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섬이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 도보여행

   
마라도  ⓒ 김강임 

제주도 주변에는 우도와 추자도, 비양도 마라도, 가파도 등 여러 섬들이 있다. 하지만 섬 탐방은 마음만 앞설 뿐, 그리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은 왜 그럴까? 아마 그것은 바다를 건너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이 아닐는지. 2년 전, 여름에 떠난 '남쪽하늘 조국의 땅 끝' 도보여행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설렌다.
  

배안에서 본 섬  ⓒ 김강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항에서 11㎞, 송악산에서 12㎞ 거리에 위치한 마라도는 국토의 최남단 땅이다. 마라도는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에 소재하고 있다. 0.3㎢의 조그만 섬이지만, 그 속에는 슬픈 전설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때문에 시인 양중해 님은 마라도를 두고 '강남 가는 철새가 마지막으로 죽지를 쉬고 가는 곳'이라 표현하기도 하였다.

송악산 산이수동 포구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출렁이는 파도를 가르고 바다에 길을 만들었다. 출항한 지 5분이 안 되었는데. 유람선에서 송악산 기슭을 바라보니 태평양전쟁시 일본군이 미군폭격에 어뢰정을 숨기기 위해 파 놓았다는 진지동굴이 송악산 허리에 나타냈다.
  

선착장 자리덕 선착장 ⓒ 김강임 

유람선이 마라도 선착장에 가까워지자 타원형의 항공모함이 드디어 그 정체를 드러낸다. 섬은 제일 먼저 등대를 앞세우더니, 해안절벽 뒤로 정자와 신작로 길이 보였다. 출발 후 30분 자리덕 선착장에 도착한 셈이다. 선착장이라야 갯바위 아래 조그만 포구 같았다. 대한민국의 남쪽 끄트머리에 서게 된 기분은 마치 배를 탄 기분이랄까.
  

마라도마을  ⓒ 김강임 

마라도 해안선은 4.2㎞, 그 해안선을 따라 걸었다. 그 섬에는 50여 세대, 주민 97여명 정도가 살고 있었다. 전부 마라도 토박이가 아니지만, 생계를 유지해 오기 위해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 한다.

섬사람들의 모습을 엿보기 위해 마을로 접어들었는데, 자리덕 선착장 옆에 있는 대문바위가 형체를 드러낸다. 대문바위는 마라도의 남대문으로 해식동굴 발달의 신비스러움을 볼 수 있는 곳. 마라도는 바람의 섬이다 보니, 바람과 오랜 풍우에 시달린 흔적이 바로 해식동굴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관광지도  ⓒ 김강임  

드디어 4.2㎞의 해안선을 시계반대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는데, 선착장 주변에는 자장면 집과 횟집 등이 즐비하게 늘어 서 있었습니다. 섬에서 먹었던 전복죽의 고소함은 지금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마라도의 명물은 자리물회와 해삼, 멍게. 해산물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다시 해안선을 걸었다. 자장면 집도 벌써 북새통이다. 섬에서 먹는 자장면 맛은 어떨까?
  

마라분교  ⓒ 김강임 

먹을거리 길을 지나니 가파초등학교 비양분교가 초원 위에 오롯이 자리 잡았다. 파란 잔디 위에 철봉과 미끄럼틀이 단아하게 놓여 있고, 정낭인 교문이 정겹다. 60년 전통을 지켜왔다는 마라분교. 2008년 지금 현재는 2학급, 전교생이 12명이라 하니 얼마나 한적한 섬마을 학교인가. 마라분교 잔디는 푸른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았다. 이곳이야말로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쉼터인 셈이다.
  

