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조성자문위, 사료관 일방적 추진에 제동, 연말까지 발주 보류

▲ 제주4.3평화공원조성 자문위원회는 10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회의실에서 자문위 회의를 가졌다.
제주도가 제주4.3을 평화와 인권의 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건립하는 4.3평화공원내 사료관에 330억원이라는 엄청난 사업비를 투입하면서도 사료관에 들어갈 각종 역사전시물 배치 등에 대한 시나리오도 전혀 없이 일반 건축물 짓듯이 발주하려다 공원자문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특히 제주도 당국은 밀레니엄관에 들어서는 전시장 공사 발주 당시에도 전시공간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전시소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 경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다 사업기간만 연장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제주4.3평화공원조성 자문위원회(위원장 김정기·전 서원대 총장)는 10일 오전10시 제주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자문위 회의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4.3사료관 전시시설 기본 및 실시설계’ 발주계획에 대해 참석 위원 전원이 제주도의 계획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도는 공사비 330억원을 투입해 4.3평화공원 내에 지하1층, 지상3층에 연면적 9917평방미터의 4.3사료관과 전시 및 콘텐츠시설, 조경시설 등에 대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할 계획임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자문위원 대부분은 “제주도가 4.3사료관에 전시될 전시자료 선정과 시나리오 작성도 없이 일방적으로 건축물 짓듯이 지으려 하고 있다” 면서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으며 제주도 4.3사업소측은 “문제점 보완을 위해 연말까지 실시설계 발주를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또 시나리오 작성 등 실시설계 발주에 앞서 제반 문제점을 검토할 수 있는 전문위원 5명으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키로 했다.

   
공원자문위원들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4.3평화공원의 상징물이 될 사료관 과업 지시서를 불과 회의시작 몇 시간 전에야 받았다”면서 4.3평화공원 조성과 사료관 건립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문영만 위원은 “4.3사료관과 전시시설은 먼저 전시시설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콘텐츠가 먼저 만들어지고 난 후에 사료관 건립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제주도의 사료관 건립계획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찬식 위원은 “4.3사료관 공모에 당선된 ‘공간’이 실시설계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하고 있다”는 제주도 관계자의 설명에 대해 “지난번 회의 때도 특정회사의 이름이 거명됐는데 과연 계약상 특정회사를 거론해도 되는 것이냐”면서 “4.3사료관 실시설계는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이 아닌 공모를 거쳐야 한다”며 업체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했다.

박찬식 위원은 또 “4.3사료관에 무슨 내용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 무엇을 형상화 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실시설계 먼저 들어가겠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한 후 “전시시설물 계획을 위한 테스크포스팀을 먼저 구성해 논의를 한 후 설계용역에 들어가야 한다”며 테스크포스팀 구성을 제안했다.

   
김구한 위원도 “평화공원 조성사업과 관련된 절차가 너무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든다”며 4.3평화공원 조성과정의 절차적 문제점을 제기한 후 “공원의 역사성, 향토성, 독창성, 현장성 등 리얼리티가 보이지 않는다”며 자칫 박제화 될 4.3평화공원 조성사업 계획을 비판했다.

김 위원은 이어 “전시시설 시나리오를 먼저 작성하기 위해 민간 합동기구를 만들어 투명한 검사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실시설계 용역을 체결하기 전에 반드시 기본적인 설계 전반에 대한 공청회를 가져야 한다”며 4.3사료관 건립의 투명성과 함께 대중적인 검증을 주문했다.

정기용 위원도 “공원조성과 사료관 건립은 유족을 위하는 사업이긴 하나 앞으로의 세대를 위하는 일”이라면서 “전시기획 콘텐츠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중석 위원 역시 “세계적인 학살진상규명센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증과 함께 전시기획이 무엇보다 잘 준비돼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이날 회의에 참석한 모든 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주도가 추진하는 4.3사료관 건립계획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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