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자치 이야기] 각자의 상황에 맞게 평화적인 항의의 대열에 참여하자

대한민국에 사는 시민의 한사람으로 지난 며칠간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어제 아침 뉴스와 인터넷을 보고서는 마음속 분노를 다스리기 어려웠다. 시위대가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공권력이 잔혹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시위대를 향해 날카로운 방패를 휘두르고, 예고도 없이 물대포를 시위자의 얼굴에 쏘고, 도망치는 사람을 쫓아가 진압봉으로 뒤통수를 때리고, 군홧발로 쓰러진 사람을 밟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보았다. 언론사 기자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들이 상당수였으므로 보이는 그대로가 진실이었을 것이다.

참혹한 일이다.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 수준이었던가? 누구의 지시로, 누구의 묵인아래 이런 폭력들이 자행될 수 있었는가?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은 국민의 저항을 부를 수 밖에 없다

국민의 신체와 건강, 생명을 보호해야 할 권력이 오히려 국민에게 상식의 수준을 뛰어넘는 폭력을 휘두른다면, 그 권력은 정당성을 잃은 권력이 된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상식(common sense)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들은 그런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가 증명해 준다.

일부 언론에서는 시위의 과격성을 지적한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시위하는 국민에게 있었다기보다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과정에서의 졸속협상, 국민기만, 그리고 그 이후에 이어지고 있는 철저한 ‘국민무시’에 있다고 본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국민들을 바보로 알고 무시하는데,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협상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영어문장을 거꾸로 해석하고, 미국정부가 사료조치를 어떻게 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국민들이 TV를 통해 보고 있어야 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문제에 대해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여러 문제제기가 터져 나오자 책임을 회피하고 은폐하기에 바쁜 ‘무능’과 ‘무책임’의 향연이 벌어졌다. 게다가 항의하는 국민들을 누구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보는 것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인식이라고 하니, 그런 천박한 수준의 인식이 국민들의 분노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충 무마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지난 쇠고기 협상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책임지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지난 며칠간 자행된 공권력의 폭력에 대해 책임소재를 조사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그리고 현 정부가 여러 문제들에서 보여주고 있는 ‘권력의 독주’를 멈추지 않는 한,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러지지 않을 것이다.

평화의 힘으로 권력의 횡포에 맞서자

지난 토요일, 일요일에 제주시청 앞마당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보았다. 모인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의 눈 속에서 정부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분노, 폭력에 대한 분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분노해야 한다.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분노를 한번 삭혀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권력의 폭력을 이기는 길이다. 다행히 제주에서는 평화적인 촛불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촛불문화제를 주최하는 분들은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을 보이고 있다. 제주경찰도 자제력을 가지고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와 중앙정부 관료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제주경

▲ 하승수
찰이 시민들과 갈등을 초래할 필요가 없다. 경찰은 평화적인 항의를 보장하고, 불필요한 충돌을 피해야 한다. 제주에서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권력에 항의하는 촛불의 물결이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것만이 서울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다. 권력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민심이다. 그 민심을 전국 각지에서 보여줘야만 더 이상의 폭력을 막을 수 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어려운 사람도 권력의 횡포에 항의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이런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것, 인터넷공간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 등 다양한 참여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소박하고 평화적인 참여를 통해 다시금 우리 사회에 평화와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자. / 하승수(제주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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