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와 서귀포시 두 곳에서 촛불문화제 열려

"협상무효 고시철회."
"이명박은 물러가라."

정부가 미국 정부에 '쇠고기 30개월 이상 소 수출을 자율규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발표한 6월 3일에도 저녁 제주시내 일대에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 촛불 문화제 6월 3일에 촛불문화제가 열린 제주시청 앞 어울림마당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자리가 가득 찼다.  ⓒ 장태욱  

제주시청 일대는 매일 밤  촛불과 함성

3일 제주는 날씨가 흐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서울과 달리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이날 저녁 7시30분에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모여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고시와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명박탄핵투쟁연대가 주도한 촛불문화제로는 7번째이고, 주최 단체 없이 자발적으로 진행된 것까지 더하면 12번째 문화제였다.
  

▲ 시청 앞 인도 어울림마당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과 학생들이 인도에서 촛불을 들고 있었다.  ⓒ 장태욱
▲ 어린이 어울림마당에 들어가지 못한 어린이가 밖에서 촛불을 들고 벽의 틈새로 행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 장태욱 
    
이날 촛불문화제는 시민, 학생, 어린이들이 어울림마당을 가득 채워 일부 시민들은 길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행사에 참여했다. 화요일과 토요일을 총력 집중의 날로 결정한 이명박탄핵연대와 시민대책위는 시민들의 열기에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이날 문화제는노래패 청춘의 공연을 시작으로 다채로운 행사들로 채워졌다. 

자유발언대에서 60대로 보이는 한 시민은 "4·19 이후 우리 중고생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다"며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  
  

   
▲ 어머니와 아들 엄마의 품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저 어린이들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을까?  ⓒ 장태욱    
▲ 패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사망을 선고하는 내용이다. ⓒ 장태욱 

또 한 여성은 "경찰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것을 보고 분노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탄핵될 때까지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자유발언 이후에는 경찰이 시민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상영했다. 동영상을 보는 동안 시민들은 "폭력경찰 처벌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 제주 통기타 동아리 회원들 촛불 문화제의 마지막에 통기타 동아리 회원들이 부르는 80~90년대 민중가요를 시민들이 함께 불렀다.  ⓒ 장태욱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나가자"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제주지역통기타동아리 회원들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시민들은 이 동아리 회원들이 부르는 '사노라면' '함께 가자 이 길을' 등의 80~90년대 민중가요들을 함께 따라 불렀다.

문화제가 끝날 무렵에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시청 대 도로변을 향해 "제주시민 함께해요"라고 외치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촛불을 들고 있던 여학생들 사이에서 "거리로 나가요"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나가자, 나가자."

함성이 더 커지자 시민들은 시청 앞 큰길가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시민 약 300명이 시내로 행진을 시작했다. 저녁 9시 20분경의 일이다. 
  

▲ 행진 촛불 문화제가 끝난 후 시민들이 시내로 행진을 펼쳤다. 경찰이 교통 흐름을 정리했고 행진은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  ⓒ 장태욱  
▲ 현수막 시민들의 요구가 담긴 현수막이다.  ⓒ 장태욱

유배정객들이 머물던 칠성통에 미국소 반대 함성이

시민들은 광양사거리를 지나 남문로터리를 경유해서 중앙로터리까지 향했다. 그리고 행렬은 제주 동문을 향하다가 칠성통 골목으로 이어졌다.

"협상무효 고시철회."
"폭력경찰 처벌하라."
"미친 소는 너나 먹어."
"못 살겠다 다시 뽑자."
"제주도민 함께해요."
"이명박은 물러가라."

제주 칠성통은 송시열, 최익현 등을 비롯하여 많은 유백정객들이 머물다 간 곳이다. 해방 이후에는 상권이 형성되면서 공산품을 파는 가게, 유흥업소, 음식점들이 즐비한 상가 골목이다. 이 골목에 아주 보기 드물게 야간에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 칠성통 칠성통은 송시열, 최익현 등 많은 유배정객들이 머물다 간 곳이다. 해방이후 상권이 형성되었는데, 칠성통에 오랜만에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 장태욱  

칠성통 골목을 지난 시민들은 다시 중앙로터리, 남문로터리를 지나 시청어울림마당으로 집결했다. 시민들은 10시 45분경에 해산했다.

시민들이 시내로 촛불행진을 이어가는 길가에는 경찰관들이 배치되어 행렬을 둘러싼 채 주변의 교통흐름을 정리했다. 시민들과 경찰들 사이에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행진을 마무리했다. 

단식농성단 "재협상 없으면 대통령 없다"

촛불문화제와 촛불행진이 끝나서 모든 시민들이 귀가한 이후에도 시청 어울림마당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천막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명박탄핵연대 제주지역 장동길 대표, 남북공동선언 제주실천연대 김병의 대표, 제주통일청년회 김남훈 회장, 6·15와함께하는청년우리 고용빈 대표 등이다.
  

▲ 단식농성단 단식 농성단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해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 장태욱 

이들은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과 '이명박 정권 심판'을 주장하는 호소문을 낭독한 후 6월 13일까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국민들은 앉아서 죽을 수 없어 거리에 나왔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에게 국민의 뜻을 알리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물대포와 소화기, 방패와 군홧발이었습니다. 더 많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미친 소 재협상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청와대에 국민의 뜻을 알려야 합니다. 재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라고 외쳐야합니다.…"

제주시에 이어 서귀포시도 매일 밤 촛불 밝힌다

한편,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서귀포시 동명백화점 앞에서도 30여명 시민들이 모여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제주시에서와는 달리 확성기 시설도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을 벌였다.

서귀포 촛불문화제에서는 소를 50여 마리를 키우신다는 70대 할아버지가 자유발언에 나와서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 할아버지는 "국민들이 먹기 싫다는 소를 왜 억지로 수입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광우병으로 죽고 축산농가는 망해서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쌍둥이를 키운다는 변경석씨는 자유발언을 통해 "앞으로 고시가 철회되고 재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혼자서라도 매일 제주은행 앞에서 촛불을 켜놓고 108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주시청 앞 어울림마당과 서귀포시 동명백화점 앞에서는 매일 밤 촛불이 꺼지지 않을 것 같다.<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