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이 만난사람(7 )] 이계식 정무부지사 "좋은 투자자에게는 삼고초려해야"

▲ 이계식 정무부지사가 지난 29일 취임 110일째를 맞았다.
이계식 정무부지사. 지난 7월 5일 청문회 석상에서 서로 껄끄러운 입장에서 처음 대면한 지 115일만에, 이 부지사가 정무부지사로 취임한 지 꼭 110일 되는 날에 공식적으로 만났다. 당초 취임 백일 기념 인터뷰를 준비했었으나 부지사가 외국출장 중이어서 열흘 정도가 딜레이 된 셈이다.

지난 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 반 동안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개혁의 실무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고, ‘선구자’를 개사한 ‘정부개혁가'를 직접 만들어 부를 정도로 정부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는 그다.

그가 제주도의 정무부지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고 청문위원인 나로서는 부담도 됐다. 본디 청문위원이란 게 청문 대상자의 약점과 흠결을 파고들어야만 하는, 따라서 대상과의 ‘악연’을 피할 수 없는 관계여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시민단체를 대표하여 청문위원으로 위촉된 이상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대상자의 강점과 약점을 낱낱이 공개하고 그 자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할 역할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부개혁의 추창자라는 점에서 약점을 캐취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며칠동안 인터넷은 물론 수합가능한 정보를 최대한 취합해 보았으나 크게 눈에 띠는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겨우 몇 가지 문제를 발견, 청문회 질문거리를 만들게 되었는데...

▲ 이계식 부지사는 한때 정부개혁의 사령탑을 맡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정부개혁을 위해 진력했던 인물이 제주섬의 정무부지사로 온다는데 내가 한 일이라는 게 그의 약점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어쨌든 이렇게 그와의 만남은 ‘악연’으로 출발된 셈이다. 취임 백일 기념 인터뷰를 요청하면서도 이런 어색함이 서로 간에 배어있다.

그동안 정무부지사는 도지사를 정무적으로 보좌하는 일들 즉, 대 언론, 의회, 시민단체 등을 관할(로비?)하는 게 관행적 역할이었다. 그런데 금번 이 정무부지사에게는 외자유치 중앙절충 등을 전담하는 파격적 역할이 주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요청에 대해, 그동안 한 일(성과)도 없는데 부담스럽다는 느낌을 피력한다. 하여 정무부지사 취임 백일간의 소회를 자연스럽게 풀어 달라고 부탁하여 얘기를 풀어나갔다.(이 인터뷰는 10월 2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정무부지사실에서 1시간여 동안 이루어졌다)


- 반갑습니다. 청문회에서 만나뵙고 공식적으로는 두 번째 미팅인 것 같습니다. 정무부지사로 부임한지 며칠이나 됐습니까?
"꼭 110일이 됐네요".

▲ 외자유치의 조급증에서 벗어나 즐 것을 당부했다.
- 엊그제 한상대회가 개막됐는데 바쁘셨겠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그제(10월 26일) 행사장에 가서 리딩 CEO 50명에게 10여분 정도 제주도의 투자여건과 인센티브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한상대회 참가자들 대부분 투자여력 없어

- 성급한 질문일지도 모르겠는데, 이번 한상대회를 계기로 투자유치와 관련한 가시적 성과가 있었는지요.
" 관심은 많은 것 같은데요. 일정정도의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상들을 보면 슈퍼마켓이나 조그만 수입업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따르면 천만불 이상을 투자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게 돼 있는데, 이에 걸맞는 기업가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참가자 1500명 중 극히 일부만이 천만불(120억원) 이상 투자할 능력이 있는 분들이라는 거지요. 대부분은 “천만불은 너무 크다”는 입장이고, 그래서“합작할 경우에도 혜택을 주느냐”는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 그런가요? 언론 보도를 보면 ‘화상(華商)’보다도 ‘한상(韓商)’의 역할이 크다며 이번 대회에 기대가 컸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 10월초 세계지방정부 연합 2007년 제주유치 건 때문에 브라질 상파울로에 갔었습니다. 이 국제회의는 이미 3년 전에 제주유치가 확정됐는데 지사님이 바쁘셔서 제가 대신 협정서에 사인하러 간 겁니다. 이왕 간 김에 상파울로 교민들을 대상으로 제주 투자유치 설명회를 한 적이 있는데, 슈퍼마켓 하는 분, 의류가게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제주에 투자할 여력은 아직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그들의 직접적 투자유치보다는 외국현지기업인들을 소개해 주는 자문관으로 활용할 수는 있을 듯합니다. "

