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릴레이 마지막 날 제주 촛불문화제 성황

72시간 촛불 릴레이 마지막 밤이었던 6월 7일 저녁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촛불문화제가 끝나자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시내 일대를 행진했다.
  

촛불문화제 72시간 촛불 릴레이 마지막 밤인 6월 7일 저녁에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시민들이 가득 모인 가운데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 장태욱

제주 시민대표단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자 72시간 촛불 릴레이 마지막 밤인 6월 7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시민대표단이 단식농성을 펼치고 있는 시청 앞에는 하루 종일 시민들이 찾아와 지지를 보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단식 농성장 앞을 지나면서 수고한다고 격려의 말을 건내기도 했고,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모금함에 쌈짓돈을 꺼내 넣기도 했다.
  

지지 방문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단식농성장에 찾아와 모금함에 돈을 넣고 있다. 시청 앞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장태욱

저녁 7시가 되자 시청 어울림마당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시민이 모여들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기 전 사전 행사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제주본부 주최로 6·15공동선언 8주년을 기념하는 평화통일 한마당 잔치가 열렸다.

한마당 잔치에서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종교계 원로들이 촛불문화제의 배후세력을 '친북 좌파 세력'이라 지목한 데 대해 "자신의 과오를 되돌아보려 하지 않고, 냉전적 색깔공세로 광우병 정국을 풀어 나가려 한다"며 "이는 독재가 횡횡하던 70~80년대식 사고가 낳은 결과"라고 비난을 쏟아 부었다. 
  

한마당 잔치 촛불문화제 사전행사로 열린 6.15공동선언 8주년 기념 평화통일 한마당 잔치에서 노래패 '청춘'이 공연하는 모습이다.  ⓒ 장태욱

저녁 8시가 되자 노래패 청춘의 공연으로 촛불문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준비한 피켓과 양초를 높이 들어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청춘의 공연이 끝나자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자유토론에서 40대 농부의 발언이 시민들의 주목을 끌었다. 자녀 두 명을 데리고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그 농부는 "정부가 친북세력을 촛불문화제의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면 바로 내가 배후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자신은 "항상 아이들에게 북한과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지내야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에 친북세력이고, 촛불문화제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으니 배후세력"이라는 것이다. 청중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40대 농부 한 시민이 스스로를 '친북 세력'이며 촛불 집회의 '배후세력'이라 지목해 시민들의 웃음을 이끌어 냈다.  ⓒ 장태욱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소속 회원의 발언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최근 들어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가 "기독교 목사들이 하는 작태를 보고 그들과 같은 종교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했다. 
  

   
할아버지와 손자 촛불문화제에 남녀노소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어른의 손길에 이끌려 참여한 어린이들이 많이 보였다.  ⓒ 장태욱

어린 학생들 어린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촛불 문화제에 중고 여학생들이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 장태욱  

자유토론 이후 통기타 동호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노래하는 시간이 있었다. '불나비', '광야에서' 등 민중가요를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함께 부를 때는 마치 87년 6월 항쟁의 현장이 재현되는 듯했다. 그리고 통기타 회원들은 민요 '아리랑'을 개사해서 만든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이 노래가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우리를 버리는 대통령은 더 이상 우리 대통령이 아니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대통령, 5천만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  
  

통기타 동아리 통기타 동아리 회원들이 민요 '아리랑'을 개사해서 부른 노래가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 장태욱

촛불문화제에 두 번째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어느 여고생은 "생전 이런 경험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청춘의 공연이 끝나자 시민들은 <오마이TV>를 통해 한승수 총리에게 송곳 질문을 날리는 고려대 김지윤 학생의 발언 녹화록을 청취했다.

김지윤 학생의 발언 가운데, "한승수 총리가 과거 독재정부 시절 국보위를 지내서 그런 겁니까? 왜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군홧발로 짓밟는 행위를 버젓이 행하십니까"라고 따져 물는 대목에서 시민들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행진 촛불문화제가 끝난 후 시민들이 촛불행진을 이었다.  ⓒ 장태욱  

거리로 나선 촛불 이날 촛불 행진에 시민 300여 명이 참여해서 11시경 마무리되었다.  ⓒ 장태욱  

촛불문화제는 밤 9시 30분경 마무리 되었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피켓과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시민들의 행렬은 시청에서 출발하여 남문로터리를 지나 중앙로터리로 이어졌다. 그리고 칠성통 골목을 지나 탑동 인근에서 다시 시청 어울림마당으로 돌아왔다.

시민들의 행렬 가운데는 유모차에 태워진 어린 아기도 있었고,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시내를 행진하는 동안 시민들은 '쇠고기 수입 재협상', '폭력경찰 처벌', '이명박 퇴진' 등을 요구했다. 행진에 참여했던 시민 300여명은 밤 11시경 해산했다.
  

철야 시민들이 대부분 귀가한 시간에 시민 40여 명이 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촛불을 지키고 있다.  ⓒ 장태욱  

한편,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시민 40여명이 남아서 철야 촛불을 지키고 있다. 가족 단위로 혹은 친구들과 함께 72시간 촛불 릴레이 마지막 밤을 보내는 시민들은 이명박탄핵투쟁연대에서 준비한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밤을 보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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