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우익집단 ‘이념공세’
대만2.28, 집단학살 주범 국민당 정권장악...‘진실’ 후퇴 우려

▲ 강요배 4.3연구소 이사장이 국제학술회의 개회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4.3 60주년 위령제를 맞은 3일. 기대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60주년 위령제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한승수 국무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참석하고는 “제주4.3의 진실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겠다”고 말해 그나마 응어리진 제주민심을 어느 정도 녹였다. 하지만 제주4.3위 폐지 논란에 대한 확실한 방침을 밝히지 않아 이명박 정부의 행보를 보는 제주도민들의 눈길은 여전히 불안불안하다.

정권이 바뀌면 역사에 대한 평가도 달라져야 하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출범으로 제주4.3의 환경이 갑자기 싸늘해지는 가운데 제주와 유사한 학살의 경험을 갖고 있는 대만 2.28도 최근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제주도민이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3일 제주4.3 60주년을 맞아 (사)제주4.3연구소 주관으로 제주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개회식에서 대만2.28재단 주립희(朱立熙) 이사는 축사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역사가 후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대만 2.28재단 주립희 이사는 보수정권 출범으로 위기는 맞고 있는 제주4.3과 대만 2.28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주 이사는 “60년 전 제주와 대만은 모두 인간지옥 같은 피비린내 나는 대살인극을 한차례 겪었다”면서 “법의 질서가 완전히 상실된 난국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무정하게 막대를 당했다”면서 1047년 2월 28일 일어난 2.28과 그 후 1년 후 발생한 4.3을 역사적 동질성을 공유했다.

주 이사는 “그 후 우리는 반공이라는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통치하에서 모두 40년간 입이 막혀 버렸다. 나중에 민주화가 되고나서야 우리는 찢겨진 역사자료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고, 그 노력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했다”며 4.3과 2.28일 걸어온 길이 너무나 유사함을 강조했다.

제주4.3은 올해가 60주년이었지만 1947년 발발한 2.28은 61주년을 맞았다.

“올해 우리는 두번째 60갑자를 준비하기 위한 첫해로 새롭게 출발하려는 시기에 우리의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면서 “2.28사건의 가해자인 국민당이 다시 정권을 장악했다”며 지난 총선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과거 8년동안 민진당 정부가 해 온 ‘과거청산’노력은 아마도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며, 적어도 국민당 정권은 우리의 주장인 ‘장개석은 반드시 2.28 살인 만행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진상조사보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3일 열린 4.3 국제학술회의 ⓒ제주의소리
▲ 4.3국제학술회의. 고창훈 전 4.3연구소장(제주대교수, 왼쪽에서 두번재) 모습도 보인다. ⓒ제주의소리
“앞으로 몇 년 동안 대만의 학생들은 아마도 가해자의 시각에서 2.28 역사를 배울 것이고, 대만의 역사교과서는 ‘대중국 패권의 관점에서 논술’ 될 것”이라며 “피해자와 가족 및 대만의식이 강한 대만인들에게 이는 얼마나 참기 힘든 모욕이겠느냐”며 제주4.3 관계자들에게 반문했다.

주 이사는 “제주4.3도 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았는지. 새정부는 어떻게 역사를 해석하고 있는지. 제주시민들에게 ‘두 번 상처를 입히진’ 않았는지가 대만에서 온 형제인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 2.28과 제주4.3과의 국제적 교류와 연대를 강조하고는 “우리가 새정부가 하는 일을 공동으로 감독하여 역사가 절대로 되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이사는 마지막으로 “우리의 계속된 노력으로 인권이 보장되고 생명존중의 횃불은 대대로 전해질 것입니다.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은 비판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다시는 대살인 참사의 비극이 영원히 발생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줘야 할 것”이라며 국제적 연대를 강조했다.

제주4.3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는 4일에는 ‘4.3정신과 국제네트워크’와 ‘제노사이드’를 주제로, 5일에는 ‘집단 트라우마와 화해’ ‘역사기술과 화해’ ‘인권’ 등의 주제를 놓고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 김두연 4.3유족회장(왼쪽)과 현기영 전 4.3연구소 이사장. 현기영 선생이 하얀 수염을 기른 모습이 처음으로 카메라에 잡혔다. ⓒ제주의소리
▲ 일본에서 온 인사들이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왼쪽에서부터 고태우 4.3실무위 부위원장, 1960년 4.19 직후 제주대학생으로 4.3진상규명 운동을 벌였던 이문교 전 제주발전연구원장, 신행철 제주도감사위원장. ⓒ제주의소리
▲ 4.3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3일부터 제주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 4.3 학술회의. 맨 왼쪽이 이날 기조연설을 한 안병욱 진실화해위원장. 맨 오른쪽이 김정이 제주대 부총장. ⓒ제주의소리
▲ 인권운동가인 서승 리츠메이칸대 교수(오른쪽)도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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