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2)

   
 

그 해 4월


(문영종)


그해 동백은 오랫동안 붉게 울었다
흙 위에 떨어진 꽃들은 너무 붉었다

하늘이 무너져 버리는 듯했다
시간이 멈추고 제주는 바다에 갇혀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듯 했다

힘센 자들이 집들을 태워 버리자
연기들은 구렁이처럼 하늘로 올라갔다

무시무시한 말들이 공중에 떠돌다
별동별처럼 떨어지곤 했는데
그때마다 죄 없이 죽는 이가 많아졌다

한평생 말도 잃고 피붙이 잃고
홀로 살다가 가버린 이 너무 많다
두 눈까지 싫어져 눈멀어 버린 이도 있다

어느 웅덩이엔 죽은 자들이 누가 누군지 모르게
한 몸이 되어 버린 곳도 있다

찔레 넝쿨 같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사월이 오면 잠들지 못해
파도처럼 몸을 뒤척이는 이 너무 많다

올해도 변함없이 동백꽃은 붉다

 

* 문영종 : 1955년 제주 출생. 197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제주작가회의 회원, 《깨어있음의 시》 동인.

* 김영훈 : 탐라미술인협의회 회원전 / 개인적 체험전 등 다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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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가 제주4.3 60주년 위령제를 맞아 기획연재하고 있는 '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은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사)민족미술인협회 제주지회 탐라미술인협회 협조를 얻어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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