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기고] 부끄러운 총장보다 떳떳한 패배자가 아름답습니다

지난 9월 8일 ‘제주의 소리’ 자유게시판에 ‘너무나 부끄러운 교수의 참회록’이란 제목으로 제주대 총장선거와 관련한 글이 실린 바 있습니다. 그 이후 소위 ‘총장후보 단란주점 습격사건’이 터졌고 이 문제는 지난 15일 제주대학에 대한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도 심도있게 다뤄진 바 있습니다. 총장선거가 두 달도 채 안 남긴 상황에서 다시 향응접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이 글은 지난 9월 21일 ‘교수 네티즌’이란 필명으로 ‘제주대학교 총장선거, 호별방문이라니’ 글을 올렸던 네티즌이 다시 한번총장선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자유게시판에 올렸습니다. 특정인을 음해할 목적이 없고, 전체적으로 총장선거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내용이라는 판단에 따라 전재합니다.<편집자> 


나는 지난 9월 ‘제주의 소리’에 모 총장예비후보가 동부인하여 호별방문한 것에 대해 글을 올렸던 교수네티즌이다. 그 글을 쓸 당시 나의 심정은 참담함 그 자체였으나 투명하고 생산적인 제주대학교총장선거 분위기조성에 일조할 수 있으리라는 큰 기대를 가지고 글을 썼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기대는 무참히도 짓밟혀지고 말았다.
모 총장예비후보의 단란주점 습격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또한 추석을 전후하여 모 총장예비후보가 여러 교수들 집으로 과일박스 등 여러 가지 선물을 보낸 사실이 확인되었다. 심지어 어떤 총장예비후보자는 최근에도 동부인하고 교수들의 집을 방문하여 지지를 호소하였는데 꿀단지 같은 선물을 가지고 간 경우도 있었다. 또한 제주대학교 총장선거가 제주사회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그간 자제되었던 단란주점에서의 향응접대가 다시 도처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 목도되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제주대학교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7대 제주대학교 총장선거가 불법적이고 탈법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에 대해 현임 총장에게 그 대책을 요구하였다. 그 당시 부만근 총장은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답했다.
나는 9시 지방뉴스를 통해 총장의 그러한 대답을 들으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부끄러움과 교수로서의 또 한번의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총장선거입후보자들은 무엇을 위해 총장이 되고자 하는 것인가.

오늘날 민주선거를 담보하기위한 통합선거법의 정신을 상당부분 어기면서까지 총장이 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자유롭게 제주대학교를 위해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동서고금을 통 털어 힘있는 지도력은 도덕적 정당성을 그 기반으로 해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유권자인 동료교수 여러분들은 과연 이 시점에 어떤 마음으로 그들이 제공하는 선물 및 향응에 응하고 있습니까. 제자들에게는 진리를 외치면서 자신에게는 타협을 말하는 이중적인 우리의 자화상이 너무나 일그러진 것 같지는 않습니까.

우리가 총장선거를 앞두고 제주대학교 구성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가 무엇인지 이제는 곰곰이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제주의 유일한 국립대학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동료 교수 여러분,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선거행태에 대해 더 이상 침묵으로만 일관하지 말고 이제는 앞으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요구합니다.

총장예비후보자 여러분들께도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이 시대의 정신이 무엇인가를 잘 감지하셔서 그야말로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러주십시오. 통합선거법의 정신을 제대로 수용하여서 총장선거를 치룰 때 그동안 망가질대로 망가진 우리대학교의 자존심이 회복될 수 있는 길인 것입니다.

부끄러운 총장이 되어서 역사의 죄인이 되느니 보다 깨끗한 패배자로서 제주대학교 역사에 길이 남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리고 경고합니다. 불법타락선거가 계속될 경우 선물이나 향응을 제공받는 사람과 제공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가능한 한 공개할 것을 다짐하면서 저의 글을 마칩니다. 총장예비후보자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10월 제주대학 교수네티즌이 쓰다.)


