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 개교 70주년 맞아 최정숙 교우 유물 특별 전시
교우회보도 교육자 의술인 독립운동가 삶 특집으로 소개

▲ 제주 초대 교육감이던 시절. 사진출처=책 '시대를 앞서 간 제주여성'. ⓒ제주의소리

독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 교육자이면서도 의사, 그리고 제주1호 여성교장이자 초대 교육감으로 제주사회의 큰 등불이던 최정숙 교육감의 삶이 서울에서 조명된다.

고려대학교가 의과대학 개교 70주년을 맞아 준비 중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개교 70주년기념특별전시회’에 이 대학 2회 졸업생인 최정숙 교육감의 숭고한 삶이 동문들의 표상으로 전시된다.

제주사회 각 분야에선 그의 손길이 안 미친 곳이 없을 정도로 역사 마디마디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그였지만, 워낙 드러내는 것을 마다하는 그의 성품 탓이었는지 사후 31년이 되는 올해서야 대학 후배들에 의해 그의 모교에서 반추되는 것이다.

최정숙 교육감은 고대 의대 전신인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에 1939년 37살 늦깎이에 입학, 1944년에 졸업했다.

▲ 말년의 최정숙 교육감.그리고 젊었을 때의 모습. 사진출처=책 '시대를 앞서 간 제주여성'. ⓒ제주의소리
최 교육감 삶의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고려대 의과대학 70주년기념 특별전시준비위가 70년의 역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준비위원장인 이준상 교수에 의해 발견하면서다. 이준상 교수는 고대 의대 70년 역사자료를 수집하던 중 최정숙 교육감을 찾아내고는 “반짝이는 보물을 찾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대선배인 최 교육감의 생애에 놀라움과 존경을 금치 못했다.

그 즉시 그는 최 교육감을 알기 위해 제주도를 찾아 각종 자료를 확인했다. 또 이 같은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워 고려대학교우회에 알렸고, 교우회는 한 달에 한 번 발간되는 되는 교우회보(425호, 3월14일자 발행) 특집면 한 면에 걸쳐 최 교육감의 스토리를 다뤘다.

‘빛바랜 사료 속 빛나던 숭고한 삶을 조명한다’는 제목으로 써내려간 최정숙 교육감에 대한 삶은 일제하에서 경성여자보통고등학교를 다니던 17살 당시에 일제에 대항하기 위해 ‘소녀결사대’에 가입해 1919년 3월1일 파고다공원(현 탑골공원)에서 열린 만세운동에 합류했고, 이 때문에 여성독립운동 주모자 붙잡혀 서대문형무소 독방에 수감돼 모진 취조와 고문을 받으면서도 유관순 열사와 함께 옥중에서도 조국독립을 외치던 이야기를 실었다.

▲ 제주사회의 큰등불이셨던 최정숙 교육감의 숭고한 삶이 그의 모교인 고려대학교 후배들에 의해 재조명된다. 고대 의대 70주년을 맞춰 고대교우회보가 최정숙 교우의 삶을 특집으로 다뤘다. 5월1일부터 특별전시전에 그의 유물도 전시된다. ⓒ제주의소리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난 후 고향에서 진료활동을 펴던 중 일제에 의해 ‘군의관’으로 강제 징용돼 일제에 괴롭힘을 당한 동포들에게 치료와 식사를 챙겨주던 일화도 소개했다.

해방된 후 4.3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부녀회를 조직해 계명운동과 문맹퇴치에 앞장섰고 신성여중고를 개교해 초대교장, 그리고 1964년에는 첫 교육감에 피선된 이야기도 전했다. 이같은 헌신적인 봉사가 인정돼 카톨릭 신자로서는 최대 영예인 로마교황훈장을 받았다는 사실도 기사화했다.

그러면서 개교 70주년 특별전에 최정숙 교우의 유품을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70주년준비위 이준상 교수는 최근 제주도에 내려와 최 교육감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교육박물관측과 만나 유물임대를 요청했다. 고대 의대가 특별전에 전시할 유물은 최 교육감이 옥중에서 사용했던 부채와 손수건, 로마교황훈장, 그리고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졸업장이다.

교육박물관측은 이중 부재와 손수건은 현재 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또 임대기간도 한달이나 걸린다는 점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나 최정숙 교육감의 삶을 전국적으로 알린다는 차원에서 가급적 임대해 준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17일 박물관위원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후 고려대 박물관측에 유물을 임대해 줄 계획이다.

▲ 항일운동가이자 제주 최초의 여교사였던 친구 강평국과 함께 팔씨름 하는 모습. 사진출처=책 '시대를 앞서 간 제주여성'. ⓒ제주의소리
특별전시전은 고려대 박물관에서 이달 29일 개관하며 일반인에게는 5월1일부터 한 달 간 전시된다.

고려대 의대 7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 준비위 관계자는 11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고대 의대 출신 중 최정숙 교우처럼 정말 훌륭한 대선배가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면서 “이번 전시회에는 최 교우의 숭고한 삶을 소개하는 패널과 함께 제주도교육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옥중부채와 손수건 등의 유물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여성, 한발 더 나아가 제주인의 표상인 최정숙 교육감의 인생이 서울에서 재조명된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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