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NHK·교도통신, 4.3 60년 특집물 내보내
60년만에 고향 찾은 재일동포·이명박 보수정권에 초점

  제주4.3에 대한 일본 언론의 관심이 높다. 이명박 정권 출범과 우익들의 이념공세로 4.3이 60주년을 맞았으나 국내 중앙언론들의 관심은 오히려 예전보다 떨어지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신문 TV 통신사 등에서 한국특파원 또는 일본 기자를 직접 제주에 보내 현지 취재에 나서는 등 국내 중앙언론보다 적극적이다.

하루 발행부수가 800만부인 일본 유력언론인 아사히신문은 5일자 국제면 전면을 ‘제주4.3’ 특집으로 채웠다.

‘봉인(封印) 풀린 민족의 비극’이란 제목에 ‘재일동포가 말하는 진실’이란 부제를 단 아사히신문은 제주4.3을 ‘제주도에서 일어난 군경에 의한 주민학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미군정하에서 벌어진 이 비극적인 사건은 차마 말로는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진실을 서서히 밝혀져 왔다”고 말한 4.3당시 군경의 탄압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60년만에 고향을 찾아 재일동포 방문단을 추적했다.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4. 60주년 위령제. “어젯밤에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죽은 친구들이 생각으로 60년간 자책과 아픔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위패에 있는 친구의 이름을 보고 눈물이 나왔다”는 재일동포 김진횡(76)씨 이야기를 실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조선을 둘러싸고 미소가 대립해 오다 1948년 4월 3일 새벽2시 좌익세력인 남로당원들이 미군정이 추진하던 총선거에 반대해 무장봉기 했고, 진압을 위해 경찰과 우익단체가 증파되면서 사건과는 관계없는 주민들이 군경에 체포되고 엄한 고문으로 처형됐다. 군경은 김진횡씨가 다니던 농업중학교에 찾아와 친구들을 끌어갔고 경찰에 연행된 친구들은 그 이후 소식이 끊겼다. 경찰 연행은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마을 구장을 지내면서 군경에게 매를 맞은 김씨 아버지는 “내 자식만은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밀항선을 태워 일본으로 보냈다. 일본 규슈에 도착한 첫 밀항은 적발돼 강제 송환됐으나 두 번째는 성공했다. 아사히신문이 전한 김씨의 사연이다.

▲ 2008년 4월 5일자 일본 아사히신문 '국제면' ⓒ 제주의소리

아사히는 4.3백서인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인용해 희생자는 2만5천!3만명으로 추정되고, 미군정과 이승만 대통령의 책임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약 3천명이 일본으로 도피했다고 말했다.
“군사정권이 오래 유지되는 사이 희생자는 모두가 반란분자로 여겨져 왔다. 체험자와 유족들은 반공법․ 국가보안법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었다. 무자별적인 행위에 더해 이 사건이 비극적적인 면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4.3 60주년 추진위 양동윤 집행위원장의 이야기도 실었다. 강요된 침묵이 한국에서 수십년간 이어져 온 사이, 재일동포들은 (4.3의 진실을) 계속 말해 왔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재일동포들을 초청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보수신정권(이명박 정권)의 대응을 유족들은 불안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위령제에서 한승수 총리가 “정부는 4.3사건의 진실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성의를 다하겠다”고 했지만 김태환 제주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 정권의 공식사죄와 진상보고서의 정당성을 계승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한 대목도 놓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위령제에 참석할 것으로 어느 정도 관측됐으나 4.9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우익세력들에 의한 갈등도 전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일반주민들은 희생자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무장봉기한 남로당 행위까지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평화기념관 전시내용도 편향되었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0년만의 보수정권 출범으로 4.3유족과 관련단체에서는 정부의 진상규명 의지가 후퇴할게 아닌지 불안하게 느끼고 있다고 결론을 맺었다.

한편 일본 NHK도 제주4.3에 대한 특집방송을 준비 중에 있다. NHK는 가제 ‘4.3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1시간30분짜리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으며, 이를 위해 오오노 기자 등 3명을 제주에 보내 4.3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조천중학원 여중생 김동일(77)씨의 이야기와 4.3위령제 이야기 등을 담았다.

또 교도통신의 아와쿠라 요시카츠 기자도 제주4.3 특집기사를 내보내는 등 제주4.3에 대한 일본의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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