▲ 동자승  ⓒ 김강임 

차곡차곡 쌓아놓은 돌탑에 파도가 부딪히는 기원정사 앞에 발길이 머문다.  남쪽 끄트머리 절집 기원정사에는 파도가 목탁을 치는 대웅전과 범종이 제법 크다. 대웅전을 지키는 아기동자의 표정도 재밌다. 해수관음보살상도 파도 소리에 취해 있는 절집. 파란잔디를 지근지근 밟고 절집을 한 바퀴 돌으니 마치 마라도에 유배 온 느낌이랄까.
  

자전거 자전거 하이킹  ⓒ 김강임

마라도 역시 이동수단은 다른 섬처럼 자전거하이킹. 해안선을 따라 패달을 밟는 젊은이들을 보니 생기가 돈다. 마라도의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또 하나의 교통수단은 밀짚모자 아저씨의 오토바이 인력거. 그러나 요즘엔 차량을 개조한 골프카트가 나와서 마라도의 거리를 휘젓고 다닌다는데 그러고 보니 마라도 섬 전체는 골프장 필드 같다.

이쯤해서 좀 더 빨리 걸었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그 땀을 닦아 주는 것은 바닷바람. 잠시 팔각정 정자에 앉으니 남쪽 끝 바닷바람이 목에 스민다. 드디어 국토의 최남단 비 앞에 섰다. 152m의 현무암 자연석인 비는 '대한민국최남단'이라 써져 있다. 사진 찍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
  

▲ 장군바위   ⓒ 김강임  

그 뒤에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장군바위가  바다를 향한다. '하늘에 살고 있는 천신이 지신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는 길목'이라 전해지는 장군바위는 일본사람들이 자기나라 쪽을 향해 신사참배를 했던 곳이라는데. 섬사람들에게 장군바위는 해신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한다.
  

▲ 풍경  ⓒ 김강임 

드디어 바다왕궁 같은 등대 앞에 섰다. 고즈넉하게 누워있는 제주도가 또 하나의 섬으로 보인다. 서귀포 풍경과 산방산과 어우러진 한라산 능선이 그림 같다.

마지막 도착한 곳이 애기업개당, 전설이 흐르는 곳에는 여지없이 섬사람들의 민간신앙이 깃들어 있다. 옛날에 마라도는 금(禁)섬이라 불리웠다 한다. 이곳에 다녀만 가면 흉년이 든다 하여 출입을 금했는데, 사람들이 몰래 와서 해산물을 도채하였다 한다.

근데 대정읍에 사는 부부가 애기업게 처녀까지 데리고 와 일을 마치고 가려는데, 꿈에 처녀를 두고 가지 않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한다. 그래서 그 처녀를 떼어놓고 섬을 빠져 나오니 배는 무사했다는데 그 처녀는 애절하게 주인을 부르다 그 자리에서 죽었다 한다.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당을 만들어 제사를 지낸 곳이 바로 애기업게당(처녀당)이라니 애절한 전설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전설도 알고 보면 그 지방의 문화인 것 같다.

때로는 해안선, 때로는 천연잔디를 밟고 1시간 30분 정도 걸었을까. 차를 타고 다니는 여행은 풍경 머리에 남을 테지만, 발품을 팔아가며 다니는 기행은 역사와 문화는 물론 그곳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마라도 기행 역시 구릿빛 섬사람들의 얼굴을 만나며 짭짤한 바람을 안고 걷다보니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마라도, 바라만 봐도 가슴 설레는 대한민국의 최남단. 그 섬에서의 도보기행은 늘 시간에 쫓기는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 마라도 뱃길은 유람선과 도항선이 있다.

산이수동 포구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오전 10시, 11시 30분,오후 1시, 오후 2시 10분이며, 승선료는 해양군립입장료를 포함 왕복요금 15,000원이다.

모슬포항에서 출발하는 도항선은 오전 10시, 11시, 12시,오후 2시, 3시, 4시가 있다. 왕복요금은 15,500원.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바람이 많이 불면 배가 결항을 하니 출발전에는 미리 전화하고 떠나면 된다.( 유람선은 794-6661. 도항선은 794-3500)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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