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11)

육지에서 보아오던 자잘한 둥글레만 생각하던 저에게 제주의 둥굴레는 어쩌면 큰 충격이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무슨 난(蘭)종류인지 알았습니다.

둥굴레는 그 뿌리를 채취해서 9번을 쪄서 말리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몸에 모시는 둥굴레차가 된다고 합니다. 쪄서 말리기를 아홉번을 해야한다는 것은 많은 정성이 필요합니다. 이런 정성이 들어가 있기에 둥굴레차를 몸에 모시면 좋은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 산야에 자라는 들풀들, 그리고 야생화마다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이 내적으로 외적으로 충만한 것 같습니다.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해서 '잡초'라고 천대하지만 그 천대하는 것 속에 우리에 게 꼭 필요한 소중한 것들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일이니 잡초라고 천대하기 보다는 우리의 '들풀', 또는 '야생초'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둥굴레는 이파리도 예쁘고, 꽃도 예쁘고, 열매도 예쁩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뿌리도 그 쓰임새가 아름답습니다.
자연에 있는 모든 식물들은 그 뿌리만큼 자란다고 합니다. 나무도 그렇고 작은 산야초에 이르기까지 뿌리가 건강해야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답니다.

그런데 그 뿌리는 흙에 뭍혀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생명의 근간이 되니 어찌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2003년도에 유행하던 신종어 중에 '얼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얼짱도 능력이라는 말까지도 생겼습니다만 모든 것을 외모중심적으로 보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별로 탐탁하지 않게 생각합니다.

외모,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 내면적인 아름다움이요,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외모도, 내면도 완벽한 경우는 '금상첨화'라고 해야 하나요?

둥굴레의 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겸손하게 땅을 향하고 있는 모습으로 아름다움의 무게를 더하고, 햇살에 투명하게 빛나는 이파리는 그 이파리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열매는 사진으로 소개해 드리지 못했지만 파란 열매 또한 예쁘답니다. 그리고 그 뿌리도 우리 몸에 모시면 온 몸에 생기를 돌게 하니 이 또한 아름답습니다.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왕 2004년을 살아갈 때에는 둥굴레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봅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을 연재하는 '김민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살고 있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목사이며, 수필가로 근간 자연산문집<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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