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7) 봄 꽃 지는 시름을 쓸어가는 날입니다.

파란 바람이 들녘 가득 불어
봄 꽃 지는 시름을 쓸어가는 날입니다.
올려다 본 하늘에 몰려오는 먹장구름
그 보다 더 높은 곳, 그 보다 더 넓은
마음 안에서 빛을 발하는 선언이 있었습니다.
존재의 존귀함
관계의 소중함
그것은 좌절과 고통 속에서 빛을 발합니다.

현 인류의 스승인 달라이라마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무력감을 느끼지만 평화롭게 대처할 것입니다.”
독립을 외치는 티베트 인들을 마구 짓밟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중국의 폭력적 탄압 앞에 울음을 삼키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경제대국과 세계의 패권국을 꿈꾸는 중국 베이징을 향해 올림픽 성화가 지구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산맥을 넘어가는 시간에 평화를 위한 회담은 비공개로 이루어졌습니다.
패권의 횃불은 세계의 매체를 타고
평화를 향한 대화는 비밀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아직도 저는 그 결과를 알지 못합니다.

▲ 인도 룸비니에서 기도를 올리는 티벳여인 ⓒ오성

왜?

완전한 독립을 바라는 것도 아닌
티베트인들이 티베트의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자치를 바라는 그들을
왜 폭력을 써서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만약에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라면
어떤 절대자가 되돌아본 오늘은 이해되고 용서될 수 있을까?
국제적, 정치적 이유의 근원의 뿌리는 무엇일까?
패권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존귀성은 어떤 것일까?
관세음보살의 화신인 달라이라마에게 무력감을 느끼게 한
그 관계는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 네팔에서 만난 티벳스님들 ⓒ오성

이웃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순간 우리 곁에서 우리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입니다.
눈을 뜨고 볼 수 있으면 길이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허망한 삶입니다.

▲ 오성스님 ⓒ제주의소리
번뇌는 저 하늘의 별빛이고
보살의 길은 눈물의 바다입니다.
지금의 고통이 내일을 향한 지남이라 하기엔 아픔이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이렇듯 다다를 수 없는 평화의 길이지만
걷는 동안에 진정한 행복이 느껴지기에 가는 것입니다.
어쩜 이 길의 목적지가 없기에
가는 걸음이 소중하고 그것으로 온전한 행복입니다. 
그러기에 현신의 보살을 우리는 친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밝혀놓은 등을 바라본 그 눈으로
타인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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