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 '승전가'를 부르기에 조급해진 부시

너무 오랫동안 기다린 탓일까?

부시가 재선에 성공을 거둔 전초전은 이제 막 개막되었다. 스릴과 서스펜스만이 있다. 초호화판 전자게임인 것을...

미군 1만명과 이라크 자위대 3천명이 팔루자 수니파 거주지역을 급습했다(미 동부시각 8일 오전 11시경, 한국 새벽 1시경).

미군이 제일 먼저 점령한 곳은 주요 저항거점이 아닌 병원이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 시민들로써는 이해가 잘 안가는 신기한 일이다. 게릴라들이 병원에 숨어들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럼 왜?

지난 4월 미군은 동일한 작전을 개시하였으나 이 병원을 통해서 흘러나온 '루머'가 소위 '반미'감정을 전세계적으로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 사상자수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었다.

'물리적 전쟁'에는 이겼지만 '심리적 전쟁'에는 패하고 말았다.

이번 미해병대 지휘관(크레그 터커 대령)의 멘트가 바로 이를 잘 입증해 주고 있다. "만약 피비린내나는 전투라면 저들(수니파)이 이길 것이고, 민간인 희생자들이 최소화될 경우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수니파 저항세력들은 시내 확성기를 통해서 "성전(jihad)을 준비하라! 신(알라)은 위대하다!"라고 외치고 있다.

팔루자는 30만명의 주민들 중 약 3천명의 저항세력들이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왔으며, 지난 6개월 동안 수천건의 저항투쟁을 이들이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이후 최대의 '골칫거리'였다고 볼 수 있다.

이라크 자위대 병사들 중에는 수백명이 탈주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 작전명은 요상스럽게도 '유령의 격노'(Phantom Fury)라고 붙여졌다. 이라크 인들에게 진짜로 경악과 분노를 사게 하고 있다.

이제 정말로 마게도니아의 '마지막 전쟁'이 시작된 것일까? '악마'와 '천사'의 종교전쟁이다.

부시의 이번 재선은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었다고 공공연하게 이곳 미국에서 전파되고 있다.

부시가 이라크 침공 직후 이 번 전쟁을 '쿠르세이드'(십자군 전쟁)라고 표현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은 바 있어 그후 그 말을 말아먹었다.

정말로 세 '천사들'(부시, 체니, 럼스펠드)의 세계패권 놀이에서 누가 감히 맞짱을 뛸 수가 있을까? 다음 수순은 곧 한반도라는 것을 걱정하게 된다.

지금 팔루자 공습은 그 주민이 30만이라는 숫자도 있지만, 곧 2개월 후에 다가올 이라크 총선대비라는 무자비한 진압에서도 그렇고, 1948년의 '제주항쟁'을 연상, 대비케 하고 있다. 미국의 국익을 대표할 수 있는 꼭두각시 정권을 수립해야 하니까.

어쩌면 이라크 임시정부 수반인 알와이 박사의 현장연출은 이승만 박사의 역을 재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그는 미군의 작전을 쾌히 승인하였다: "나는 다국적군에게 나의 권한을 주었다"고 선언했으니.

그러나 한편 미국 연방 대법정에서 부시는 뒤통수를 한방 얻어맞았다.

아프가니스탄 침공때 잡아다 가둔 '예비검속자'들에 대한 군사재판에 회부하려고 준비중에 있었다. 그러나 재판장(제임스 로버트슨)은 이들을 군사재판에 회부하는 것은 '불법'(unlawful)이라고 부시행정부의 처사를 비판하는 47쪽의 의견서를 내놓고 재판을 중단시켰다.

이 의견서에서 눈에 두드러지는 지적은 미국의 입장이 비슷한 유사 해외분쟁에서 미군이 포로된 경우 제네바 협약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시행정부(특히 국방성)에서는 이들 '포로'들에게는 제네바 국제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전쟁포로 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미 행정부에서는 이번 재판장의 의견서는 테러리스트들에게 특별한 권리를 주는 것으로 잘못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악마'들에게는 인권보호의 필요가 없다는 부시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헌법은 대통령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라고 법무성 대변인은 주장했다.

큐바의 콴타나모 미군기지에는 숫자 미상의 '예비검속자'들이 수용되어 있다. 그들에 대한 학대는 세계인권운동가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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