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80두 키우는 김충희씨가 본 '미국산 쇠고기 수입'

▲ 소떼 금악의 목장에서 방목되는 한우들  ⓒ 장태욱 

한미 쇠고기 협상이 전격 타결됨에 따라 미국산 LA갈비 수입이 4년여 만에 재개된다. 지난 18일에 발표된 농림수산식품부의 안에 따르면 1단계로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 수입은 대부분 전면 허용된다. 이어 2단계로는 미국이 '강화된 사료 조치'를 공포할 경우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의 수입도 허용된다.

정부의 조치에 따라 앞으로 20일 동안의 입법예고기간이 경과되면 5월 중순 경부터 미국산 쇠고기 제품을 거의 대부분 먹을 수 있게 된다.

한미 간 합의된 쇠고기 협상안이 발표되자 국내 한우농가는 물론이고 농민단체와 시민단체가 가세하여 정부의 협상안에 대해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안 협상안대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다면 우리 식탁이 광우병 공포에 노출될 것이고, 전국의 한우 농가들이 줄도산 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 축사 소들 비육하는 축사  ⓒ 장태욱   
   
▲ 김충희씨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서 한우를 사육한다.  ⓒ 장태욱

실제 한우농가의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제주시 한림읍 금악에 있는 한우 농가를 찾았다. 금악에서 태어나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김충희(45)씨를 22일 만났다.

김충희씨는 부인 한경례씨와 세 딸을 거느린 가장으로 자신이 소유한 6000평의 농경지에 한우 축사를 지어 80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다. 그의 가족은 축사 옆에 지은 조립식 주택에서 생활한다. 

"송아지 사서 키우면 요즘은 무조건 100만원 적자"

금악은 배후에 이시돌목장을 제외하고도 50만평의 넓은 마을 공동목장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다. 김충희씨도 이 마을 목장에서 소를 방목하기도 하고, 마을목장의 일부에서 사료를 재배하여 소에게 공급하기도 한다. 금악마을은 축산농가에게는 조건이 좋은 마을이다.

- 축산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연 수익은 어느 정도 되는가?

"얼마 전까지 한우 200두를 키우다가 한미FTA 협상이 진행 될 무렵 80두 정도로 규모를 줄었다. 한우는 국제시장에서 11년에서 12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데, 이를 캐틀 사이클(cattle cycle)이라 한다. 95년부터 2000년까지를 하락기라 한다면, 2000년 이후부터 한미FTA협상이 진행되던 2007년 까지 국내 한우농가는 호황기를 누렸다. 이 호황기가 끝나갈 무렵 비육소는 팔고, 송아지는 늘리지 않았다."

- 암소 한 마리를 비육시켜서 시장에 내다팔기 위해 몇 개월간 어느 정도의 비용을 투자해야하는가?

"송아지 구입비용이 200만원 정도다. 최근 사료값이 많이 올랐다. 25㎏ 기준으로 작년에 6000원이던 사료가 지금은 1만원을 넘고 있다. 출하시 까지 소 한 마리가 1일 평균 6.5㎏의 사료를 먹는다. 한 달이면 9만원이다. 이렇게 30개월을 먹이려면 한 마리가 270만원 어치의 사료를 먹는다. 여기에 건초를 먹는 비용까지 합하면 약 350만원이 든다. 송아지 구입비에 합산하면 비육소 한 마리 원가가 550만원이다. 그런데 지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450만원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100만원 적자가 나는 셈이다."

- 농가 부채는 농촌이 안고 있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어느 정도인가?

"축산은 다른 농업에 비해 자본집약적인 분야다. 송아지 100두만 구입하려고 해도 2억원이 든다. 거기에 축사를 300평 정도 지으려면 1억5000만원이 추가된다. 다른 기계를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돈을 합하면 부채 4억은 기본으로 가지고 간다. 나도 부채가 그 정도인데, 대부분 금리 3% 안팎의 저리자금이다. 만약 여기에 일반 시중은행 대출금비중이  크게 들어있는 농가는 경영이 어렵다고 봐야한다."

