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우익집단 ‘이념공세’
대만2.28, 집단학살 주범 국민당 정권장악...‘진실’ 후퇴 우려
정권이 바뀌면 역사에 대한 평가도 달라져야 하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출범으로 제주4.3의 환경이 갑자기 싸늘해지는 가운데 제주와 유사한 학살의 경험을 갖고 있는 대만 2.28도 최근 총통선거에서 국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제주도민이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3일 제주4.3 60주년을 맞아 (사)제주4.3연구소 주관으로 제주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개회식에서 대만2.28재단 주립희(朱立熙) 이사는 축사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역사가 후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주 이사는 “그 후 우리는 반공이라는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통치하에서 모두 40년간 입이 막혀 버렸다. 나중에 민주화가 되고나서야 우리는 찢겨진 역사자료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고, 그 노력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했다”며 4.3과 2.28일 걸어온 길이 너무나 유사함을 강조했다.
제주4.3은 올해가 60주년이었지만 1947년 발발한 2.28은 61주년을 맞았다.
“올해 우리는 두번째 60갑자를 준비하기 위한 첫해로 새롭게 출발하려는 시기에 우리의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면서 “2.28사건의 가해자인 국민당이 다시 정권을 장악했다”며 지난 총선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과거 8년동안 민진당 정부가 해 온 ‘과거청산’노력은 아마도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며, 적어도 국민당 정권은 우리의 주장인 ‘장개석은 반드시 2.28 살인 만행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진상조사보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 이사는 “제주4.3도 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았는지. 새정부는 어떻게 역사를 해석하고 있는지. 제주시민들에게 ‘두 번 상처를 입히진’ 않았는지가 대만에서 온 형제인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 2.28과 제주4.3과의 국제적 교류와 연대를 강조하고는 “우리가 새정부가 하는 일을 공동으로 감독하여 역사가 절대로 되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이사는 마지막으로 “우리의 계속된 노력으로 인권이 보장되고 생명존중의 횃불은 대대로 전해질 것입니다.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은 비판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다시는 대살인 참사의 비극이 영원히 발생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줘야 할 것”이라며 국제적 연대를 강조했다.
제주4.3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는 4일에는 ‘4.3정신과 국제네트워크’와 ‘제노사이드’를 주제로, 5일에는 ‘집단 트라우마와 화해’ ‘역사기술과 화해’ ‘인권’ 등의 주제를 놓고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이재홍 기자/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