다음의 글은 9월 21일 자유게시판에 올렸던 내용입니다.

‘제주대학교 총장선거’, 호별방문이라니
 
요즘 제주도내 지식인 사회가 참으로 시끄럽다. 그 연유는 다름 아닌 90일 정도 남겨둔 제주대학교 총장선거 때문이다. 자천 타천의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고, 더 나아가 8월 중순부터는 신문지상에 후보군에서의 ‘향응제공’, ‘골프접대’와 같은 불법선거운동의 행태가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9월 9일에는 제주대학교에 재직하는 교수가 ‘제주의 소리’라는 인터넷 신문에 ‘너무도 부끄러운 교수의 참회록’이라는 익명의 투고로 그러한 불법선거행위가 실제로 있었던 사실임을 알렸다.

그런데 최근 제주대학 총장선거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실질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한 후보가 부인과 함께 ‘과일선물바구니’를 들고 교수들의 집을 방문하여 ‘출마선언을 이제야 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등’의 읍소식의 지지를 부탁하며 다닌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제주대학교 동료교수의 ‘부끄러운 참회록’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통합선거법’은 이 시대의 새로운 선거문화를 창달하기 위한 제도적 보루이고 반드시 준수되어야 할 행동강령이다. 비록 지성인들의 수장을 선출하는 제주대학교 총장선거가 통합선거법의 저촉을 받지는 않지만 그 통합선거법의 정신만큼은 이번 12월에 있을 총장선거에 적용되어야 한다.

부인과 함께 ‘호별방문’하여 지지를 부탁하는 행위는 민주선거의 상징인 통합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후보는 통합선거법에 의하면 명확한 탈법 불법 선거행위를 저지른 것이므로, 그 법에 의하면 해당후보자가 총장에 당선되더라도 당선무효에 해당한다. 실례로 2002년 실시되었던 도지사선거 때 향수를 한 여성유권자에게 선물하였던 것이 불법선거행위로 판명되어 현직에 있던 도지사가 재판정에 서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하지 않았는가.

대학총장선거는 익명의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선거와는 달리 대학캠퍼스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평상시에 대면접촉이 빈번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백보양보해서 후보자가 자신의 소견을 알리기 위해 유권자인 교수와 식사 한 끼 정도를 같이 하는 것은 양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총장후보자가 동부인하여 교수들의 집을 ‘호별방문’하는 일은 대학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시장바닥 정치인이나 하는 구태의연한 행위이다.

그러므로 문제의 후보는 양심이 있다면 제주대학 가족들에게 양심을 판 점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라.

제주대학교도 하루빨리 총장선거일정을 확정하여 총장선거 감시위원회를 구성하고 총장선거가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쓴이의 입장을 밝히겠다.
첫째, 나의 주장에 대해서 문제의 교수가 부정한다면 내방을 당한 교수들의 이름을 밝힐 생각이다. 지금은 내방을 당한 교수들의 위신을 생각하여 그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둘째, 나는 반드시 증거에 입각하여 글을 쓰고 있는 것이지 어느 후보를 음해하거나 도와주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의사소통방법을 통하여 총장후보자들의 ‘능력’, ‘도덕성’ 등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참고가 될 수 있는 증거들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하겠다.

셋째, 제주대학교 총장문제를 왜 일반 인터넷 신문에 게재하는 지에 대한 이유이다. 제주대학의 전체예산 중 기성회비로 충당하는 부분은 매우 미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대학은 교수의 대학도 아니고 학생들만의 대학도 아닌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의 대학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국민인 제주도민이 총장선거를 비롯한 제주대학교의 운영상태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되는 것은 당연한 도덕적 의무이다. 더욱이 제주대학은 제주도발전의 견인차가 되어야 하므로 더욱 그러하다. (9월 제주대학 교수네티즌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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