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찬 열사 13주기 추모제…"양 열사의 정신은 아직도 이 땅에"

   
차라리 이 땅에 돌아오지 마시라

먼길 떠난 그대여
벗도 없이 홀로 먼길 떠난 그대여 차라리 이 땅에 돌아오지 마시라
가신 지 열 세 해째 아직도 서성대는 그대여
살아도 죽어있는 우리들
차라리 눈감고 돌아서시사
원망도 질책도 지금은 닿지 않으니
결단코 외면하여 돌아서시라

먼길 떠난 그대여
벗도 없이 홀로 먼길 떠난 그대여
우리의 진정이 닿거든 다시 돌아서시라
그대 뜻 제대로 이어 뭔가 이룰 때
그리하여 그대 볼 면목 좀 있을 때
청하여든 그대여 당당히 돌아오시라
죽어서 살아오는 그대여
사랑의 보따리 풀고 마주 앉아
벗하여 생명술 한잔 넙죽 받으시라

양용찬 열사 13주기 추모제에 부쳐 - 김경훈(시인.제주작가회의)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 ‘제2의 하와이형 개발 반대’ ‘제주도민 주체의 개발’을 외치며 91년 산화해 간 故 양용찬 열사의 13주기 추모제가 개최됐다.

양용찬열사 추모사업회(대표 김택진)의 주최로 6일 오후 5시30분 동문로터리 분수대 광장에서 ‘제주사랑 민중사랑 양용찬 열사 13주기 추모제’가 제주여민회 김영란 대표의 사회로 현애자 의원, 안동우 도의원, 주민자치연대 김상근 대표, 전농 도연맹 이태권 의장, 전교조 이석문 지부장 등 단체 대표와 유족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문화제 형식으로 치러진 이날 추모제는 풍물패 신나락의 길트기로 시작됐고, 민요패 소리왓에서 양용찬 열사의 삶을 형상화했다.

   
추모사업회 김택진 대표는 추모사에서 “91년 제주도민의 격렬한 주민운동이었던 제주도개발특별법 투쟁도 어드덧 13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하지만 그 특별법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양용찬 열사의 민주화운동 희생자로서의 명예회복은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양용찬 열사는 13년전 제주인의 민생과 민권은 물론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군사독재 마지막 시기의 부당한 공권력으로 인해 스스로 항거의 길을 택한 제주사랑, 민중사랑의 화신이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며 “13년이나 지났지만 제주의 현실은 외지인의 개발로 인해 도민은 땅을 잃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근 대표는 “지금 제주는 그 어디를 보나 열사가 외쳤던 제주도민을 위한, 제주도민 주체의 개발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며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 회원으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왔던 양 열사의 모습이 더욱 그립다”고 추도했다.

   
이어 김상근 대표는 “오늘보다 알찬, 보람된 내일을 위해 이제 열사의 13주기 추모일을 맞아 다시 한번 ‘제주인에 의한, 제주인을 위한, 도민주체의 개발’을 이룰 때까지 전진하며 살아가자”고 강조했다.

양용찬 열사의 동생인 양명선씨는 “매년 11월이 되면 긴장감에 떨리고 부담스럽게 된다”며 “저희 가족들만 아파하고, 슬퍼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 모두가 여전히 아프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 양용찬 열사의 동생 양명선씨
양명선씨는 “1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양 열사를 잊지 않고 추모해 주시는 추모사업회와 도민들에게 유족으로서 고마움을 대신한다”고 말했다.

고향 신례1리 양도현 청년회장은 “양용찬 열사의 정신은 어려울수록 빛을 발한다”며 “양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지역사회의 삶의 질과 발전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현애자 의원은 “양 열사의 뜻은 13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도민과 함께 해 왔다”며 “많은 도민들이 그 뜻을 이루기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도사에 이어 김경훈 시인이 양용찬 열사 13주기 추모제에 부쳐 추모시 ‘차라리 이 땅에 돌아오지 마시라’를 쓰고, 제주작가회의 양성미씨가 낭독했다.


민중가수 최상돈씨와 청춘의 추모공연으로 이날 13주기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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