▲ 사료와 건초 한우에게 먹일 건초와 사료가 축사에 쌓여있다. 사료 값 폭등이 한우 농가를 어렵게 하고 있다.  ⓒ 장태욱   

▲ 기구 축사에서 쓰는 기구  ⓒ 장태욱  

"정부는 주권을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 한미간 쇠고기 협상이 이루어져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재개된다고 한다. 앞으로 입법 예고기간이 지나면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가 거의 전면 개방된다. 한우 농가로서 걱정이 많을텐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일본의 경우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광우병으로부터 국내 식탁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소 전체에 대한 검역을 실시하는데, 수입대상도 20개월 미만의 소로 제한했다. 그런데 20개월 미만의 어린 소를 누가 출하하나? 사실상 수입을 막은 것이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사실상 쇠고기 시장을 미국에 전면 개방했다. 정부가 주권을 포기한 것이다."

-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질 사료를 공급해서 생긴 병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이 사료조치를 강화하여, 광우병 위험 통제국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면 광우병에 대해 공포에 떨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한국정부와 미국 측의 주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얘기는 몇 해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미국 내 사료업계의 반발로 미국은 강력한 사료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 내에서 강력한 사료조차가 취해지지 않더라도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전 범위를 수입할 것이다. 정부가 농업구조조정이란 명분으로 농업포기 정책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국내 소비자들도 국산 한우고기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한다. 생산자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소비자들은 비싸다고 원망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생각해봤나?

"역시 축협을 중심으로 한 생산자 단체의 문제다. 여기에 지자체가 지역 축산농가의 활로를 개척할 의지도 없다. 지방정부가 이렇다 할 축산정책을 내놓은 것이 있나? 앞으로 두 단체가 공조해서 대도시에  소비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매장을 많이 만들어야한다."

-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를 수입하면 도시의 서민들이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가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먹으면서 이미 미국 쇠고기 수입을 기정사실화 한 거 아닌가? 국내 농업이 몰락해서 도시 인구가 많아지면 국가는 더 큰 비용을 감당해야한다. 최소한 국가 지도자는 그 정도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 기구 한우에게 먹일 목초를 생산할 때 쓰는 기구  ⓒ 장태욱  
▲ 김충희씨 정부가 발표한 한우농가 지원책에 대해 격분했다.  ⓒ 장태욱  

"최근 농가를 가장 어렵게 하는 건 사료 값 폭등"

- 정부에서는 한우 농가를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1등급의 한우를 생산한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나,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브루셀라병 살처분 보상비를 80%로 상향조정하겠다고 했고, 사료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청보리 재배면적을 늘리겠다고 했다. 실제 농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이 정책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아주 나쁜 정부라고 생각했다. 지금 발표한 이 정책들은 2000년 이전 한우농가가 불황을 겪고 있을 당시 정부에서 시행하던 정책들이다. 이걸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비한 농가지원 대책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그럼 한우 농가에게 절실히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최근에 농가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이 사료값 폭등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나서서 사료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줘야 한다. 사료 종자비와 사료생산에 드는 비료 값을 지원해주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 주변에 도시인들이 구입해놓고 놀고 있는 휴경지들이 많지 않은가? 정부가 나서서 이런 토지를 농가에서 사료재배로 쓸 수 있게 유도해줘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우리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쇠고기 수입량을 최소로 하는 것이다."

- 지자체나 전문가들은 1차산업과 3차산업을 연계했을 때만 농업의 생존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현실성있다고 보는가?

"이론적으로는 맞을지 모르나 현실성 없는 제안이다. 우리는 소가 아픈지 사료는 잘 먹는지 살피는 데도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신이 아닌 이상 바쁜 와중에 무슨 관광사업을 병행하겠나? 그리고 3차산업 기반을 다지는 데도 자본이 많이 든다. 한 푼 보태는 바 없이 무책임한 주장을 하면 안된다고 본다."

- 40대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한우 사업을 포기할 것인가?

"지금 농장에 한우를 키우기 위해 구입해 놓은 농기계만도 1억원 어치를 넘는다. 부업으로 농사를 지으면서라도 한우 사업은 계속할 것이다. 배운 게 이것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식량주권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씨는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나?"

김충희씨는 적자를 보면서도 한우 농업을 계속 하겠다고 한다. 그가 키우는 한우들이 이 험난한 시절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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