▲ 이계식 정무부지사는 제주도 공무원들의 수준이 무척 높은 편이라고 칭찬했다.
- 일주일의 일반적 동선(動線)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일주일에 한두번은 서울에 갑니다. 주중에. 로비할 일이 많아서요. 주말은 보통 제주에 있습니다.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조지워싱턴 대학 캠퍼스타운 유치입니다. 8월16일 워싱턴대 총장이 와서 MOU사인을 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협정서 상에는 115만평을 50년간 무상임대해 주기로 했는데 현재 법으로는 불가능하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국회 교육위에 참여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전교조의 문제제기를 의식해 법통과를 주저하는 것 같은데요. 쟁점이 내국인학생 입학여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지워싱턴대는 내국인을 받지 않는 것을 방침으로 세우고 있습니다."

조지워싱턴대 내국인은 받지 않는다

-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 정말 내국인은 받지 않습니까?
" 총장과 얘기해 보니 사려깊은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생하자”는 게 그분의 뜻입니다. 즉 제주에 대학이 6개나 있는데 워싱턴대학이 내국인을 받게 되면 지역 대학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는 거지요. 만부득이한 경우에는 내국인도 받겠지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학생들을 겨냥한 계획이라는 겁니다. “한국 학생은 안 뽑겠다”고 처음부터 이야기 했습니다."

▲ 부인과 떨어져 제주에서 독수공방한다는 이계식 부지사.
- 최근 조지워싱턴대 측에서 115만평도 부족하여 300만평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그렇습니다. 캠퍼스타운을 설계하는데 115만평이 부족할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타운플랜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계획입니다. 보통 외국대학 분교하면 싱가폴 사례를 드는데 기존 빌딩에다 대학명칭을 붙이는 식입니다. 그에 반해 조지워싱턴대의 플랜은 캠퍼스와 타운, 산업단지가 함께 들어오는 것입니다. 즉 새로운 도시를 하나 만드는 것이지요. 제가 브뤼셀에 투자설명회 차 갔었는데 뉴루뱅 타운을 들린 적이 있습니다. 규모가 270만평이나 됩니다. 이 타운 내에 캠퍼스는 물론 뉴루뱅 대학 부설 사이언스 파크가 세워져 있고 세계 유수의 회사들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조지워싱턴대 캠퍼스 타운이 들어오면 이런 모양이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조지워싱턴대 캠퍼스 타운 구체적 플랜 공개안돼

- 캐나다 써리 교육청은 2만평이면 족하다 하구요. 제주대 캠퍼스가 30만평 정도입니다. 부지사께서 말씀하시는 그런 플랜(산업단지나 연구소 블럭)이라면 좋겠는데, 이게 대학분교 설치를 명분으로 관광사업 즉 골프장이나 레저단지 등 관광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 그것은 아니고 학교 중심인 캠퍼스 타운에다 관련산업, 과학단지를 조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구체적 플랜을 보지는 못했지만. 현재는 자료만 달라는 단계입니다. 조지워싱턴대 측에서 11월말이나 12월초 협상단을 다시 보내올 것입니다. 여기서 구체적 그림, 즉 쌍방의 권리와 의무 등을 구체적 정하는 협정서를 금년 안에 사인할 것입니다. (추가로 땅을 요구하는 이유는)115만평이지만 실제 쓸수 있는 땅이 절반밖에 안되거든요."

