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외국인 캐디 쓰면....제주 캐디들은 어디로...

김태환 제주지사가 2008년 화두로 내 놓은 ‘신경제혁명’이 제주경제 각 분야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관광분야의 이른바 ‘거품빼기’는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제주도가 제주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도민여론조사에서도 61.3%가 ‘관광 고비용 해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왜 안 그러겠습니까.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 속에 관광요금이라도 내리겠다고 하니 어디 반갑지 않겠습니까.

뛰는 물가 속에 관광요금이라도 깎겠다니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제주관광에 ‘거품’이 끼었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바가지관광’ ‘고비용관광’의 오명을 벗고자 하는 제주도정 정책의 ‘기조’는 옳다는 게 <제주의소리>입장입니다. 하지만 ‘가격인하’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김태환 지사께서 ‘관광거품’과 관련한 두 가지 발언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골프가격 인하에 ‘협조(?)’를 안 한 오라골프장에서 도지사배주니어골프대회를 열지 말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인건비절감과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골프경기보조원 이른바 ‘캐디’를 외국인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기회비용-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용병 캐디’ 발언이 <제주의소리>에 보도되자마자 많은 댓글이 올라왔습니다만 그 중 눈에 띄는 글이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날리려는 구나”란 내용이었습니다. ‘기회비용’ 문제를 제기한 내용이었습니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이란 쉽게 말하면 어느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김 지사는 외국인 캐디를 채용하면 캐디부족도 해소하고, 캐디피도 낮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외국인 캐디를 채용하면 당장 제주도민들?일자리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듯합니다.

먼저 두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진짜 캐디가 부족한지? 부족하다면 왜 부족한지를 먼저 살펴보고, 두 번째에 캐디피에 ‘거품’이 꼈느냐는 겁니다.

캐디 수급난은 제주도 당국이 골프장 허가에만 급급했지, 골프를 산업으로 보고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캐디양성에는 전혀 관심을 쏟지 않은 정책적 한계임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8군데, 2006년에만 해도 16곳에 불과했던 골프장이 올해 들어 26개로 늘어났지만 캐디를 육성하지 못한 행정의 책임을 ‘외국인’으로 풀겠다는 근시안적인 정책이 아니냐는 겁니다.

원래 캐디가 필요 없는 제주도내 퍼블릭골프장 대부분이 카트에다 캐디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잘못된 운영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다고 해도 캐디 대부분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까지 제주 여성들이라는 겁니다. 18홀 뛰고 받는 캐디피가 평균 7~8만원. 제주에서 아주 잘나가는 골프장 캐디가 평균 1일 1회, 월 25회를 뛴다고 해도 그들이 손에 쥐어지는 캐디피는 200만원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4대 보험가입도 안되고, 업계관행상 정년도 41살입니다.

김 지사 말대로 외국인 캐디가 들어오면 캐디피는 분명 싸질 수 있지만, 제주도민들은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겨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골프비용을 내리기 위해 제주도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이제 신경제혁명인지...국내 캐디양성을 통해 수급조절할 생각을 해야지 그렇지 않고 싸다고, 쉽다고 외국인을 쓰면 내국인 일자리 남아나는 곳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산토끼가 ‘캐디피’라고 하면 집토끼는 ‘일자리’가 되는 겁니다.  . 

‘카트비용 인하’ 수익 감소분 누가 떠맡을 것인가?

또 하나는 일괄적인 요금인하 정책과 그게 가져 올 후폭풍입니다. 캐디피가 전액 캐디들의 몫이라면, 카트비는 회사수익입니다. 카트비를 인하한다는 것은 결국 회사수익이 줄어드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주들이 이익을 포기할까요, 아니면 비용을 줄여서 수익감소 부분을 충당할까요. 대부분은 후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근로자들의 임금삭감 또는 구조조정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만 이 정책이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친다’는 한 네티즌의 댓글은 그래도 시의적절한 지적입니다. 캐디피와 카드비가 골프관광의 ‘거품’인지 다시 한 번 봐야 할 겁니다. 단순히 중국과 동남아에 비해서 비싸니 ‘거품’이다, 이것은 서울의 논리일 뿐입니다. 서울은 제주에서 골프를 치던지, 하이난도에서 치던지 싸기만 하면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관광객도 유치해야 하지만,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소득도 챙겨야 하는 겁니다. 또 실제 어느 부분이 ‘거품’인지 공무원의 눈이 아닌, 소비자의 눈에서 봐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또 아무리 요금인하가 중요하더라고 해도 말 안 듣는 골프장에서 대회를 열지 말라는 발언은 적어도 ‘국제자유도시’ 도지사가 하기에는 너무 유치해 보입니다.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외국기업을 유치해 놓고 비용이 비싸다면 나중에 “나가라”고 할 겁니까?

한 네티즌은 또 이런 댓들도 달았더군요. “영어도 못하는 비싼 공무원 대신 영어 잘하는 값싼 외국인 공무원을 채용하자”구요...어떻습니까?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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