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지역 촛불문화제를 이끄는 사람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우려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5월 20일 하루에 제주시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행사가 두 군데서 열렸다.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는 광우병 쇠고기 반대 투쟁  
  

   
▲ 패널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이 패널을 들고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 장태욱 

이날 오후 6시부터 제주시 동문로타리 분수광장에서는 제주지역 70여개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어 8시부터는 2MB 탄핵투쟁연대 주최로 '미친소 너나 먹어'라는 주제로 제주지역 3차 촛불문화제가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렸다. 

촛불문화제가 열리기 30분전인 오후 7시30분경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동문로타리에서 집회를 했던 시민단체 회원 및 시민들이 대거 모여들고 있었다. 집회가 한참 남은 시간이었는데도 시청 어울림마당은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 티셔츠 문화제가 열리는 행사장 주변에서 '국민이 뿔났다'고 적힌 티셔츠를 팔고 있었다. 이 티셔츠 판매 이익금은 행사를 준비하는 비용으로 충당된다. ⓒ 장태욱 
▲ 티셔츠 성인용이 6000원이고, 청소년용이 5000원이다.  ⓒ 장태욱  
   
행사장 주변에는 20대 젊은 청년들이 티셔츠를 팔고 있었다. 앞면에 '국민이 뿔났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가 성인용이 6000원이고, 학생용이 5000원이라는데, 정말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문화제 현장에서 20대 청년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오랜만에 보는 터라, 이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티셔츠를 파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이 모임에 와서 티셔츠를 팔고 있는지,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왜 탄핵되어하는지 물었다.

촛불문화제 전면에서 20대들을 만나니 반가워

"저는 다음카페 '2MB탄핵투쟁연대' 소속 회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 속이려 하고 있고, 국민과 정직하게 소통하려하지 않습니다. 이미 대통령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탄핵투쟁에 참여하겠습니다. (현승민, 한라대 1학년)"

"저는 광우병 쇠고기 문제와 의료보험 민영화 정책에 반대해서 '2MB탄핵투쟁연대'에 가입했습니다. 이런 정책을 보면 서민은 안중에도 없고 재벌 중심으로 국가를 운영할 것임이 드러났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합니다. (현이영, 제주산업정보대 1학년)"

주위에서 청년 한 명이 행인들에게 부지런히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역시 이명박 정부의 각종 실정을 설명하면서 탄핵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이 문화제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속을 물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취임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물가는 폭등하고 경제는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을 살리기 위해 서민들을 어려움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참을 수 없어서 왔습니다. (정진학, 28세)"
  

▲ 김종훈씨 가족 12개월된 딸 '김원'을 데리고 집회에 참석했다.  ⓒ 장태욱 

아주 어린 아기가 촛불 문화제에 참여해서 주위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김종훈씨 부부가 12개월 된 딸(김원)을 데리고 현장에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민을 무시하는 경제정책을 추구하고 있는데, 마치 박정희의 망령을 보는 듯합니다.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지도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주위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였다. 돌아보니 '이레'다. 몇 해 전 내게 수학 수업을 받았던 여고생이었는데 이젠 대학교 졸업반이 되어 남자친구와 함께 촛불문화제에 나타났다. 이런 곳에서 만나니 더 예뻐 보였다.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시민들 자발적 참여에 힘이 납니다"

지난번 보다는 그 수가 적었지만 여고생들이 많이 참석했다. 여고생들이 줄어든 숫자이상으로 성인들이 늘었는지, 문화제에 참여한 시민의 숫자는 지난 번 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 여고생 표정이 너무 즐거워 보였다.  ⓒ 장태욱   

학교에서 징계를 주겠다고 협박을 해서인지 학생들이 마스크를 끼고 앉았다. 마스크를 끼고 있는 모습도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다. 서로 상대를 보면서 웃는데 여념이 없다. 