▲ 제주도에서는 송악산이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측과 MOU를 체결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아직도 불확실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 처음부터 너무 딱딱한 얘기를 한 것 같네요. 이제 소프트한 주제로 넘어갑시다. 취임 100일 지나면서 ‘소회’랄까, 제주도 당초 부지사님이 응모할 때 생각과 지금의 제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 중앙에 오래 있었고 중앙 행정부처에도 근무했었는데 그때 경험에 비하면 상당히 제주도가 행정면에서 그 이상의 조건을 갖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유능한 공무원도 많고 일을 지시하고 협조하는데 애로사항이 없습니다. 행정적 인프라 면에서는 타 도에 비해 나은 것 같습니다. 단 하나 있다면 ‘커뮤니케이션’ 상의 문제가 있어요. 문화적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처음에는 “저사람이 왜 저렇게 항상 화가 나 있는 것 같나” 생각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그분의 성격” 이라는 말을 듣고 이해하게 됏습니다.(웃음) 그런 것 들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커뮤니케이션은 집사람과도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웃음).

투자유치 조급증 때문에 잠이 안 올 때도 있다 

100일 지나서 기자실에 가 출장결과를 설명하러 갔더니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 하러 왔느냐” 하더라구요. 그 동안 열심히 다니고, 나름대로 왔다갔다 하기는 했는데 성과는 아직 없습니다. 조지워싱턴대 건도 그렇구요. 100일 성과는 아직은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조지워싱턴대 캠퍼스 타운 계획이 중요한 프로젝트인데, 이들이 일반 기업체도 아니고 학교이다 보니 생각보다는 템포가 조금 느립니다. 내년 중에는 주로 페이퍼 워크하고 영향평가하다 보면 1년 이상 걸릴 것 같구요. 실제로 삽을 뜨게 되는 가시적 모습은 내후년 봄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하고 실제 삽질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거지요. 인내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뭘 해야 한다는 조급증이 있습니다. 잠도 잘 안 올때도 있어요. 서울에 개발센터 옆에 셋방살이하고 있는 투자소장도 요즘 잠 안온다고 합니다. 불철주야 노력하는데 자기도 잠이 안 온다구요."

-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안좋은 결과를 파생시킬 수도 있구요.
" 그제도 한상대회 때 10여분 설명회를 하고 나왔는데 기자님들이 무슨 결과 있었느냐 묻더라구요. 설명회 끝나자 마자요. "

(외자 유치 성과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소프트한 주제를 얘기하려 했는데 다시 무거운 주제로 돌아온 것 같아 급히 화제를 바꿨다)

▲ 이계식 부지사가 제주도 지도를 펼쳐들고 지금까지 다녀 온 곳들을 설명하고 있다.
- 사모님은 지금 같이 계신가요?
" 집안이 요즘 복잡합니다. 아들이 삼수 중이고, 장인께서 30년 동안 제주도에서 목장을 경영하셨는데 현재 연세가 84세입니다. 그 동안 건강하셨는데 갑자기 황달기가 나서 병원에 갔더니 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최근 서울 중앙병원에서 12시간에 거친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현재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은 자주 못 오고 요즘 혼자 제주에서 생활합니다. 참, 주중에 겸사하여 올라가서 대형 병원 프로젝트 유치하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일 큰 병원장 만나서 병원과 관련한 큰 프로젝트를 유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화제를 바꾼 것이 또 무거운 주제로 돌변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병원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다니...다시 소프트한 주제로)

혼자 자취 생활?

- 주말에는 보통 어떻게 지내시나요?
" 토요일은 행사가 많습니다. 지사님을 대신해 참석하는 테이프커팅, 축사 등이 그거죠. 일요일에는 시간만 나면 한라산에 갑니다. 골프는 초보고, 골프보다는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산에 가면 편하고 즐겁습니다. 마음고생도 하지만 산에 올라가면 다 해결되거든요. 집사람이 있으면 같이 가는데... "

