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9)

   

태흥리 모자 쌍묘(母子雙墓) 앞에서

(김석교)


큰아들 열 살 정원이
총 맞고 흙구덩에 떨어져 목숨 끊기면서도
어머니 등에 매달린 두 살 막내 살리려고
“이 아이만 살려줍써!”
“제발 하나만 살려줍써!” 애원할 때
“의지해서 살 사람이나 있냐?” 토벌대 또다시
미친 총질로 정원이 숨통 끊어버리고
이미 숨소리 멈춘 둘째 창학이, 셋째 만강이, 어머니,
볼락볼락 숨 붙은 막내까지
다섯 모자 위로 흙 들이부어 덮어버렸지

그렇게 정원이네 죽어간 지 여섯 달
남원에서 정원이 외할아버지
중문까지 소달구지 끌고 먼 길 걸어와
흙구덩이 파내고 딸, 손자 유골 찾아내고
이미 다 썩어 누가 누군지 모르는 시신들
모기장 두른 채 숨죽이며
밤길 걸어온 곳, 남원읍 태흥3리

주인 없는 공유지에 돌담 두르고 묘를 만드니
어머니 묘 하나에 네 오누이 합장묘 하나
그렇게 다섯 가족의, 모자 쌍묘
이제는 과수원이 돼버린 곳에 덩그라니
묘비도 없이, 사람들 그 사연 알지 못하는
태흥리 모자 쌍묘
무자년 한 가족 몰살사를 누가 알까
하늘과 바람, 시간과 역사만이
무덤 속에서 울고 있는 그들을 기억할까

 

* 김석교 : 1958년 제주 출생. 199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넋 달래려다 그대는 넋 놓고』. 제주작가회의 회원. 《깨어있음의 시》 동인.

* 양철민 : 12월展(그림마당민) / 제주미술-맑은 바람전(제주 세종갤러리) / 광주통일미술제 / D.M.Z전 / 두벌갈이展 / 4.3미술제 등 다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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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가 제주4.3 60주년 위령제를 맞아 기획연재하고 있는 '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은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사)민족미술인협회 제주지회 탐라미술인협회 협조를 얻어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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