물쓰듯 하고 있다."

- 다른 문제는 없었나.
"대학생 배낭 연수를 하겠다고 하면서 거기에 공무원과 대학교수는 왜 포함시키나. 공무원과 교수인원만도 각각 25명씩 50명이었다. 그래서 삭감했다. 제주도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처음 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걱정도 되고 해서 인솔해 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대학생들이 뭐 어린아이냐. 또 그렇게 학생들이 걱정된다면 대학에서 예산을 마련하거나 교육부의 예산으로 가야 하는 게 마땅한 게 아니냐.

우리는 공무원과 교수를 제외시키라고 하고 3억원을 삭감해 7억원만 승인해 줬다. 그러나 제주도는 의회의 결의사항도 무시한 채 교수들을 포함시키고 해외여행 목적지를 동남아 10박11일로 바꿔 다녀왔다. 이렇게 의회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이냐.

또 하나는 올 여름에 다녀 온 것은 해외 배낭여행이 아니다. 전부 호텔에서 자고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 호텔에서 먹고 자는 게 어떻게 배낭여행이냐. 배낭여행이라면 자신들이 프로그램을 짜고 숙박도 저렴하게 해서 다녀오는 게 아닌가.

서울에 있는 제주출신 대학생들에게 물으니 유럽인 경우도 150만원이면 충분히 배낭여행을 다녀 올 수 있고 한 학생은 다녀왔다고 했다. 도대체 누가 잘못한 것인지 묻고 싶다."

-내년도 예산은 10억원 중 7억원을 대폭 삭감했는데.

"학생수도 줄여야 한다. 가고 싶다고 무조건 보내는 게 어디 있느냐. 사전에 공모를 받아 무엇을 보러 가는지,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그리고 언어구사 능력은 되는지 등을 검토한 후 적정한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 예산도 아까 말한 것처럼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다. 그 때문에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집행부와 언론에서 도의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집행부나 언론에서 뭐라고 하든 별로 신경 쓰질 않는다.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매일같이 두들겨 맞아서 이제는 별로 아프지도 않다. 우리는 우리를 뽑아준 유권자들에게만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도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으나 엄격한 예산심사를 하는 것도 바로 유권자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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