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날씨에도 촛불문화제 열리고, 제주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완패

우산 쓴 촛불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 장태욱 

궂은 날씨에도 제주에는 촛불이 꺼지지 않았다.

재보선 투표일인 6월 4일 낮에 제주는 여름을 실감할 정도로 더웠다. 제주시에서도 삼도1.2동.오라동 선거구의 도의원을 뽑는 투표가 진행되었다. 언론은 재보선 투표율과 더불어 광우병 정국이 재보선 결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곤두세웠다. 
  

단식농성장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며 시민대표 네 명이 단식을 펼치고 있다.  ⓒ 장태욱   
▲ 지지 서명 농성장에 주민들의 지지 발길이 이어졌다.  ⓒ 장태욱  

그 와중에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설치된 미국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장에는 하루종일지지 방문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시민들의 열기가 당국에 전달되었는지, 제주시청 측에서는 농성장 천막을 강제 철거하겠다던 당초의 계획을 변경하고 농성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묵인했다.

저녁이 되자 날씨가 변덕을 부리기 시작했다. 6시 30분 경 소나기가 내려서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려던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그리고 잠시 날씨가 개는 듯 하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궂은 날씨 가운데서도 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특히 고3학생들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많이 보였다. 마침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라 야간 자율학습이 없어서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촛불문화제 행사장으로 몰려왔던 것이다.
  

버스 승강장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이 시청 앞 버스 승강장에서 잠시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장태욱 
   
가족 비오는 가운데도 이 가족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 장태욱

시민들과 학생들은 우산을 쓴 채로 촛불을 밝혔고,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을 공중전화 부츠나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촛불을 밝혔다. 신문지를 덮거나 아예 비를 맞고 참여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어린이와 같이 우산을 쓰고  촛불을 밝히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단식 천막에는 통일청년회 김남훈 대표의 어린 두 딸이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방문하여 주목을 끌었다.  
  

김남훈 대표 통일청년회 김남훈 대표의 두 딸이 아빠를 지지하기 위해 방문했다. 모든 부모의 궁극적인 희망은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데.  ⓒ 장태욱   
패널 비가 내린다고 시민들의 요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 장태욱 

촛불문화제는 6.15와함께하는청년우리 고용빈 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고 대표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에 참여 중이라 기력이 떨어진 상황인데도 큰 목소리로 행사를 진행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많은 이들이 자유발언을 신청했다. 시내 모 여고에서 학생회 간부를 맞고 있다는 여학생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 여학생은 “처음으로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고 했으며, “이 문화제를 통해 정부의 그릇된 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3 여학생 문화제에 처음 참여했다.  ⓒ 장태욱
김재범씨 "'재범'은 촛불문화제에 참여했고, 9범은 청와대에 있다"며 좌중을 웃겼다.  ⓒ 장태욱
   
이어서 시민 김재범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씨는 “자신의 이름이 ‘재범’인데, 재범은 촛불문화재에 참여하고 있고, (전과가)9범인 사람은 청와대에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그리고 “여기에 모인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큰 파도가 되어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자”고 했다.

또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발언을 이었다. 그 청년은 “비가 오는 날에 시청에 오면서도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는지 조바심이 났는데, 막상 이 곳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는 시민들을 만나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민의 권리가 자꾸 좁아들고 민주주의가 축소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정부를 몰아낼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자”고 당부했다.

촛불문화제가 끝날 말미에 시민들은 대학생들에게 문화제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특히 사회를 보는 김남훈 대표는 “내년에 신입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 후배들이 선배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겠냐”며, “후배들의 존경을 받기 위해서라도 이 자리에서 어린 중고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라”고 호소했다. 

한편 전국에 많은 대학들이 동맹휴업을 결의하였다는 소식의 영향을 받았는지, 6월 4일 저녁 제주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를 주축으로 쇠고기 정국과 관련하여 마라톤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학생회 차원에서 활동을 전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광우병 정국의 사각지대였던 제주도내 대학들이 시민들의 대오에 참여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간에는 이명박 정부가 장마철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런데 6월 4일 개표 결과 제주 재보선에서는 4명의 후보 중 한나라당 후보가 4위를 차지했다. 이번 재보선이 치러진 삼도동. 오라동은 2004년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득표를 가장 많이 할 정도로 한나라당의 전통적 아성이었다. 촛불은 벌써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장마만 기다릴 건가?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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