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설치 누구 말이 맞나?
케이블카 설치 누구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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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제주, 한라 제각각 입 맛에 따른 '3社 3色' 보도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타당성 용역조사 결과가 3일 제주지역 일간지에 일제히 보도됐다.

<제주의 소리>는 지난달 27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제출한 '자연공원내 삭도의 허용여부 및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 최종보고서를 단독 입수, 공개한 바 있다.

제주지역 일간지들이 비록 <제주의 소리>보다 일주일 가량 늦게 보도하긴 했으나 그들의 갖고 있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날 보도내용은 향후 보고서 최종 확정과 환경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제민일보, 용역보고서 잘못 해석...결과적으로 '오보'>

그러나 제민일보, 제주일보, 한라일보의 보도는 그야 말로 '3社 3色' 이었다.
특히 제민일보의 기사는 오보가 아닌지, 한라일보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제민일보는 이날 사회면 톱기사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조건 완화…논란만 심화'라고 보도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1일 환경부·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제출한 ‘자연공원 내 삭도의 허용여부 및 타당성 조사·연구’최종 보고서는 삭도(케이블카) 설치에 있어 생태 녹지 9등급이던 기존 안을 8등급으로 완화했다."

제민일보는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당초 9등급에서 8등급으로 변경한 것을 '완화'한 것으로는 표현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보다.

9등급은 자연식생이 매우 좋은 곳이며, 8등급은 9등급보다는 낮으나 그대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말한다.

실제로 제주도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발주한 용역결과인, 국토연구원의 '한라산 기초조사 및 보호관리계획'(2000년 11월)에 따르더라도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내 녹지자연도 등급별 분포는

10등급 지역이 전체의 7.9%(12.0평방키로미터), 9등급이 82.2%(124.3평방키로미터), 그리고 8등급이 8.2%(12.5%평방키로 미터)로 8등급 이상이 한라산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98.3%로 조사됐다.

때문에 한라산케이블카 설치기준을 9긍급에서 8등급으로 변경한 것은 '기준 완화'가 아니라 '강화'인 셈이다. 숫자만 낮아진 것을 설치기준 완화로 잘못 해석한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최초보고서에서 8등급 이상 지역은 케이블카 설치 불가지역으로 내 놓았으나, 지난 9월말 중간보고서 공청회에서는 9등급으로 완화해, 환경단체들로부터 "용역팀이 찬성론자들의 로비를 받은 게 아니냐"는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결국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제민일보의 기사는 본의 아니게 전체가 결과적으로 왜곡돼 나타나고 있다.

"설치기준 완화 등으로 일정부분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측면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했던 도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일보, 용역 핵심 비껴가기...오히려 용역단에 '화살'>

수년전부터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의 불가피성을 은연중에 내비쳐 온 한라일보는 이번에는 핵심을 비껴나가는 기사로 이번 용역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다.

한라일보는 '케이블카 설치 신중해야'란 제목으로 1면 준톱 기사로 용역보고서를 보도했으나 이 기사에 따르면 용역팀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전혀 알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자연공원내 삭도(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일부 환경상태 파괴를 수반하나, 도로 등 다른 수송수단과 대비할 때 자연공원에 설치할 수 있는 수송수단으로는 환경적으로 크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돼 주목된다. 용역결과에 따르면 구간이 급경사지역이고 토양의 점도가 극히 약하여 사소한 답압(踏壓)에도 크게 침식이 일어나는 반면 종점부의 토질은 암반지형일때 다른 구간의 답압관리 대안이 용이하지 않는 경우에는 삭도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용역의 핵심은 한라산을 포함한 국립공원내에 케이블카를 설치 여부를 결정한 환경기준을 결정하는 데 있었다. 그럼에도 한라일보는 용역의 핵심인 설치기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용역결과의 핵심을 그대로 보도한다면 케이블카 설치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이미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한라일보는 오히려 "환경적으로는 크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돼 주목된다" "다른 구간의 답압관리 대안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에는 삭도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제시했다"는 등 보고서의 일부만을 발췌해 마치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고 또 유용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소지의 보도를 했다.

그리고는 결론에서는 거꾸로 용역단에게 화살을 겨누었다.

"이번 용역 결과는 지방자치단체가 유권해석을 의뢰한 삭도 설치건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되 조건부 허가’ 등 원칙적이고도 애매모호한 ‘면피성 표현’을 내세움으로써, 과연 무엇을 위한 용역이었는지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기준을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간에 이를 보도하지 않은 한라일보 입장에서 '과연 무엇을 위한 용역이었는지'를 묻을 수 있는지, 또 왜 이 문구를 사용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용역단이 아니라 한라일보 스스로가 애매보호한 면피성 기사를 쓰지 않았는지 자문자답해 볼 필요가 있다.


<제주일보, 용역보고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도>

반면 제주일보는 도내 3개일간지 중 이번 용역보고서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일보는 케이블카 설치 기준을 자세히 보도하며, 제주도가 설치를 예상하고 있는 영실~윗세오름 녹지자연도는 8등급 이상으로 사실상 케이블카 설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지난달 환경부에 제출한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삭도입지 허용 여부 판별기준으로 식물생태부문에 있어 녹지자연도 8~9등급 지역으로 식물생태가 우수한 경우는 삭도 설치 불가, 8등급 및 그 이하 지역으로 이미 훼손됐거나 식물 다양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조건부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도 삭도 설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분류됐다. 아울러 용역 최종보고서는 지형·지질부문에서 아고산지대의 양호한 식생지역은 삭도 설치가 불가능하고 아고산 지대와 고산대의 혼재 지역은 조건부 수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논란의 소지는 있겠지만 한라산의 경우 삭도 설치 예정지인 영실(해발 1300m)~윗세오름(해발 1700m) 구간이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이고 이 구간에 해발 1400m 이상인 아고산 지역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어 삭도설치 허가를 받기가 힘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30년 넘게 논쟁에 논쟁을 거듭해 온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가 논의에 중심에 서야 할 언론부터 오보에다 핵심 비껴나가기 등 자신들의 입맛대로 보도를 하는 상황에서 도민들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심히 걱정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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