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가볼 만한 곳, 서귀포 사계리 해안도로

▲ 산방산에서 본 사계리 해안도로  ⓒ 김강임 

스멀스멀 다가오던 3월의 봄이 4월에 접어들자 과속행진이다. 게다가 봄비까지 내렸으니  굳게 다문 꽃봉오리 한꺼번에 입을 얼었다. 진통 끝에 깨어난 봄꽃이 개화하니 세상은 시끌벅적하다. 제일 먼저 봄이 찾아온다는 제주, 제주에서는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바다와 어우러진 해안도로.

날마다 걷는 것이 길이라 하지만, 제주의 길은 각별하다. 길 끄트머리는 바다가 있고 길과 길이 연하여 만들어진 것이 해안도로다. 때문에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여정의 혼을 빼는 푸른바다와 남국의 정취가 있다.

▲ 도로를 달리다 보면 산방산 기암절벽이 와르르 무너질것 같다.  ⓒ 김강임 

파도가 밀려와 여정의 혼을 빼는 사계리 해안도로

화산폭발로 생긴 기암절벽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길, 파도가 밀려와 가슴을 적시는 곳이 제주의 해안도로다. 그렇다고 제주의 해안도로가 환희의 길만은 아니다. 제주의 풍경 속에는 변방의 섬 그 아픔이 함께 존재한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사계리는 서귀포시 안덕면 서남부쪽에 위치한 마을로 동쪽으로 산방산, 북쪽으로는 단산, 남쪽으로는 형제섬과 송악산, 가파도가 있고, 서쪽으로는 대정읍 상모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사계리의 보물은 2.7㎞ 달하는 해안도로. 사계리 해안도로는 산방산 앞에서부터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송악산중턱까지 이어진다. 관광공사가 4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사계리 해안도로를 질주해 보자.

▲ 억겁의 기암절벽이 숨어있는 용머리  ⓒ 김강임 

일렁이는 파도와 남녘의 어촌, 창문에 주렁주렁

제주시에서 서부관광도로를 40분쯤 달렸을까? 길 위에 우뚝 솟은 기생화산 하나가 신기루처럼 떠올랐다. 구름을 이고 있는 이 기생화산은 산방산. 사계리 해안도로는 산방산 앞에서부터 시작된다. 깎아세운 듯 서 있는 기암절벽이 금방이라도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다. 시간이 많았으면 산방덕이의 전설이 흐르는 산방산에 올랐으면 좋겠지만, 자동차를 주차 시키고 고개를 쳐들어 절경에 빠져 본다. 

자동차 백미러에는 ‘산방산 줄기가 급히 바다로 뻗쳐 기암절벽을 이룬 용머리’가 비쳤다. 용머리 비밀은 파도가 해안절벽을 때려서 만든 오묘한 해안 절경. 수만년 동안 층을 이룬 사암층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많은 수수께끼가 담겨진 용머리를 뒤로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본다.

▲ 바다위에 인접한 송악산과 어촌의 풍경이 자동차 창문에 비친다. ⓒ 김강임 

어느 예술가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냈을까? 제주의 봄 바다는 수평선 너머에서 달려온다. 일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기 위해 자동차 창문을 반쯤 열었다. ‘음…, 이 냄새’. 상큼한 유채꽃 향기와 비린내가 함께 버무려진 냄새는 사계리 포구에서 밀려오는 냄새다. 사계리 포구에는 남녘의 어촌마을 정취가 주렁주렁 달렸다.

▲ 사계리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형제섬이 신기루처럼 떠 있다.  ⓒ 김강임 

▲ 산방산에서 본 단산과 사계리 마을  ⓒ 김강임 

평야엔 바위산 바다위엔 무인도 떠 올라 

해안도로 오른쪽에서는 작지만 칼날처럼 예리한 표고 158m 단산의 봉우리가 나타났다. 응회구의 퇴적층으로 이뤄진 바위산 단산, 저 박쥐날개 같은 기생화산 속에는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차창 가에 비치는 풍경들을 뒤로하고 달리자니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 단산을 올라보리라 약속하고 꼬불꼬불 이어진 도로를 질주했다.

페달을 밟았다 멈춘 곳은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무인도가 보이는 도로. 바다 위에 아스라이 떠오른 무인도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도저히 앉아 있을 순 없다. 드디어 자동차에서 내렸다. 도로에서 바라보는 형제섬은 보는 방향이 바뀔 때마다 그 수와 모양이 달라진다 한다. 두 개의 섬이 주를 이루지만 갯바위가 썰물에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바위로 인해서 말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갯바위가 참으로 다정스럽게 보였다.

▲ 송악산 산책로를 걷다보면 아스라히 떠있는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인다.  ⓒ 김강임 

▲ 구름을 이고 있는 산방산ⓒ 김강임 

지상의 파라다이스, 이곳이 아니던가?

사계리 해안도로는 송악산까지 이어져 있는 도로에서 절정에 달한다. 송악산 기슭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웠다. 산과 바다, 하늘과 땅이 맛 닿은 지상의 오아시스, 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송악산 산책로이다. 송악산 산책로를 걷다보면 지나온 2.7㎞ 사계리 해안도로가 아스라이 펼쳐지고 형제 섬 뒤로 산방산이 마치 신기루처럼 서 있다.

그 옆에 구름에 덮여 있는 한라산이 마치 전설을 이야기 해 주는 듯한데, 이 절경의 환희는 바다 위에 아스라히 떠 있는 한반도 마지막 섬 마라도에 꽂힌다. 나울대는 파도 끄트머리엔 가파도가 희미하게 보이는데, 지상의 파라다이스가 이곳이 아니던가?

▲ 송악산 기암절벽에는 일제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 김강임 

 송악산 중턱의 기암절벽 아래에서 파도로 너울댄다. 하지만 제주의 어느 곳에 가든지 풍경 속에는 아픔이 존재한다. 절벽에 일본군이 뚫어 놓은 동굴이 바로 그곳, 제주의 아픈 역사가 함께 존재하는 곳이 제주의 해안도로다. 해발 180m인 주봉 분화구에 검붉은 화산재가 남아있는 송악산은 알뜨르 비행장의 아픈 상처와 절벽에 뚫린 동굴의 비밀을 알까?

▲ 바다내음 꿀꺽 삼키다, 송악산 중턱 포장마차에서는 해물전과 전복,회등을 막걸리에 먹을 수 있다. ⓒ 김강임

희로애락 담긴... 오감이 꿈틀

그리움이 지쳐버린 가파도와 마라도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4월의 봄바람이 아직 차다. 바다를 가슴에 안고 달려온 길, 4월의 제주 사계리 해안도로는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는 길이다. 

사계리 해안도로 종착지는 송악산 기슭, 이곳 포장마차에서 여정을 풀었다. 수족관에서 꾸물대는 각종 해물과 전복이 여행자의 입맛을 유혹한다. 청정바다에서 잡아 올린 바다내음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기분, 막걸리에 제주의 풍경을 담아 삼키는 알싸함은 해안도로에서 느끼는 오르가슴이다. 사계리 해안도로에서는 오감이 꿈틀거린다.
 
덧붙이는 글 | 사계리 해안도로는 올해 한국관광공사 <4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된 곳입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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