▲ 투자유치 문제로 제대로 잠도 안온다는 부지사.
- 청문회 때 말미에 제가 제주도 많이 돌아다니시라고 한 말 기억하시는지요. 많이 돌아다녀 보셨나요.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 주말에 산 말고 곳곳을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로 제주지역의 해안선 지역 중 제일 아름다운 곳이 송악산근처라고 느꼈습니다. 그 곳에서 산방산과 형제섬 한라산을 보는 게 제일 좋더라구요. 한달반 전에 서울의 유수한 재벌과 저녁을 하게 됐습니다. 그가 송악산을 개발하겠다 하더라구요. 저는 ‘노(NO)'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쭉 둘러보니 해안경관이 가장 뛰어난 곳이 송악산이므로, “이 곳은 제일 나중에 개발하자고. 아껴 놓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재벌은 최근에도 서울 근교에 2천억원을 들여 세계 일류 디자인 골프장을 만든 기업가입니다. 그가 송악산을 개발하게 되면 세계 일류의 관광지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일단 “자신있느냐. 생각해 보자”고만 하고 얘기해 놔뒀고, 그가 지난 9월에 왔다 갔는데, 공교롭게도 날씨가 매우 나쁠 때 왔었어요.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을 텐데, 아직까지는 연락이 없네요."

미국자본 유치에 포커스두고 있다

- 얘기 나온 김에 ‘외자’에 목맬 것이 아니라 국내자본의 투자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 현재 우리경제의 불확실성, 정부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국내 자본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는 내자보다 외자유치가 초점이 될 수밖에 없지요. 110일 동안 제가 주로 한 일이 새로운 사업의 유치보다는 제가 오기 전 시작한 일들과 계속 사업 등, 조지워싱턴대 건 도 그렇구요. 그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사람도 좋은 사람을 모집하려면 삼고초려해야 하듯이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좋은 투자는 공격적으로 유치해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지금은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미국자본입니다. 싱가포르도 영국의 식민지여서 당초 유럽자본을 유치하려 했는데 미국에 비해 영세했고, 그래서 미국에 가서 큰 회사의 자본을 유치해 오니 그때부터 일본자본 등 외국자본이 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내년 초에 LA와 뉴욕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갖으려 합니다."

- 최근 개발센터의 방만한 운영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 지방자치가 덜되다 보니 지방정부가 법을 만들지 못합니다. 중앙정부의 부처와 연결을 가져야 합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법도 건교부와 연계되어 만들어진 것이고, 인천이나 부산·광양은 재경부가 중간단계를 맡아주고 있습니다. 제주도 독자적으로는 힘들다는 거지요. 개발센터와 관련된 문제는 장단점을 분석해서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조금은 예민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 부지사님은 정부개혁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공기업민영화에 앞장서셨는데 제주지방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입장은 어떠십니까?
" 컨벤션센터만 하더라도 공기업인데, 매년 70억이나 적자가 납니다. 자치단체에서 보조하는 것을 제외하면 매년 100억 정도의 적자가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한상대회에 참석하러 가서보니 정말 건물은 기가 막히게 잘 지었습니다. 노대통령께서 제주를 ‘동북아의 보석’이라고 하셨는데 ICC야 말로 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자 보전 방안으로 앵커호텔 얘기가 나왔으나 유찰됐고, 콘도를 해보자 했는데도 안됐습니다. 민영화는 아니어도 다른 방법으로 적자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여미지 식물원 매입 여부에 대해서 부지사의 개인적인 입장은?.
"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비용 수익분석이 필요할 겁니다.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하지요."

(이계식 부지사는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총대를 맸던 인물이다. 민영화 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당시 깃발을 들었던 공기업민영화 정책은 6년이 지난 지금 일부를 제외하곤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런 아픈(?)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도지사의 권한과 정책에 대한 코멘트 요구여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즉답을 피하고 원론적 수준의 답변으로 피해갔다)

