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쇠고기-궤양병 감귤...어쩌면 이리 같은지
광우병 쇠고기-궤양병 감귤...어쩌면 이리 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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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10년 전에나 지금이나 미국 뜻대로 놀아나는 정부

광우병 쇠고기 논란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우리 먹거리 안전성 논란이 이제 출범한지 100일 밖에 안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20%대로 끌어 내릴 정도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 1 예전 미선이 효순이 촛불집회, 노무현 대통령 탄핵규탄 촛불집회가 ‘386’이 중심이 된 국민저항이었다면, 이번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는 10대 중고생들이 전면에 나서 미국산 수입쇠고기를 먹을 수 없다며 정부를 규탄한다. 전에 볼 수 없는 새로운 저항이다. 중고생들까지 나선 촛불집회에 정부 여당은 촛불집회 배후에 좌파가 있다고, 전교조가 선동하고 있다고 외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촛불문화제를 ‘정치선동’으로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욱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이치를 정부여당은 왜 모르는지, 왜 국민들을 ‘그렇게 우습게’ 보는지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불과 얼마 전에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그 위대한 국민들인데...

# 2 광우병 논란과는 별개로, 쇠고기협상에서 보여준 미국과 우리정부의 자세는 ‘역시’란 말이 절로 나온다. 자기의 요구를 듣지 않으면 한미FTA 협상이 깨질 수도 있다는 미국정부의 무례한 협상력에, 자국민들은 광우병에 걸릴까봐 먹지도 않는 ‘30개월 이상 된 소’를 대한민국 국민들은 먹어도 된다는 후안무치한 협상은 다시 한 번 ‘미국’을 보게 한다. 그렇다고 미국을 욕할 이유는 없다. 이게 국제사회의 냉혹함이기 때문이다.

답답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정부다. 미국의 주장을 고스란히 수용해 미국민들도 외면하는 30개월 이상된 소를 ‘안전한 소고기’라고 주장하고, 문제가 있다면 먹지 않으면 될 게 아니냐고 말하는 정부를 보면서, 특히 영문번역을 제대로 하지 못해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가 오히려 후퇴한 것도 모르는 대한민국 관료들을 보면서 이게 과연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할 우리 정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 3 쇠고기 수입협상이 있기 10여년 전부터 한국과 미국정부가 몇 차례 벌였던 감귤-오렌지 수입검역 협상도 되돌아보면, 어쩌면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한게 하나도 없는지, 과거 잘못된 협상에서 과연 우리 정부는 무엇을 배웠는지 혀를 차게 할 뿐이다.

1995년부터 시작된 제주산 감귤의 미국수출은 수출감귤에서 궤양병이 발병하면서 중단됐다. 문제는 궤양병 문제를 풀기위해 양국이 기술협의를 시작하면서 불평등협상은 더욱 꼬여만 갔다.

미국은 한국산 감귤에 대해 87종의 병해충을 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규제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산 오렌지에 대해 셉토리아균 1종만, 그것도 툴레어와 프레스토카운티 두 지역에서만 발병한 경우에만 규제할 수 있게 됐다. 오렌지 병해충은 152종이 있고, 미국도 스스로 90종을 지정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셉토리아균 1종만 규제 병해충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첫 단추부터가 잘못 꿴 협상이었다.

검역도 문제였다. 한국산감귤은 검역과정에서 궤양병이 발견되면 감귤 수출단지 전체를 검역해야 하지만, 미국산 오렌지는 수입금지 병원균이 검출되더라도 농가단위 방제계획만 세우면 된다. 또 궤양병이 발견되면 감귤은 수출이 중단되는 반면, 미국 오렌지는 병원균이 검출된 해당 생산자의 해당 콘테이너에 있는 오렌지만 폐기하면, 나머지는 수입이 가능하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해도 수입 중단할 수 없는 쇠고기 협상과 감귤-오렌지 협상이 어쩌면 이리도 비슷한지.

검역주권 문제도 당시에도 제기됐다.

미국 오렌지는 미 전역에서 수출할 수 있지만, 제주 감귤은 별도의 수출단지에서 재배된 감귤만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수출단지는 궤양병 차단을 위해 주변 400m 이상을 완충지역으로 만들어 한라봉 등 10종의 만감류는 심을 수가 없다.

또 미국은 제주산 감귤에 대해 검사인원 제한없이 1년에 3번, 3개월 현지 심사하도록 했다.

수출단지별로 매년 7월 궤양병에 대한 농가별 전수조사를 받아야 하고, 9월에는 세균검사를 거친 후 다시 수출할 시점에 통관검역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검역한 후 수출된 감귤은 미국에서 재검역을 받야 한다. 또 수출단지 검사비용도 우리측이 내야 한다.

반면 미국 오렌지에 대한 우리측의 검사는 네이블오렌지 시즌에는 3명이 4주간, 발렌시아 오렌지시즌에는 2명이 3주간 심사가 고작이다.

미국입장에서는 오렌지는 수출하겠지만 감귤은 수입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인 불평등 협상이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완전히 검역주권을 포기한 불평등 협상이었다.

# 4 검역주권을 포기한 불평등 협상의 효과는 그대로 나타났다.

1995년부터 시작된 제주산 감귤의 미국수출은 1998년 1차 중단되고, 1998년에 재개된 후 이후 2003년에 또 다시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117억원을 들여 제주도내 6군데에 마련했던 감귤수출단지는 이제는 일반 감귤밭이나 마찬가지로 내수시장을 겨냥한 과수원으로 전락했다.

농가들은 너무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미국 수출을 포기했다. 특별히 수출가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런 상황에서 수출조건을 맞추려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의도는 맞아 떨어졌다. 오렌지는 언제든지 수출할 수 있도록 한국시장 문을 활짝 열었으나 우리나라 감귤의 수출문은 꽁꽁 닫아 버렸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그 의도대로 놀아났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감귤-오렌지 협상이나, 광우병 쇠고기 수입협상이나 어쩌면 이리도 똑 같은지...그 당시 우리 정부의 답변이나, 지금의 답변이나 왜 이렇게 무성의하고, 책임회피로만 들리는지.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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