문화제가 시작되기 전에 잠시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2MB탄핵투쟁연대 제주지역 대표를 맡고 있는 장동길씨를 만났다. 최근 문화제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누군지, 행사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여러모로 어려운데, 무엇보다도 재정이 열악합니다. 그래도 십시일반으로 꾸려 가는데 예기치 않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셔서 갈수록 힘이 납니다. 오늘 문화제가 끝나면 뒤풀이가 준비되었느니 한 번 와서 참석해보세요."

의외의 제안을 받고 보니 이 모임을 지속적으로 꾸려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 촛불문화제에서 첫 촛불을 점화한 주인공은 세 살난 어린이였다.  ⓒ 장태욱 
▲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 갈수록 참여하는 시민들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  ⓒ 장태욱 
 
탄핵 지도부는 <오마이뉴스>를 좋아해?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 밤 10시 경 제주시청 인근에 있던 어느 민속 음식점에서는 2MB탄핵연대투쟁 소속 회원 7명이 소주병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내가 인사를 건네자 총무를 맡고 있는 분(ID 바다아바)이 기분 좋은 인사를 전했다.

"<오마이뉴스> 기자 아니면 이 자리에 끼워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다른 일간지 기자들도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여러 차례 제안을 했습니다만 다 거절했습니다."   
  

▲ 뒤풀이 모임 촛불문화제가 끝나고 뒤풀이에 참석한 2MB탄핵연대 소속 회원들  ⓒ 장태욱 

제주모임을 이끌고 있는 ID 코지님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었다. 코지님은 두 딸을 시집보낸 할아버지다. 그 자리에 모인 7명의 회원 중 ID 강철새잎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임을 이끌고 있는 집행부라고 했다. 

소주 몇 잔이 들어가자 토론은 열을 띠기 시작했다. 실제 문화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총무 '바다아바'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촛불 문화제가 저녁 8시에 진행될 예정이면 최소한 7시 30분에는 회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8시가 넘어야 나타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촛불문화제가 유지되고 갈수록 인원이 늘어나는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우리 모임을 보이지 않게 이끌고 가는 것은 시민들이라 생각합니다."
  

▲ 총무를 맡고 있는 아이디 '바다아바' 씨. 행사를 준비하고 사회도 도맡아 본다.  ⓒ 장태욱  

'전혜린'이라는 ID를 사용하는 회원은 이명박 정부가 독재로 회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군사 쿠데타를 통해서 독재로 들어섰지만 이명박은 언론을 통해서 독재로 회기하려 하고 있어요. 최근 언론을 장악하려 하는 것을 보세요. 지금 시기에 적합하기나 한 방식입니까? 쇠고기 수입 여부와 상관없이 탄핵투쟁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탄핵투쟁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회원들 간 별 이견은 없어 보였다. ID 우제승제아빠 회원이 "탄핵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며 잠시 반문했을 뿐이다.

이 회원들은 언제까지 자력으로 촛불문화제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자금과 인력동원이 이 모임의 생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였다. 이에 대해 회원들 간에도 우려가 많지만 코지 회장은 갈 때까지는 독자 노선으로 가보겠다는 입장이었다.

"우리는 다른 정당이나 시민단체와는 전혀 별개의 모임입니다. 시민단체나 정당에게 연대를 제안해보지도 않았고, 앞으로 제안하지도 않을 겁니다. 다만 뜻을 같이하는 단체가 현장에 같이 참여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다른 단체들이 우리와 힘을 더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의제로 시민들의 열기를 이어갈까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잦아들더라고 이들의 탄핵투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그럼 다음에는 무슨 사안을 들고 국민들에게 홍보할 것일까? 마침 회원들 간에 이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다음 집회 때는 광우병 문제와 더불어 경부운하 반대를 이슈로 내걸어야합니다."
"아니에요. 경부운하는 제주도와 직접 연관이 없기 때문에 의료보험 민영화의 심각성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공식화한다고 합니다. 잘못된 외교정책을 드러내야 해요. 실용외교를 주장한다고 하면서도 국민의 자존심을 다 구기고 있잖아요."

이 회원들의 입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끝도 없이 이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이 싸움이 빨리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오마이뉴스라서 끼워준다"는 말에 무거운 짐만 얻고 돌아온 기분이다.<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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