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미친소 반대' 제5차 제주지역 촛불문화제

27일 '제5차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리기 30분 전인 저녁 7시 30분 경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촛불문화제를 준비하는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소속 회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행사장 주변에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패널들이 전시되어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행사장 주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알리는 패널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 장태욱

문화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가운데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고3수험생인데 카페회원에 가입해서 틈나는 대로 어른들과 같이 문화제 준비하는 일을 돕는다고 했다. 수험생인데 공부하는데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지 물었더니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 한다"라고 답했다.

양초를 부지런히 꺼내는 회원에게 최근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너무 화가 납니다. 국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물론 나쁜데, 시민들을 바라보는 언론 역시 비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최근 촛불문화제를 대하는 언론의 논조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여학생들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 장태욱 

원래 5차 촛불문화제는 5월 31일에 예정되었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25일)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서 폭력이 발생한 것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급박하게 준비된 것이다. 그 때문에 경찰은 혹시 발생하게 될 폭력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수십 명의 경찰을 현장에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문화제가 열리기 전부터 시청 어울림마당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시민들 시민들이 차분한 분위기속에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 장태욱

문화제가 시작할 시간이 가까워오자 가방을 멘 여고생들이 삼삼오오 어울림마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집회에 매번 참석하는 낯익은 얼굴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전에 잘 보이지 않던 대학생들도 눈에 띄고 시민단체에서 온 얼굴들도 눈에 보였다. 현장은 비로소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집회가 시작되자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 자유발언 문화제의 많은 시간을 자유발언에 할애했다.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발표가 있었다.  ⓒ 장태욱

서귀포에서 어린 자녀 두 명을 데리고 제주시까지 왔다고 소개한 한 시민은 "아이들에게 옳고 그른 것은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싶다"라고 했다.

한우를 키우는 여성농민의 발언도 나왔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농민을 다 죽이려는 이명박 정부에 분노한다"라며 "폭탄이 있다면 그것을 들고 청와대로 달려가고 싶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고3 여학생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 여학생은 "일부 언론이 배후 세력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도 알 만큼 알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려는 정부가 나쁘다"고 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정부가 의료보험을 민영화하겠다는데, 그러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제 주변에도 아픈 사람들이 많은데 그럼 그 분들도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니, 의료보험 민영화는 꼭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노래 한 회원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 장태욱 

흥겨운 노래 부르기 순서도 있었다. 자유롭게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어서 참가한 시민들이 즐거워했다.

당국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제주지역 촛불문화제는 평화롭게 정리되었다.

시민들이 다 떠나고 난 자리에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소속 회원들이 남아서 집회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갑자기 문화제를 준비하려니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껴지는 모양이다.   
  

▲ 제주시청 앞 유흥업소 밀집지역 거리에 쏟아진 대학생들은 무슨 욕망을 좇아 왔을까? ⓒ 장태욱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앞에서 큰 도로를 건너면 제주시내에서는 대학로로 알려진 유흥업소 밀집지역이 있다. 길 건너편에서 도민들이 모여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는 동안 이 일대는 많은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린 중고생들이 검역주권과 건강권을 지켜보겠다고 책가방 들고 거리로 나왔는데, 우리 대학생들은 무슨 욕망을 좇아 초저녁부터 유흥가를 배회하고 있을까?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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