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3)

   
 

 진혼곡(鎭魂曲)
- 4.3 유해 발굴 모습을 바라보며 -      

(김광렬)

슬퍼하지 마라
누구나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느니
찢긴 저 풀잎도 제 상처 보듬어 안고 살아갈 것이니

별빛 치렁치렁한 밤 캄캄한 흙더미 속에서
잉잉 울고 있는 원혼들아
원통하다 원통하다고

삭은 뼈 긁으며 괴로워하지 마라
이 지상의 불꽃이었던 것들은 모두 재가 될 것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 물이 되어 흐를 것이니

때 이른 승냥이 같은 바람이 할퀴고 갔을 뿐이니
한 줄기 미친 소나기가 퍼붓고 갔을 뿐이니
바람칼 맞아 뚝뚝 떨어지는 꽃잎이었을 뿐이니

그러므로 그대들,
막 동터오는 아침햇살 한 자락씩 베어 물며
찬란한 이슬길 걸어 극락정토로 잘 가라

가서, 아름다운 넋으로 다시 살아나라

 

* 김광렬 : 1988년 『창작과 비평』 봄호로 등단. 시집으로 『가을의 詩』, 『희미한 등불만 있으면 좋으리』, 『풀잎들의 부리』 등이 있음. 《깨어있음의 시》 동인.

* 강요배 : 금강산전 / 제주민중항쟁사전 / 제주의 자연전 / 현실과 발언전 / 코리아통일미술전 / 4.3미술제 / 2000년 제주의 풍속화전 / 2000년의 나 그리고 우리전 등 다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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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가 제주4.3 60주년 위령제를 맞아 기획연재하고 있는 '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은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사)민족미술인협회 제주지회 탐라미술인협회 협조를 얻어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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