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신산공원 확장 부지 내에 시민들 작물 재배…수확 촉구

▲ 신산공원 산책로 주변에 시민들이 임의로 경작한 농작물(사진 위). 산책로 주변 꽃길 조성 등을 위해 제주시가 작물 수확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제주의소리
제주시내 공원 조성 예정부지 내에 주말농장을 연상케 하는 갖가지 작물들이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시 신산공원내 산책로를 따라 옹기종기 텃밭들이 만들어지고 나름대로 내 땅 네 땅 경계도 지으면서 콩, 배추, 쪽파, 가지, 고추 등 다양한 작물들이 심어져 있다.

조그만 텃밭을 분양 받아 가족들이 주말 등을 이용해 가꾸는 주말농장을 닮았지만 이곳은 주말농장이 아니라 공원조성 예정지의 자투리땅에 시민들이 임의로 작물을 재배한 것.

제주시는 신산공원 주변의 부지를 매입, 더 넓은 산책로와 쉼터를 조성중이다.

시는 확장되는 공원부지내의 산책로 주변에 무궁화동산, 꽃길 등을 조성할 계획인데 시민들이 임의로 재배한 작물의 처리가 문제.

▲ 제주시의 작물 수확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린 이후에도 작물 파종이 이뤄졌다.ⓒ제주의소리
그래서 제주시는 "시유지를 무단점유하여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부지는 우리시 공원조성 예정부지이므로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분들께서는 2004년 10월 31일까지 수확을 하시기 바라며, 만약 기간내 수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득이 우리시에서 강제로 원상회복을 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알림판을 공원 곳곳에 설치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시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이미 수확을 마친 곳도 있지만 시가 정한 기한이 지났음에도 곳곳에 아직 수확해야 할 작물들이 많다.

제주시의 관계자는 "신산공원 산책로 주변에 유채꽃과 코스모스 등을 파종해 시민들에게 쾌적하고 아름다운 꽃길을 선보이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파종이 이뤄져야 해서 그 때는 불가피하게 작물을 재배한 공원부지를 원상복구해야 한다"며 "지난 10월31일까지를 기한으로 했지만 1주일 정도의 유예기간을 더 두어 최대한 시민들의 자진 수확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공원부지 내에 고추를 재배한 박재심 할머니가 고추 나무를 뽑고 있다.ⓒ제주의소리
고추 수확으로 한참 바쁜 오순자 할머니(77·제주시 일도2동). "나무가 자라고 공원이 만들어 질 때까지만 나무 사이사이의 노는 땅을 활용한 것"이라며 "이제 철거하라고 하니 올해 재배한 것이나 강제 철거하기 전에 빨리 수확해야지"라며 고추 따는 손길을 재촉했다.

   
"이렇게 재배해 봤자 반도 제대로 수확하지 못한다"며 "공원에서 운동하거나 산책 나온 사람들이 고구마도 캐 가고 고추도 따 가고 하니 남아나는 것이 있어야지"라고 하면서도 "꼭 농사지어서 내가 먹겠다는 것이 아니고 집에 혼자 있으면 몸도 마음도 더 아픈 것 같아서 소일 삼아 나온다"는 박재심 할머니(74·제주시 일도2동).

박 할머니는 "노는 땅을 보니 가만있지를 못해서 이렇게 나왔다"며 "이 곳을 텃밭 삼아 나와서 작물을 재배하니까 건강에도 도움이 많이 됐었다. 아직 수확이 이르지만 처음부터 내 땅이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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