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물뺀 냉탕 다이빙 A씨 5600만원 민사소송 검증
알몸 목욕 20여명 판사.변호사.취재진 들이닥치자 '화들짝'

목욕탕에 양복을 입은 사람들과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우루루 몰려 들어갔다. 한참 맨몸(?)으로 목욕을 하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란다.

'무슨 일인가'하고 의아해 하던 사람들은 금새 웃으며 목욕을 재개한다. '사우나 냉탕 다이빙 사건'의 현장 검증은 이렇게 시작됐다.

제주지방법원 민사1단독(판사 이계정)는 29일 오전 10시 제주시 삼양동 '삼양해수사우나'에서 현장 검증을 벌였다.

이날 현장 검증에는 이계정 판사와 법원 직원, 피해자와 변호사, 삼양동연합마을회 관계자와 변호인, 취재진 등 10여명이 함께 했다.

'사우나 냉탕 다이빙 사건'은 지난 2006년 3월1일 A씨(46)가 한증막에서 땀을 뺀 후 찬물에 들어가려고 '냉탕'에 다이빙하다 전치 3주 부상을 당한 사건이다.

▲ 삼양해수사우나에는 '다이빙 금지'란 팻말이 쓰여져 있었다.ⓒ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당시 마을회는 바닥 타일을 보호하기 위해 '냉탕'의 물을 빼뒀었다. 하지만 그걸 모른 A씨가 냉탕에 다이빙하면서 부상을 당했다.

마을회에서는 A씨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급했고, 손해보험사에서도 800만원을 보상비를 지급했다. A씨는 냉탕 다이빙 사건 이후 치료를 받았지만 '장애 6급 판정'을 받고 올해 제주지방법원에 5700만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현장검증에서 마을회와 A씨의 주장은 크게 3가지 엇갈렸다. 먼저 '다이빙 금지 팻말'의 유무로 서로 다퉜다.

마을회에서는 '다이빙 금지' 팻말을 목욕탕을 개장하면서 뒀다고 주장했고, A씨는 사고 당시에는 그런 팻말이 없었다고 맞섰다.

두번째는 냉탕 공사 여부였다. 마을회측은 냉탕 타일 교체를 위해 당시 2명이 옷을 입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작업인부는 없었고, 어린이 2명이 냉탕에서 놀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목욕탕 '수증기' 여부에 대해서도 마을회측은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그날은 손님도 많았고, 분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다"고 밝혔고, A씨는 "수증기로 가득차 한치 앞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은 현장검증에서 냉탕 수위를 직접 쟀고, 이계정 판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A씨와 삼양마을회에 각각 물어봤다.

▲ 제주지방법원이 29일 오전 냉탕 다이빙 사건에 벌어진 삼양해수사우나에서 냉탕의 수심을 재고 있다.ⓒ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20여분간 가진 현장검증이 끝난 후 마을회 변호인은 "현장을 봤듯이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수증기가 없었다"며 "수영장도 아닌데 다이빙을 해서 피해자 잘못이 크고, 마을에서 합의금으로 1000만원과 보험회사에서 8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A씨 변호인은 "냉탕에서 어린이 2명이 놀고 있었고, 수증기로 인해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냉탕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물을 뺀 마을회 책임이 크다"며 "특히 A씨의 경우 장애등급까지 판정받았다"고 주장했다.

'황당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현장검증을 한 이계정 판사는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 현장 검증을 하게 됐다"며 "이번 사건은 입수하다 상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 사건 경위와 냉탕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지법은 오는 6월17일 오후 3시 양측의 변호인을 불러 준비기일을 가질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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