노무현정부 경제정책 혼돈스럽다

- 최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위헌 판결이후 노무현 정부가 ‘신뉴딜정책’을 얘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보기로 현재 정부의 정책은 혼란스럽습니다. 이헌재 총리자신도 혼돈이 많은 것 같아요. 기업도시 혁신도시 레저관광도시도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산만하구요. 행정수도도 대선시기 가볍게 들어갔다가 쉽게 빠져나간 예입니이다. 전체적으로 마스터플랜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성경륭 위원장의 말도 내용이 없고. 급조해서 만든 인상을 받습니다. 전체적으로 혼돈스럽습니다. 누가 경제정책 주관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떤 경우는 이헌재 부총리가, 어떤 경우는 이정우 실장이 주관하는 것 같고. 학자들은 이정우씨는 뉴딜정책을 반대해 왔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성장보다는 형평에 무게중심을 두어 왔지요. 그래서 투자가 안 된것입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고육지책이 뉴딜정책인데, 그게 정부전체의 합의된 정책인지 불확실하다는 것이지요. 뉴딜정책이 언제 뒤집힐 지 모릅니다. 이헌재 주장이 우세할 것같이 보이다가도 이정우가 뒤집는 경우가 다반사였거든요. 경제정책 자체에 혼선이 있습니다. 참여정부 기조는 성장보다 균형이 아닌가요."

- 이제는 확실히 ‘성장’으로 돈 것 같은데요.
" 두고 봐야 합니다. 기조가 섣불리 바뀌겠습니까? 아이디어도 없는 것 같아요. 뉴딜정책의 내용이 없어 공모한다는 것만 보아도요. "

(이 지점에 들어서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상당한 불신감을 드러내 주고 있다. 이부지사의 말을 들으며 누구의 주장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누구’란 좌승희 원장이다. 참, 이 부지사를 좌승희원장이 추천했다던가? )

- ‘제주관광이 위기’라고 합니다. 나름대로의 대안이 있으신지
" ‘관광코스트’가 문제라고 봅니다. '질' 문제도 있어요. 제주도는 중국 관광객이 주요 마케팅 대상이라고 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제주에 오는 범중국계 관광객이 일본인 수를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중 개인적으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관광객이 중국인입니다. 중국에서 외국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부자들이기 때문이지요. 근데 이들의 제일 큰 불만이 음식문제예요, 어제도 중국의 모단체 회장을 만났는데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북경시장을 데리고 왔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 먹을 것이 없어서 방에서 돼지족발 사다가 끓여 먹었다고요. 해법은 중국 본토에서 레스토랑을 유치하는 겁니다. 그게 힘들다면 중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활성화시키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중국 음식점이 들어와야 합니다. 참, 한상대회에서 중국에서 온 분을 만났는데 '차이나타운'을 만들겠다 하더라구요. "

- 제주시에서 산지천 부근에 차이나타운을 유치하려고 노력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번 알아보시지요. 그런데 (혼자 사시는데)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십니까?
" 아침은 집에서 간단히 떡이나 빵으로 해결합니다. ‘회사’에 와서도 그렇고...점식과 저녁은 공식 비공식 오찬 약속이 많아 해결하구요. 지난주에는 집사람과 함께 집에서 먹었는데 집사람이 해장국을 4개 포장해 와서 냉동시켜 놨습니다. 하나 해동시켜 먹었는데 맛있었습니다. "

- 도청을 ‘회사’라고 하십니까?
" 사무실을 회사개념으로 해야 합니다. 저는 세일즈맨입니다. 회사 개념을 갖고 다닙니다."

1시간 여에 걸친 인터뷰는 이것으로 마쳤다. 예민한 질문은 원론적 답변으로 우회하고, 실수(앞의 '회사' 발언)를 재치있는 답변으로 응수하는 이 부지사의 임기응변을 보면서 역시 만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백일 동안의 성과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질문이어서 하지 않았지만, ‘성과는 아직 없다’하면서도 그 동안 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장인이 대수술을 해서 서울의 병원을 찾으며 제주에 병원프로젝트 유치를 구상하고 있다는 답변만 보아도 그렇다.

그보다도, “조급함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는 그의 말 속에 얼마나 가시적 투자유치에 부심하는지 그의 내면을 볼 수 있다. '투자 유치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그의 말에 동의하면서, 그가 언제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일단은 기다려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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