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7)

   

그 해 겨울의 가족사

(김경훈)


봉석아!

봉석아
이 형 원망 하영 햄지이
다 알암서
호썰만 기다렴시라
나 내려가믄 그때랑
꿩코도 놓으레 곹이 댕기곡
바당에 괴기도 잡으로 가게
기죽지 말앙 요망지게 이서
작산 놈이 잉잉 울지도말곡
어멍 말 잘 듣곡 알암나
폭총이영 연 만들어주켄헌 약속
나 안잊어부러서
내려가믄 꼭 만들어주마
잘 이시라


형!

언제 올 꺼 형
형 어시난 어머니 맨날 한숨만 쉬멍
이젠 나도 잘 안때렴신게
형 언제 올 거
우리 동네선 형 때문에 사람덜 죽엄잰 경 골암서
전엔 다 덜 형 좋아허던 사름덜인디
어제도 순경이 왔다가서
형 내놓으렌 어멍을 패대기치당 가서
어멍은 말도 하나 못허고 고배시 다 맞안
난 무서원 담고망에 곱안 봐서
형 언제 올 거


어머니!

어머니
죄송허우다
마음 약해지카부덴
간덴 말도 못허연 올라와수다
허주만 호근 나 걱정일랑 허지 맙서
산에도 먹을 거 입을 거 다 이수다
난 잘 이수다
우리 분시어신 봉석인 잘 이신지
이 못난 형 원망 하영 햄실 건디
어머니가 잘 골아줍서
조금만 이시믄 내려갈 거렌
또시 옛날곹이 살아질 거렌
어머니
잘 이십서
나 소식 없어도 걱정허지 맙서
나가 누게 아덜이우꽈
어머니
살암십서


봉진아!

큰아덜 봉진아
이거 무신 세상이고
무신 세상이관데 이추룩 험헌 꼴이고
너 하나만 믿엉 의지허멍 살아와신디
저 봉석이 철딱서니 어신 거
형 신디 가켄 찡알대는 거 때리지도 못 허고
난 아무상토 안허다
너만 몸 성허게 잘 이시믄 그걸로 된 거여
옷 또시게 입엉 댕기고
밥 거르지 말라
세상이사 지 가는대로 둥글어갈 테주만
살앙만 이시라


봉석아!

봉석아 이레 왕 앉아보라
아명해도 넌 일본더레 가야키여
해방전이 나가 살아난 디 아는 사람이 이시난
동네 사람신디 글 써도렌 부탁허크매
그 편지 가졍 일본더레 가라
넌 여기 이시믄 아명해도 안 될 거 닮다
이 어멍이 여러 번 생각허영 허는 거매
울지 말라 작산 것이 뭔 눈물이 경 하냐
공부 잘 허고 시국 패와지걸랑 오라
그때꼬진 모심 독허게 먹엉 살아사 헌다
나 말 알아들엄시냐
고팡 큰 장항 아래 보믄 얼마 돈이 이실 거여
어멍이 어서도 그거 해영 가라
울지만 말앙 이 놈의 새끼야


어머니!

아이고 어머니 이게 뭔 일이꽈
어머니 말 좀 허여봅서
이 개놈의 새끼덜 사람을 어떵 영 악독허게 죽일 수 있나
어머니 나가 원수를 갚으쿠다
난 그놈들을 똑똑히 다 봐두어수다
나가 커그네 그놈덜신디 꼭 그대로 돌려주쿠다
아이고 이젠 어멍도 없고 형도 없고
나 혼자 어떵 살렌 어머니
이젠 집도 다 불 타불고
친척덜도 거즘 다 죽어불고
먹을 것도 하나토 어신디
아이고 어머니 어떵 허믄 되코
저레 가라 이놈의 까마귀덜아
저레 가 저레 가 어멍 신디 오지 마라

 

* 김경훈 : 1962년 제주 출생. 1993년 『통일문학 통일예술』로 등단. 시집 『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 『삼돌이네 집』. 마당극 대본집 『살짜기 옵서예』.

* 양미경 : 개인전1회 / 4.3미술제 / 2000년 제주의 풍속화전 / 2000년의 나 그리고 우리전 / 광주통일미술제 / 김복진미술제 / 잇꽃전 등 다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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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가 제주4.3 60주년 위령제를 맞아 기획연재하고 있는 '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은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사)민족미술인협회 제주지회 탐라미술인협회 협조를 얻어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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