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추진위 단합대회서 공무원 무더기 감사패 수여 ‘눈살’
제주도.서귀포시 등 찬성단체에 노골적 행정지원 등 편가르기 심각
해군, “반대단체 활동은 제주기지 ‘방해’활동” 망발로 폄하

▲ 강정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윤태정, 사진 맨 오른쪽)가 8일 출범1주년을 기념하는 단합대회를 열고 해군기지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날 행사에선 박영부.강문실.송재근 씨 등 고위공무원들이 해군기지 추진공로로 주최측으로 부터 감사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오른쪽 앞줄에 이들 공무원들이 서있다.  ⓒ제주의소리
제주해군기지 건설갈등이 도민사회를 두 동강 내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 행정당국과 해군측의 노골적인 찬반 ‘편 가르기’가 도를 넘고 있는가 하면, 국회의 민군복합형 기항지 용역 주문을 무시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해 찬반 주민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8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정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윤태정) 창립 1주년 단합대회에선 제주도와 서귀포시의 고위 공무원들이 추진위원회로부터 해군기지 추진 공로로 무더기로 감사패를 수여받는가 하면 행사장소까지 행정기관이 직접 나서서 마련해주는 등 해군기지 찬성단체와의 특별한 ‘거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해군은 기지건설 반대측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주민수송용 해군버스 2대를 찬성단체에 지원하는 등 특별배려와 함께 해군 관계자가 찬성주민들 앞에서 반대측 주민들의 활동을 ‘기지건설 방해활동’으로 폄하하는 발언도 마다하지 않는 등 편향된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얽힌 실타래 같은 해군기지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6월8일은 국방부가 지난해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발표한 날이다. 강정해군기지추진위는 이날을 기념해 8일 단합대회를 서귀포월드컵경기장내 식당에서 열고 자축했다.  ⓒ제주의소리
# 갈등중재 본분 망각한 공무원들의 해군기지 추진공로 감사패 수상...논란 예상

8일 강정해군기지사업추진위 측은 지난해 6월8일 국방부가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확정 발표한 것을 기념하고 추진위 출범 1주년을 자축하는 단합대회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단합대회장에는 박영부 제주도자치행정국장과 강문실 서귀포시 자치행정국장, 송재근 대천동장 등 고위공무원들과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이은국 대령 등이 참석해 추진위 출범 1주년을 축하했다.

이 자리에서 박영부 국장, 강문실 국장, 송재근 동장 등 공무원들이 해군기지 추진공로를 이유로 추진위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아 도민사회의 해군기지 찬반갈등을 중재해야할 책임있는 고위 공무원들이 찬성단체로부터 무더기로 감사패를 수여받는 것이 적절한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6월19일 열린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해군기지 찬성측 주민들이 마을총회 투표함을 강제로 탈취해 달아나 투표를 무산시켰다. 추진위측은 8일 열린 단합대회 경과보고에서 이같은 행위를 '주민투표 저지'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미화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의소리 DB
# 道 "주민갈등 필요해" & 해군 "반대운동은 방해활동"

특히 박영부 도 자치행정국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지난해 7월 (해군기지)업무를 인계 받은 이후 찬반측 주민들의 경조사를 쫓아다니다보니 강정마을에 올 때 마다 감회가 새롭다”며 “마을주민들이 해군기지 문제로 갈등이 많다고 하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갈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백척간두에 놓인 주민갈등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는 안이한 인식을 보여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이은국 대령은 아예 강정마을회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해군기지 방해활동’으로 규정하는 등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강정주민들이 생존권을 놓고 생업도 내놓은 채 1년 넘게 치열하게 벌여오고 있는 해군기지건설 반대운동을 한낱 ‘방해’ 수준으로 폄하한 것이다.

이 대령은 이날  추지위 단합대회 축사를 통해 “반대측이 (해군기지 건설을)방해하고 있지만 해군기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해 기지건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더나가 이 대령은 “해군기지 사전환경성 검토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고, 항간에는 해군기지가 화순 지역으로 간다는 유언비어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강정지역에 대한 해군기지 건설을 못 박았다.

이날 추진위 측의 ‘경과보고’ 내용도 이미 강정마을회가 지난해 몇 차례의 적법한 마을총회를 통해 모아낸 주민총의를 무시하고 왜곡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추진위원회는 “국가안보와 마을발전을 위한 염원으로 제주해군기지를 유치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 추진위 경과보고 '장악 저지' '저력 과시' 등 자신들 행위 미화 일색

▲ 이날 추진위가 발표한 경과보고 내용 ⓒ제주의소리
이들은 이 과정서 지난해 해군기지 유치결정 당시 윤태정 마을회장(현 추진위원장)과 몇몇 마을자문위원들이 대다수 주민의사에 반한 해군기지 유치결정을 주도하자 이에 크게 반발해 600여명이 넘는 사상 초유의 주민참석율을 보이며 6월19일 마을 임시총회가 열리자 이날  투표함을 탈취하는 등 마을총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고도 8일 단합대회 경과보고에선 ‘반대측 주관의 (해군기지 유치결정)번복 주민투표 시도를 저지’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강정마을 대다수 주민들의 총의로 전 윤태정 마을회장을 탄핵하고 해군기지 반대활동을 강력히 전개해오고 있음에도 이같은 강정주민들의 활동을 ‘마을회 장악’이라고 표현하고 투표함 탈취 같은 자신들의 행위는 ‘마을회 장악 저지활동’으로 미화했다.

# 서귀포시, 추진위 행사장소도 직접 예약해주는 친절서비스 실천...장소 급변경도 'OK'

<제주의소리> 취재결과 당초 이날 단합대회는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다가 서귀포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가 급변경 됐다. 특히 주최측인 추진위측이 장소를 직접 예약한 것이 아니라 서귀포자연휴양림 사용 예약도 서귀포시 행정기획과가 추진위를 대신해 예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고, 갑작스런 장소변경에도 서귀포시가 월드컵경기장을 사용토록 허가해줬다.

이에 대해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단체에 대한 제주도와 서귀포시, 그리고 해군측의 노골적이고 편파적인 지원이 주민갈등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며 “월드컵경기장이든, 자연휴양림이든 행정기관이 반대단체 행사에도 장소를 직접 임대 예약하는 등의 적극성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더 이상의 주민갈등을 부추기는 행위에 대해선 더욱 강력히 맞서나가겠다”고 경고했다.

8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정해군기지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윤태정) 창립 1주년 단합대회는 추진위와 제주도, 서귀포시, 해군측이 공동으로 마련한 ‘그들만의 잔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해군기지 문제로 인한 도민갈등을 중재해야 할 행정당국이 본분을 망각한 편가르기 태도와 자숙해야할 해군당국의 계속되는 주민갈등 부추김 행위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 제주 대표뉴스 '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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